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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세상을 멍들게 하는 악플을 줄이려면
혼탁한 사이버공간 정화가 절실-법적·제도적 뒷받침 필요해
기사입력: 2015/05/15 [06:2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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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이모(10)양의 동시집 ‘솔로 강아지’를 놓고 인터넷상에 논란이 뜨겁다. 이 책에 나오는 동시(童詩) ‘학원가기 싫은 날’은 엽기적이다. 내용도 그렇지만 피가 흐르는 심장을 물어뜯고 있는 삽화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미 동시집으로 출간됐고 ‘초등학교 전 학년’이 주 독자층이다. 이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가자 대다수 학부모와 교사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른바 ‘잔혹 동시’ 논란의 불을 지핀 <세계일보> 취재 기자의 변(辯)은 ‘다소 잔인한 삽화까지 곁들인 해당 동시는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가?’라는 의문과 함께 이런 동시가 나온 근본 원인인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논의가 뒤따랐으면 하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파문이 커지자 해당 시집을 출간한 가문비출판사는 기사가 나간 다음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이 시집을 전량 회수·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양의 부모는 지난 5월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솔로 강아지’ 회수 및 폐기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10일 폐기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양의 어머니는 “일부 종교단체에서 ‘아이의 시적 영감이 사탄의 영(靈)에 의해서 온다’고까지 말해 심사숙고한 결과 가처분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며 “크리스천 입장에서 이런 우려가 종교적으로 일어난다는 데 저희도 책임이 있어 송구스러운 마음에서 취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잔혹 동시’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보도 이후 애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일부 흐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양을 향한 인신공격성 매도 분위기이다. 이양을 ‘사이코패스’로 몰아붙인 ‘잔혹 댓글’이 난무했다. 이런 댓글을 읽다 보면 어른들의 ‘잔혹한 시선’과 아이들이 겪는 ‘잔혹한 현실’이 ‘잔혹 동시’를 낳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양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아이가 악플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양이 다니는 복싱학원에 친구들이 두 명 더 등록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앞서 이양의 어머니는 “‘학원가기 싫은 날’을 읽고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곧 싫어하는 학원 대신 아이가 원하는 복싱학원 등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네티즌 10명 중 3명 “악플 달아 본 적 있고 19%는 피해 경험했다”

인터넷이 시들어가고 있다. 악성 게시글과 비방글, 악성댓글(악플), 음란물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인터넷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음란물이 유통되고,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쉽게 악성 게시글을 올리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 보니 악플 등으로 인한 사이버 명예훼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모니터, 스마트폰 뒤에 숨어서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IT(정보기술) 강국’,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 10명 중 3명은 악성 게시글이나 악플을 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을 단 사람 중 대부분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욕설과 비방의 내용을 올린 것으로 조사돼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29일 세계일보와 미디어다음이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참여인원 1950명 가운데 ‘인터넷에 악플이나 비방 글을 올린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27%로 나타났다. 인터넷·SNS 악플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19%에 달해, 10명 중 2명은 실제 악플에 따른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악플을 작성하는 이유는 ‘내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56.6%)가 가장 많았고, ‘다른 악플에 대한 대응으로’(33.3%)가 뒤를 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재미로’,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악플을 막을 방법으로는 ‘명예훼손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가 57%로 높게 나타났고, ‘무관심으로 일축한다’(40%), ‘또 다른 악플로 대응한다’(3%)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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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뿐만 아니라 음란물도 인터넷 문화를 해치고 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한 음란물 유포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2014년 10월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음란물을 유포하다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한해 심의 당국이 적발한 인터넷 불법·유해 정보글은 13만건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성매매·음란글 4만9737건, 도박 4만5800건 등이 적발돼 시정조치됐다.
 
악플·음란물 유포가 끊이지 않으면서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926건이던 방심위 심의건수는 2011년 2833건, 2012년 2947건, 2013년 4768건으로 증가했다.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방심위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을 구제하는 ‘원스톱 인터넷피해구제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2014년에는 별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총 6명의 인력이 겸직 또는 파견 근무를 하고 있으며,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7월7일을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클린 데이(Day)’로 지정하고 개개인이 유해 및 불법 콘텐츠 제거, 건전한 미디어 사용 점검 등의 활동을 전개할 것을 선포하기도 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인터넷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그에 맞는 인터넷 윤리의식이나 건전한 문화 형성은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 인터넷 교육과 사회 각층의 자정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윤리 실종 ‘나도 잠재적 피해자’
 
“자고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 196건에 문자 300건.”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월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누가 내 번호를 뿌려서 실시간으로 폰 테러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자의 하소연이다. 글쓴이는 “누군가 나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남편이라고 번호를 뿌린 것 같다”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전화가 6통 왔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신상 털기’ 문제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무분별한 정보 유통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네티즌들은 정보의 진위(眞僞)를 가리지 않은 채 정보를 퍼날라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속칭 ‘찌라시’를 통해 정보가 유포되면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는 1시간도 채 안 돼서 공개된다. 하지만 정부는 인터넷상의 정보 유통을 제재할 만한 방안은 물론 제재할 근거나 규정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검증 없이 무차별로 유포되는 사이버상 정보

