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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칼럼
한국의 ‘복지국가 되기’, 어디까지 왔나
송호근 “성장·고용·복지 균형 ‘황금삼각형’ 완성돼야 궁극적 성장”
기사입력: 2018/09/27 [09:5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양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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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구나 복지를 이야기한다. 선거용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복지는 보수에게든, 진보에게든 핫이슈가 되고 치열한 논쟁거리다. 그러나 재벌 중심의 공정하지 못한 경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 시민과 유리된 정당 등 산적한 모순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은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까.

2012년 발간된 책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는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함께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 -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에서 나온 발제문과 몇몇 토론자의 글을 수정·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인 조흥식 교수(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뤼이젠더 교수(대만 국립중정대학교 사회복리학과), 스벤 요헴 교수(독일 콘스탄츠대학교 정치행정학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현 성남시장) 등 11명의 교수와 연구자들은 ‘한국형’ 복지국가를 모색하는 것보다 ‘어떻게’ 복지국가로 이행해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떻게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 연대를 기반으로 인간답게 더불어 사는 진정한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드는 문제와 그 이행을 둘러싼 논쟁은 단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미래 설계와 관련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사회적 의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복지국가 담론(談論) 형성과 한국의 발전 경로를 놓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시급하다. 삶의 ‘평균만족도’에서도 ‘행복지수’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자본의 세계화, 노동시장과 가족구조의 변화, 젠더(gender)의 중요성, 생태계의 문제 등 변화된 사회경제 조건에 맞는, 노동과 복지가 함께 가면서 풀뿌리 시민이 주체가 되는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복지국가의 출발점은 바로 풀뿌리 생활정치의 주체자인 시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의 부제(副題)는 ‘바람직하고 지속 가능한 시민복지국가를 향해’이다. 이 부제가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사민주의 모델이다. 하지만 복지국가로서 우리나라 현실은 사민주의 모델은 고사하고, 그보다 급이 좀 낮은 조합주의 모델로부터도 한참 떨어져 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사민주의 모델 근처에라도 닿을 수 있을까. 길이 있기나 한 것일까.

이 책은 그 길을 모색하는 11편의 글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싣고 있다. 제1부 ‘쿼바디스, 복지국가-기로에 선 한국, 동아시아,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조흥식, 뤼이젠더, 스벤 요헴은 한국 및 동아시아 복지와 유럽 복지의 차이를 발전 과정과 특성 면에서 비교하고, 복지국가로서 필요한 요건들을 살펴본다. 제2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 복지국가, 복지자본주의, 복지정치의 한국적 조건’에서 장은주, 이병천, 윤홍식, 김영순은 선발 복지국가들보다 훨씬 열악한 한국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들을 제안한다. 제3부 ‘복지국가와 노동, 있기 없기 -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넘어 노동 있는 복지국가로’에서 고세훈, 은수미, 이상호는 복지 국가 건설에서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동과 관련된 방안들을 알아본다.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과제를 신진욱은 ‘복지국가 추격혁명’(304쪽)이라 표현한다. 후발 주자이므로 추격혁명. 우리나라는 이미 산업국가 추격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룬 경험이 있다. 하지만 복지국가 추격혁명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신진욱이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복지 선진국들이 초기에 갖추고 있었던 제반 조건들이 거의 부재(不在)한 데다, 요즘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복지 국가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약점은 노동 계급의 조직화가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이 책은 정치의 힘과 시민 사회의 영향력을 제시한다.

신진욱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조건으로 노동의 연대를 좀 더 쉽게 만드는 정치적, 제도적 환경 변화 그리고 노동 세력과 시민 사회의 복지 동맹을 꼽는다. 김영순은 역사적 제도주의 분석을 통해 이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 이념, 정책 대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하기, 사회적 협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하기,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도록 뒷받침해 주는 법과 제도 정비하기. 여기에더 논리적 기반을 더하는 것이 장은주의 주장이다. 장은주는 복지국가의 도덕적 기초를 분배 정의 패러다임을 넘어 민주주의적 정의에서 찾자고 말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민주 공화국이 곧 복지국가’(178쪽)인 셈이다. 그러므로 노동 계급이 약하다는 사실이 복지 국가 건설에 절대적인 걸림돌이 되지는 못한다.

