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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별 장례문화의 특징과 변천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2/03 [14:19]
자연환경에 종교적 敎義 가미한 의식

종교별 장례문화의 특징과 변천

자연환경에 종교적 敎義 가미한 의식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2/03 [14:19]
 
2년전 9․11 테러의 핵심인물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미군이 그의 주검을 수장한 것을 둘러싸고 이슬람권이 술렁거렸다. 수장이 이슬람 전통과 어긋난다는 지적과 반발이 일면서 긴장감을 증폭시킨 것이다.


장례(葬禮)문화는 주로 종교의 영향을 받는다. 이슬람 종교권에서는 죽은 자는 부활할 때까지 잠을 자고 있다고 믿으며, 죽음을 ‘신의 뜻’으로 설명한다. 24시간 이내의 빠른 매장, 간단하고 엄숙한 절차 등 내세에 대한 강한 믿음이 이슬람 장례의식의 특징이다.


빈 라덴의 종교인 이슬람식에 따르자면 그가 숨진 곳인 파키스탄에 토장(土葬)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측은 토장을 하게 되면 그곳이 이슬람 세력의 반미운동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해 수장을 했다. 레바논 성직자 오마르 바크리 무함마드는 “미국인들이 빈 라덴 수장을 통해 무슬림들을 욕보이고 싶었겠지만 이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의 저명한 이슬람학자 압둘 사타르 자나비도 “무슬림의 주검을 바다에 던진 것은 거의 범죄행위로, 무슬림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각 종교의 교의에 의해 선호되거나 금기시 되는 장례방식이 있다. 종교는 장례문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 부활할 때까지 잠을 자고 있다고 믿으며 매장을 하는 이슬람 장례의식.     © 매일종교신문



종교적 믿음에서 생겨난 장례의식


사람들은 육체가 죽고 썩어 없어지더라도 인간의 영혼은 다른 형태로 남는다고 믿었다. 죽음을 두려워해 생겨난 종교적 믿음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은 살아있는 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장례의식이다.


영혼을 평안하게 모시는 것, 즉 생명이 다한 육신의 처리 방식은 장례의식의 핵심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선호한 장례법은 땅에 파묻는 매장(埋葬)과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이었다. 이외에도 비나 바람을 맞히거나, 또는 들짐승에게 먹히도록 하여 처리하는 풍장(風葬)이나 바다 또는 강에 흘려보내는 수장(水葬)도 있었다. 시신을 나무 꼭대기 등에 걸쳐두는 수장(樹葬), 동굴에 넣어두는 동굴장(洞窟葬)도 풍장의 하나다.


매장지가 부족하거나 화장을 할 수 없는 경우 행해지던 수장(水葬)은 가장 손쉬운 장례법의 하나다. 오늘날에도 해전(海戰) 또는 항해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선장의 직권으로 수장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죽은 자를 화장한 뒤 뼛가루를 갠지스 강에 뿌리는 인도의 풍속은 화장과 수장의 혼합 형태다. 과거 해변가나 섬 지방에서 수장이 없지 않았으며 화장 이후 뼛가루를 강, 바다, 저수지 등에 뿌려온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 역시 수장의 일종이다.


고대 이집트나 잉카제국 등에서는 미라장이 많았다. 고대 로마에는 카타콤베라 불리는 지하동굴장도 있었다.


냉동장·우주장․화학 溶解葬도 생겨


과학의 발달은 냉동장·우주장을 출현시켰다. 현대에 들어 숲의 나무 옆에 시신을 묻는 수목장도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선 친환경을 위해 시신을 화학적으로 용해한 후 하수처리시스템으로 보내는 새로운 장례 방식이 검토 중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벨기에 플랑드르 장의사 협회에서 화학적으로 시신을 용해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유럽 위원회가 이 용해액을 하수처리시스템으로 보내도 안전한지 검토 중이라는 것. 협회 측은 이 방식이 이산화탄소 방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화장이나 매장보다 에너지, 비용이 덜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단히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장례법이다.


일부 벨기에인들은 이 방식을 당황스러워하면서 전통적인 시신처리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찜찜한 것이다. 한편 이 시신처리방식은 이미 미국 메인주, 콜로라도주, 플로리다주, 미네소타주, 오리건주, 메릴랜드주 등 6개 주에서 법적으로 허용됐다.