미국 캔자스대학은 지난해 한 인물의 사진과 이름만 제공되면 1시간 이내 그 사람의 연락처, 집주소, 출신학교, 취미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자주 사용하는 은행, 가까운 지인 10여명 등을 알아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시간이 더 주어지면 지난주 방문한 장소나 가지고 있는 옷가지 등의 세세한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엉터리 정보가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허위 정보를 검증 없이 전달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인터넷진흥원(KISA)의 지난해 상반기 조사결과 국내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무려 81.9%가 ‘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의 게시물을 업로드한다’고 대답했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미확인 정보)를 게시한다’는 답변도 81.1%나 됐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5명 중 4명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퍼나르는 것이다.

이런 허위 정보 유통은 실생활에서 개인적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툼을 벌이다 상대방의 신상을 공개한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신상 털기를 처벌한 판결이다. 명문대 재학생 A(28)씨는 2009년 4월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졸업생 B(35)씨의 글에 반말로 댓글을 달았다가 시비가 붙었다. 두 사람은 수개월간 게시판에 서로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B씨는 급기야 같은 해 8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네 정체를 안다”며 그의 개인신상 정보를 학교 게시판에 공개했다.

◆‘잊혀질 권리’ 도입 앞당겨야

이러한 신상 털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는 범죄다.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과 제공받은 사람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 제 307조에 따르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해 최대 5년 이상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처벌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허위정보 공개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데 뒤늦게 가해자를 처벌한들 피해가 복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유럽연합(EU)에서 논의된 ‘잊혀질 권리’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연구용역 공고도 냈지만 아직 출발 단계라는 지적이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에서 신상정보 등 자신의 정보를 모두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은 관망상태이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잊혀질 권리는) 포털업계 전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업체들이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이나 기관이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보더라도 법원 판결이 없이는 삭제가 불가능하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상황에 따라 ‘임시 게재 중단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조치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개인이 삭제 요청을 하면 즉시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시민의 ‘알 권리’,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 등도 보장돼야 한다는 반론에 부딪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해킹이 아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잘못된 정보 유통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할 근거는 없다”며 “인터넷 정보를 제한하는 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많아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잊혀질 권리’ 도입-끊이지 않는 논쟁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르테스 곤살레스는 2009년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봤다. 그러자 자신이 1998년 빚 때문에 집을 내놨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떠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구글을 상대로 법정분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곤살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곤살레스의 사례는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상에서는 자신의 정보가 더 이상 적법한 목적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 때 그것을 지우고 더 이상 공개되지 않도록 할 개인의 권리를 말한다. 『잊혀질 권리』의 저자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가 “새로 생성되는 모든 정보들에 ‘정보 만료일’을 부여해 정보가 일정한 기간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실제적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은 잊혀질 권리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각국의 인터넷과 SNS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더더욱 법제화에 소극적이다.

반면 유럽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주장하며 잊혀질 권리를 제도화했다. 2011년 1월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크게 강화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잊혀질 권리를 포함시켰다. 

중국 사법당국도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유포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한층 무거운 법적 책임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인신 권익을 침해하는 민사 분규 안건에 대한 처리규정’(사법해석)을 발표했다. 최고인민법원은 인터넷 사용자나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온라인에 공개된 유전정보, 병력(病歷), 건강검진기록, 범죄기록, 거주지 주소, 개인 활동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당사자에게 손해를 줬을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관련 소송을) 마땅히 지지해야 한다”며 각급 법원에 대해 개인정보 수집·유포 관련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심리·처리할 것도 지시했다. 규정에 따르면 법원은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자의 재산손해 규모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 최고 50만위안(약 8717만원) 이내에서 배상액을 책정할 수 있다.

일본은 인터넷 보안문제와 관련해 예산을 확충하고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다니와키 야스 일본 국가정보보안센터(NISC) 내각심의관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IT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해 “최근 일본 기간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증가했다”며 “제어시스템안전센터(CSSC)를 확대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ISC 관계자는 “전체 IT예산에서 보안예산이 15%이상 차지하는 기업들이 현재 22.8%에서 앞으로 36.1%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스타트폰 중독 치료 교육기관 ‘드림마을‘
 
“하루 10시간도 넘게 컴퓨터만 했어요. 방학이면 아침에 눈을 떠서 밥도 컴퓨터 앞에서 먹고 잠들 때까지 계속 했죠. 컴퓨터 속에서는 마우스 한 번만 까딱하면 모든 게 다 이뤄졌는데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뜻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K(16)군은 인터넷에 빠져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부모는 컴퓨터 전원을 뽑고 스마트폰도 뺏어버렸다. 그러자 K군은 가출해 동네 PC방에서 이틀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K군은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을 주로 했다. ‘극우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도 즐겨 읽었다. “저는 중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많이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죠.” K군도 대부분의 인터넷중독(과몰입) 아이들처럼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가상세계에 빠진 K군에게 현실은 재미없고 지루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점점 시시해졌다. “게임에서처럼 멋지게 뭔가를 보여주거나 신기한 점이 없었다”고 했다. “반 친구들이 모인 ‘단톡’(단체 카톡방)방에서 24시간 대화를 하지만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며 고개를 숙이고 말하던 K군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K군은 대화 내내 주눅 들어 보였다.