경제와 관련된 논의에서도 정치와 시민 사회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이병천은 복지체제와 양립하는 발전 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그러려면 이중화된 현 경제체제를 바꾸어 시민적 참여자본주의(221쪽)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강력한 민주적, 시민정치적 대항력의 형성’(232쪽)에서 찾는다.  윤흥식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조세 체제를 분석해서 우리나라의 조세 개혁은 직접세와 간접세, 누진세와 역진세를 모두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증세에 앞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물론 정치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곧 노동을 배재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고세훈은 복지국가를 ‘노동 있는 민주주의의 산물’(347쪽)로 정의한다. 따라서 복지국가가 되려면 민주주의를 시장으로까지 확대해 ‘시장 자체의 민주화’(361쪽)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은수미는 노동과 복지를 복지국가의 두 축으로 보고, 둘로 나뉘어 양극화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호는 노동조합의 실천전략으로 소득 연대, 고용 연대, 생활 연대, 복지 연대를 제안한다. 이 가운데 생활 연대란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사회연구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문과 토론자의 글을 모은 책이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시민복지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각 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부 ‘쿼바디스, 복지국가—기로에 선 한국, 동아시아, 유럽의 복지국가’는 비교복지체제론의 차원에서 한국과 동아시아, 유럽의 복지체제의 성격과 변천, 그리고 복지국가의 특성과 요건에 관해 살펴본다. 조흥식은 ‘한국 복지체제의 변천과 복지국가의 요건—바람직하고 지속 가능한 시민복지국가를 지향하며’에서 한국은 아직 복지국가가 아니며 한국이 지향할 수 있는 복지국가의 이상적 모델은 시민복지국가라고 강조한다. 뤼이젠더는 ‘동아시아 복지체제의 발전과 도전—쟁점과 전망을 중심으로’에서 동아시아 복지체제의 성격과 발달 과정을 살펴보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복지체제 시나리오를 몇 가지 제시했다. 스벤 요헴은 ‘유럽 복지국가의 형성과 변화—유럽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포괄적인 사회 안전망과 양질의 교육정책을 북유럽 복지국가의 두 가지 축이라고 강조하며, 북유럽 국가들의 경험에서 한국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2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복지국가, 복지자본주의, 복지정치의 한국적 조건’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지국가 논의의 다양한 쟁점과 구체적인 전략에 관한 현실적 제안을 하고 있다. 장은주는 ‘복지국가, 하나의 시민적 기획—분배 정의를 넘어서는 한국 복지국가의 도덕적 기초’에서 복지국가 이념의 기반인 분배 정의의 문제를 넘어선 한국 복지국가의 도덕적 기초를 모색했다. 이병천은 ‘정글자본주의에서 참여자본주의로—이중화의 정치경제와 복지·생산체제 혼합 전략’에서 복지국가는 ‘2차 분배’인 복지로만 설 수 있는 국가가 결코 아니며, 복지가 지속 가능하려면 복지체제와 선순환 할 수 있는 성장 패턴, 발전체제의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홍식은 ‘문제는 세금이다—보편적 복지국가의 바람직한 조세체제를 찾아’에서 OECD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조세체제를 둘러싼 논쟁을 정리하고, 조세체제에 따라 복지국가를 유형화했다. 김영순은 ‘한국의 복지국가와 복지정치의 제도들—안정적 제도화의 조건과 과제’에서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을 빌려 1987년 이후 한국 복지정치의 특징이 이익대표 제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고, 시민사회의 이익균열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복지정치의 안정적 제도화를 위해서는 어떤 제도개혁이 필요한지 제시하고 있다. 신진욱은 ‘복지국가 추격혁명?—한국 복지국가 운동의 조건과 전략을 묻다’에서 한국의 복지국가 추격혁명이 놓여 있는 조건과 유망한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방법론적 전략을 제시했다.

3부 ‘복지국가와 노동, 있기 없기?—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넘어 노동 있는 복지국가로’는 복지국가는 노동 없이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고세훈은 ‘노동 ‘있는’ 복지국가—논리, 역사, 전망‘에서 민주주의가 정치 영역을 넘어서 시장으로 확대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노동 있는 복지국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은수미는 ‘복지국가, 하나로!—두 시장과 두 노동을 넘어서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에서 노동권의 확립과 적정한 일자리 없이, 그리고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 없이 복지국가는 없다고 강조하며, 노동과 복지는 복지국가를 떠받치는 두 축이라고 얘기한다. 이상호는 ‘노동 존중 복지국가?—복지국가의 주체 형성과 노동조합의 사회 연대 전략’에서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노동조합이 사회 개혁의 주체로 다시 나설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제안했다.    