종교적 의식에 자연환경의 영향도 커


종교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현상이라고 할 때, 사람이 죽어서 어디로 가느냐는 것은 어쩌면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에 따라 시신의 처리 방법도 달라지게 된다. 또한 시대가 변화하고 인간의 지각이 발달되면서 각 지역 또는 환경과 종교현상의 차이로 인해 천국과 지옥의 형태, 시신의 처리 방법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


화장은 옛날부터 인도에서 일반적으로 행했던 장례문화이다. 인도인들은 불을 신성시하는데, 아리아인들의 이동 경로를 보면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더러운 것을 소멸하는 존재로 숭배하여 배화교라고도 불리는데 시신을 특별한 대에 놓아 두어 부패하거나 짐승들이 먹어서 자연히 없어지는 풍장 의식이 있다. 그러나 현대 조로아스터교가 이슬람의 영향으로 쇠퇴하면서 풍장의식도 교세와 함께 쇠퇴하였다.


인도인들은 현생의 오욕과 고통을 깨끗하게 청산하고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화장을 선호했던 듯 하고, 불교는 완전하게 무(無)로 돌아가게 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또한 화장을 장려하게 되었을 것이다.


티베트에서는 새들에게 시신을 내 맡기는 조장(鳥葬)이 주류를 이루는데, 땅을 깊이 파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화장에 필요한 나무를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대교나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가 매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리스ㆍ로마 지역을 비롯해 중동 지역에서도 일부 화장 풍습이 있어 왔으나 기독교의 부활 의식이 매장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을 살펴보면, 중동사막의 뜨거운 자연환경에 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유대교에서는 기원전 8세기 이후 부활 교리의 영향으로 동굴에 시신을 모신 뒤, 시체가 썩으면 유골을 관에 담았다. 실제로 마태복음을 보면 로마제국의 공권력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시신을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자신의 동굴무덤에 모셨다.


인도에서는 지옥이 뜨거운 지옥과 차가운 지옥으로 나뉘는데, 중동에서는 불길이 타오르는 뜨거운 지옥(hell)이 주류를 이룬다.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지옥 게헤나(Gehenna)라는 말이 죄인의 시체를 태우기도 하고, 어린 아이를 태워서 몰렉(Moloch) 신에게 바치기도 했던 예루살렘 남쪽의 ‘힌놈(Hinnom)의 골짜기’에서 유래된 것을 보면, 뜨거운 사막에서 죽은 뒤 불 속에 든다는 것은 정말 재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이 없다.


전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국 네덜란드가 기독교 국가이면서도 세계에서 화장률이 가장 높은(98%) 것은 종교적 현상이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 최근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는 수목장     © 매일종교신문

우리나라는 불과 20여년 전만하더라도 매장으로 인해 전국토의 묘지화를 걱정했었는데 화장이 주류를 이루게 됐고 수목장이 새로운 장묘문화로 대두됐다.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주류를 이뤘던 매장이, 통일신라 이후 고려시대까지는 화장으로 변했다가 조선시대 이후 다시 매장으로 돌아 왔었다. 그리고 이제 불교가 융성했던 시대의 화장문화로 돌아가고 있고 수목장 등 새로운 장묘문화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고대에서부터 나무 관에 시신을 안치하여 봉분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당나라 시기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이 확산되었으나 이후 매장문화가 일반적이다.


일본도 초기에는 매장의 풍습을 가졌으나 불교가 유입되면서 화장이 성행하는데, 화산활동과 지진이 심한 땅에 시신을 묻는 것보다는 화장을 하는 것이 훨씬 좋으리라는 생각을 가졌던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땅을 함부로 파기도 어렵고, 파서는 안 되는 몽골지역에서 풍장 및 조장이 유행하고, 물과 가깝게 지내면서 시신을 땅에 묻기가 어려운 지역에서의 수장, 눈과 얼음으로 덮인 알래스카에서 곰에게 시신을 기증하는 행위는 역시 자연 환경에 따라 장례문화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며, 거기에 종교성이 가미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자연환경에 종교적 敎義 가미한 장례의식


죽음을 `목샤'(자유)로 부르는 인도 사람들은 육신이 물, 불, 공기, 에테르, 흙 등 5개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장을 통해 원소가 해체된 뒤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인도인의 80% 이상이 전통적인 화장법을 따르고 있다. 한편 이슬람교와 가톨릭은 매장을, 극소수의 조로아스터 교도는 조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별 시대별 국가별 장례문화는 삶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그 근본정신은 같은 것 같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멸의 영혼,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경외 등이 장례의식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종교는 그러한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따라서 죽음에 관한 의식과 절차는 다양하게 변형을 해왔지만 인간이 가진 죽음에 대한 근본적 태도는 달라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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