그러다 자신이 좋아했던 게임이나 인터넷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반짝거렸다. “5명이 모여서 타워를 밀고 다른 캐릭터를 죽이면서 능력을 인정받을 때 쾌감이 짜릿하다”고 했다. 인터넷에 빠지기 전 K군의 꿈은 과학자였다. 학년이 바뀌면서 프로그래머, 성우 등 여느 아이들처럼 다양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꿈이 없다고 했다. K군은 “머리 아프게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게 싫어요. 인터넷 속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다.

지난 1월20일 오전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한 교실. 10명 남짓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 ‘컴퓨터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C(14)군은 5살 때 처음 게임을 시작했다. 옆자리에 있던 L(15)군은 7살에 인터넷 게임을 접했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인터넷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2시간씩 하던 것이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들어가면 10시간 가까이 늘었다. 사용시간을 그린 그래프는 5살 언저리에서 시작돼 10살을 넘어가면 대부분 급격히 치솟았다. 장윤영 캠프운영부장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과 시간을 못 보내고 컴퓨터에 아이를 맡겨버린 결과”라며 “인터넷 속 세상은 신기하고 자극적인 게 많아 아이들의 현실 적응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인터넷 중독이 심해지면 이를 막는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상담을 해보면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떡볶이를 사먹거나 여행을 갔던 시절 외에 최근에는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 과몰입 등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 인터넷드림마을 운동장에서 수업시간에 만든 고무동력 비행기를 날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거나 사고를 일으키는 문제아인 것도 아니다. 외국어고에 다니면서 공부를 잘 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돼 이곳을 찾은 경우도 많다. 매 기수별로 성별을 나눠 합숙 캠프를 진행하는데 그 기간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도 볼 수 없다. 대신 아이들은 심리상담을 받고 현실세계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체험활동 등을 한다. 전날 등산을 다녀온 J(14)군은 “산을 오르다 미끄러지는 친구를 마우스가 아닌 내 몸으로 막아주다 긁힌 상처”라며 손에 난 상처를 자랑스레 보여줬다. 이날 오후에는 고무동력 비행기를 직접 만들어 운동장에서 날리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동안 가상세계에서 최신형 전투기를 조종해 봤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세일 상담사는 “드림마을은 병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새로운 목표를 찾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대안학교 같은 곳”이라며 “부모들은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데려오지만 알고 보면 오히려 꿈이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의 교사를 포함한 직원들은 대부분 1∼5주간 캠프가 열릴 때면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설립한 드림마을은 지난해 시범운영을 끝내고 올해 2주 과정의 1기 24명을 시작으로 총 13회에 걸쳐 약 300명을 받을 예정이다. 학기 중에는 대체활동으로 인정되며 생활기록부(나이스)에 별도로 기재되지 않는다. 참가비는 없고 기간에 따라 10만∼20만원 정도의 식비만 내면 된다.

심용출 캠프운영 교사 “부모·친구들의 관심이 가장 효과적인 약”

“인터넷에 중독되면 점점 내성(耐性)이 생겨 나중에는 밤새도록 해야 재미를 느끼는 단계까지 갑니다.”

지난 1월20일 ‘인터넷중독 치료학교’인 전북 무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만난 심용출 캠프운영 교사는 아이들의 인터넷 중독 단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드림마을이 처음 생긴 이후 줄곧 아이들의 교육을 맡고 있다.

심 교사는 “주로 맞벌이 부모나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인터넷에 빠져든다”며 “남학생은 게임중독이 많고 여학생은 스마트폰 중독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지켜본 아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과몰입(過沒入)에 빠지면서 친구들을 멀리했다. 대인관계가 나빠지고 다시 친구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결국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인터넷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변해간다.

심 교사는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대체로 우울함과 외로움을 많이 호소한다”며 “컴퓨터하고만 놀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관계형성을 잘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과몰입 증상을 보이는 여학생도 늘었다. 그는 “얼마 전 한 여학생은 같은 반 아이들이 있는 카톡방에서 왕따를 당했다”며 “그 안에서 계속 놀림당하고 대답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카톡 알림에 강박증을 보이는 수준까지 됐다”고 말했다.

드림마을은 아이들이 인터넷 사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인터넷 중독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그렇게 된 근본 원인까지 접근한다. 이날 1시간여 상담을 마친 한 학생은 상담실 밖으로 나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심 교사는 “아이는 대부분 가족관계의 문제로 인해 탈출구로 가상세계에 빠져든다”며 “부모나 친구들의 따뜻한 관심이 치유에 가장 효과적인 약”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드림마을에서는 아이들에게 ‘슈퍼스마트스토리’라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며 “무조건 막을 수는 없으니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精吾 문윤홍·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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