송호근 교수 “성장·고용·복지 균형 ‘황금삼각형’ 완성돼야 궁극적 성장”    

서울대에서 포스텍으로 자리를 옯긴 송호근 교수는 대한민국의 궁극적 성장을 위해서 ‘황금삼각형’이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가 강조하는 황금삼각형이란 성장, 고용,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세 요소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형태를 말한다.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그동안 정부 정책의 허점들에 대해 나름의 목소리를 내어온 송 교수는 “정부가 최근 주 52시간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놓았지만 현실과 정책 목표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며 “성장, 고용, 복지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송호근 교수는 ‘황금삼각형’론을 제시하며 “노동시장 개혁 및 발전을 위해선 성장, 고용, 복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금삼각형’ 전제가 없인 경제성장 힘들어”

송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10.9%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행되면서 노동시장 개혁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노동시장을 옥죄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까지 사업장을 반으로 쪼개려는 편법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는 준비한 제도를 만들어 도입하긴 했으나 노동 현장과 정책 목표의 괴리가 생기고 있다. 정부의 목표와 노동 현장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먼저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가에서 쓰고 있는 ‘노동 사무소의 활성화’다. 약 8000만 명의 인구가 있는 독일의 경우 전국적으로 노동 사무소 500개가량이 설치돼 있다. 현장에 있는 전체 노동자들을 세분화시켜 그들의 현황을 세밀히 파악하고 알맞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만 명 가량의 노동자가 있다. 알려진 바로는 한국은 노동사무소가 전국에 100개 정도에 그친다. 이마저도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근무제도 등이 도입되면 이렇다 할 상황 대처를 하지 못하는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정책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한국 노동자 10만 명씩 쪼개서 이들을 전담할 노동 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문제를 떠안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노동자 수를 세밀히 쪼개서 들여다 봐야한다”고 덧붙였다.두 번째는 ‘복지비용과 임금에 대한 균형’이다. 송 교수는 “정책이 변화할 때마다 고용주들이 급격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고용주가 새로운 제도, 정책에 익숙해질 때까지 복지비용과 임금에 대한 균형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복지비용을 높게 책정하면 그만큼 임금을 하향 조정하고, 반대로 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복지비용은 낮춰서 복지와 임금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그는 “복지와 임금이 모두 충족되면 좋지만, 당장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 둘 다 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고용주의 부담은 곧 노동시장의 경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복지비용과 임금에 대한 초기 협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노조가 자체적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방법이다. 그는 “연봉 1억 원씩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을 줄여서라도 해고되는 하청업체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며 “하청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단가를 인상시키는 조건을 달아 임금 동결 등의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청기업이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곧 성장으로 이어지며 복지가 늘어나게 된다. 그 복지는 결국 다시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송 교수의 황금삼각형 이론이다. 그는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이 황금삼각형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노동시장을 뒷받침할 제도 자체가 미비하니까 임금 조정 등의 양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세금 걷어서 복지에만 투입만 하는 모양새인데, 결국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정책을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로 구분해 정책 펼쳐야”

송 교수는 복지 정책을 펼칠 때에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특정 인구 집단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복지 혜택’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 예시로 청년수당과 공공산후조리원을 꼽았다. 그는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사회적응수단이라는 기능을 넘어 취업까지 가야 하는 디딤돌 복지”라며 “결국 보편적 복지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어야 하는 복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층에 특정 인구 집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복지를 깔아 놓고 그 위층에다가 선별적 복지를 쌓아 올리는 것이 순서”라면서 무상교복, 친환경 급식 등을 선별적 복지의 예로 꼽았다. 한 가지의 보편적 복지를 만들어 놓고 부가적으로 선별적 복지라는 가지를 쳐야 한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특수한 형태의 공익인지, 아니면 보편적 공익인지, 일반적인 공익인지를 기준으로 두고 구분해야 바람직하다”며 “정책의 기능을 어떻게 바꿔주느냐에 따라 복지 정책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는 사회적 임금…복지제공 민간 기업에 임금 올리라고 하지 말아야“

송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1999년 의약분업과 닮은꼴이라고 봤다. 당시 개인의원의 한 달 수입의 30~35%가 약값이었는데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한꺼번에 의약분업을 밀어붙였다는 것. 그는 당시 첫해 10%, 그다음 해 20%, 셋째 해 30%식의 3년 계획을 세워 의료계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고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의료계의 붕괴’가 일었다는 것이다.

