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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ㆍ종교꾼ㆍ말

이옥용 | 기사입력 2017/12/18 [09:17]
말이 진리가 아니라 행동이 진리다

사기꾼ㆍ종교꾼ㆍ말

말이 진리가 아니라 행동이 진리다

이옥용 | 입력 : 2017/12/18 [09:17]


1997년에 일어난 IMF 경제위기는 우리 사회 전체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경제가 크게 위축되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난 구세주가 있었다. 바로 주수도(朱水道)다. 그는 JU라는 다단계업체를 만들어 실의에 빠져있던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익을 주겠다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 업체에 연관된 모 종단 교인들은 ‘영적구세주는 000이고, 물질구세주는 주수도’라고 선전하며 교인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희대의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주수도는 사기죄로 수감되었고, JU에 재산을 날린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어 등장한 조희팔(曺喜八)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 사건의 용의자이다. 경찰 추산으로는 4조 원의 피해액에 5만 명의 피해자가 있으며, 자살한 피해자만도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 단체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는 조희팔의 사기 행각으로 발생한 피해액이 8조 원에 이르며, 조희팔은 피해 금액 중 적어도 2조 원 이상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11월 수배되었으나 중국으로 밀항 이후 2011년 12월 19일 유가족들이 중국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의 동영상과 사망진단서를 공개해 사망했다고 알려왔으나 이 역시 확실치 않다.    

이들 사기꾼은 무엇으로 많은 사람의 생명과 같은 돈을 옭아냈는가. 말로 했다. 이들이 가진 것은 말뿐이었다. 이들의 셈법은 특이했다.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야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데도 그 말을 믿고 속아 넘어갈 수 있었겠는가.     

신성불가침 권이라는 종교는 어떻게 생겨날까. 말이 그 근원이다. 종교 역시 말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구원’, ‘복’, ‘천국’이 3두 마차다. 여기에 새 시대 도래와 새 지도자 탄생이 뒤따른다. 그리고 말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 세력을 넓혀 간다. 종교꾼과 사기꾼의 공통점은 자신이 말한 것을 이룬 것이 없다는 점과 말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망상’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신앙    

신은 형체가 없다. 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의 말은 영매(靈媒)가 아니면 들을 수 없다. 그래서 교조나 교주 대부분이 영매 출신이다. 신의 말 속에는 신의 기운과 뜻이 깃들어 있다.     

기독교의 경우 기독교인들의 행태를 보면, 하나님의 말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성경의 하나님의 말과 이적기사 등은 대부분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신도들은 ‘믿지 못할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라며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세상을 심판하기 위하여 재림할 때 죽은 자가 살아나고, 산 자는 공중으로 들어 올려 주를 영접한다.’는 성경의 말을 그대로 믿고 밤이나 낮이나 그 때를 학수고대 하며, 황당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신약성경 데살로니가전서에서 사도 바울은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살전 4:16~17). 이렇게 천상에서 주(主)를 만나는 것을 공중 들림, 즉 휴거(携擧)라고 부르는데, 원래는 환희라는 뜻이다.    

한국의 다미선교회는 1992년 10월 28일 밤 자정에 이 휴거가 일어난다고 한동안 소란을 피웠으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주요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1992년 10월 28일 자정에 예수가 공중에 나타난다, 전 세계에서 믿음이 깊은 신도들만 천국으로 순간이동 하는데 국내에서는 11만 6천 명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여러 난리 때문에 1992년에서 1999년 동안 인류의 9할, 50억 명 이상이 죽는다.”는 충격적인 것이다. 30대의 한 여성은 “가족들이 신의 뜻에 따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자살했다.    

또한 성경은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했다”(마 1:20)고 말한다. 그래서 예수는 인간의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독생자라고 주장한다. 휴거에 버금가는 기상천외한 사건이다. 그런데 근래 우리나라 인천 시에 있는 한 교회에서도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 그 교회 담임목사와 여신도가 여신도의 남편으로부터 불륜의심을 받은 나머지 유전자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99.99% 목사의 아들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님이 주신 아들’, ‘기도만 하여 낳은 아들’이라며 성령잉태를 주장하고 있다.     

인류의 골칫거리 ‘아브라함 자손’    

하나님은 자신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인(이삭번제) 아브라함에게 감동하여 이렇게 맹세하였다. “…네가 이같이 행하여 네 아들 네 독자도 아끼지 아니하였은즉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가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리라.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니라 하셨다 하니라.”(창 22: 15~18)     

그러나 유대인들은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유리방황하며 수백만 명이 죽임을 당했다. 지금 유대교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브라함의 자손 유대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인들은 서로 원수가 되어 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종말의 서막을 연 것인가. 유일신교인들은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마냥 날뛰며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말 4:1~2).     

하나님을 믿는 세 종교는 평화와 사랑의 종교인가, 아니면 투쟁과 증오의 종교인가. 망상의 종교인가.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배후의 하나님은 어떤 신인가. 인류는 이들 아브라함의 씨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천하 만민이 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화(禍)를 받고 있다.     

신과 교주, 종교지도자의 말을 믿고 따라가지 말고, 행동을 보고 따라가야 한다. 말이 진리가 아니라 행동이 진리다. (매일종교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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