“당장 2001년 3월 국민건강보험 적자가 3조5000억 원 발생하니까 보건복지부 장관부터 담당 실장, 국장, 과장, 사무관까지 5명을 모두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작 그걸 밀어붙인 사람은 당시 새천년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이었으니 엉뚱한 사람들이 욕먹은 거다. 200~300석 규모의 병원은 다 망했고 캐나다와 뉴질랜드로 이민 가는 의사가 속출했다. 성형외과처럼 비급여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전공의 과목만 돈을 벌고, 다른 데는 다 무너졌다. 현장을 모르고 밀어붙이면 반드시 왜곡이 발생한다. 나는 쭉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고 영세상인이 600만, 종업원 30인 미만 영세상공인이 300만, 합쳐서 1000만 명쯤 되는데 생존이 힘겨우니 당연히 고용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 장하성 실장이 내려오지 않으면 한국 경제 거덜 날 수도 있다.”  

송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공공서비스 분야의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문재인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시장과 민간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풀어가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는 소셜 웨이지(social wage), 곧 사회적 임금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복지를 제공하면 민간기업에 가서 임금 올려달라고 하지 말라고 해야 된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고용주에게 그 돈을 부담시키니 어떻게 고용이 늘 수 있겠는가. 최저임금 지원금도 고용주를 통해 지급하지 말고 종업원 개인에게 직접 줘야 한다. 안 그러면 고용주의 페이퍼 워크(paper work)만 늘어난다. 고용주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 대안은 유럽처럼 인구 10만 명 고용센터를 하나씩 만들어 관할지역 노동자의 실태에 맞춤형으로, 최저임금 이하로 돈 받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보태주고, 노동력을 잃으면 그에 상응하는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명인데 노동사무소가 70개에 불과하니 70만 명당 하나꼴이다. 노동사무소 기능을 확대해 최저임금, 실업급여 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늘리면 고용 창출이 되면서 기업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기업은 하나의 시민과 같아… ‘공유시민 정신’으로 나아가야”

송호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혁신의 용광로』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과 기업문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래 5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유시민 정신’을 핵심가치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유시민은 같이 살아가는 시민을 뜻한다. 이제부턴 기업들이 공익이란 개념을 애국심에서 시민성으로 전환하면서 사회와 상생(相生)하는 기업시민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송 교수는 조언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대기업들에게도 역시 공유시민 정신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기업도 일종의 시민과 똑같다. 기업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시민들은 이를 공유해야 한다”며 “결국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협력사와도 상생하며 동반성장을 통한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그는 국내 1등 기업이라 평가받는 삼성전자가 선두에 나서 기업의 바람직한 미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동 환경, 복지 제도, 환경 개선 기여 등 사회 공헌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무슨 모델을 내세우고 있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며 “정치권, 국민들에게 지탄받을까 봐 선도적인 모델을 선보이기는커녕 몸을 더 움츠리는 모습만 보인다. 삼성의 구심력이라는 게 자꾸 안으로만 들어가는 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삼성 등 굴지의 기업들이 사회적인 활동을 과감하게 하면서 기업의 바람직한 미래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기업도 한 명의 시민으로 구분하고 이들 기업이 공유시민 정신을 펼칠 수 있게 국민이 그 폭을 넓혀 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국민이 앞장서 나가는 기업들에게 비판과 지탄이 아닌 국민적 성원, 긍정적인 메시지 등 격려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혁신의 용광로』의 모델 기업은 포스코다. ‘심화된 철기시대’인 오늘날, 철은 모든 산업과 생활의 근간이자 주역이다. 1970년대 이래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화와 그에 따른 급속한 성장도 포스코가 만들어 낸 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허허벌판 바닷가에서 일어선 지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에 등극한 포스코, 그 앞에는 새로운 반세기의 도전과 과제가 놓여 있다. 밖으로는 중국 철강업체의 물량공세와 미국 정부의 압박, 안으로는 정신적 유산의 약화라는 위기에 직면한 포스코의 미래 성장전략은 무엇인가? 그들의 분석을 통해 21세기 한국 제조업과 기업문화의 미래를 점쳐 본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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