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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칼럼
"일자리수석이 차관불러 성과확인" 정부 부처 단기알바 급조
해당 부처들 "어떻게든 숫자 늘려달라"... 靑 압박에 산하기관에 읍소까지
기사입력: 2018/10/21 [19:1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양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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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업률은 높고 고용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한 나머지 ‘단기 일자리 급조’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단기 일자리 양산 대책'과 관련해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직접 단기 일자리 확보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10월12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단기 일자리 대책 논의를 위한 정 수석과 차관들 간에 면담이 잡혔다"며 "각 부처와 산하기관이 일자리 확보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자리"라고 했다.

공공기관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 정부 부처로부터 '청와대와의 면담 때 단기 일자리 확보 성과를 보고해야 한다. 어떤 고용 형태도 괜찮으니 연말까지 일자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보고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단기 아르바이트 숫자를 최대한 늘리라는 얘기인데, 결국 연말 고용통계 지표를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청와대의 압박을 느끼는 정부 부처들이 산하 기관에 '힘이 드니 단기 일자리 확보를 좀 도와 달라'고 읍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일자리 문제를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지난 8월 고용부진과 관련해서 "올 연말까지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청와대는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대해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에게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과 협의하며 일자리 창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공공기관 중 여력이 있는 경우 일자리를 창출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그 일을 하라고 일자리 수석실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기 일자리 양산이 그동안 청와대가 강조해온 "고용의 양보다는 질"이란 주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양과 질은 같이 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9월 고용동향에 관해선 "걱정했던 것보다는 다소 낫지만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통계청은 이날 올해 9월 취업자 수가 2017년 9월에 비해 4만5000명 늘어났지만, 실업자수는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실업률은 3.6%를 기록하면서 9월 기준으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1만명 이하에 머물렀던 지난 7, 8월 통계에 비해서는 다소 늘어났지만, 경기회복기에 나타나는 20만~30만명대의 취업자 증가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민간고용 한파에 '단기 일자리' 짜내는 공공기관들
기차역 짐 들어주는데 100명, 전셋집 찾아준다며 168명 채용
    

한국도로공사는 10월에 '고속도로 특별 환경 정비'를 실시한다. 한 달짜리 인력 971명을 뽑아 고속도로 주변에서 청소하고 잡초를 뽑고 배수로를 치운다. 한국철도공사는 연말부터 서울역 등에 대학생 도우미를 배치한다. 두 달간 총 100명이 승객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역 안내를 해주고 시간당 1만500원씩을 받아간다. 두 공공기관은 이러한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최근 보고했다.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단기 일자리 확대'를 독려하면서 그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자, 공공기관이 '단기 일자리' 만들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존 업무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투입되는 인원만 수배로 늘린 사례도 많다.

◆같은 일 처리에 인력 2배 투입하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혼부부 전세 임대주택' 당첨자를 위한 '주택 물색 도우미'를 도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원래 전세 임대주택 제도는 당첨자가 직접 집을 구해오면 LH가 그 집을 빌린 뒤 당첨자에게 싼값에 다시 전세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LH는 당첨자 대신 중개업소를 돌며 집을 찾아주는 도우미 168명을 뽑아 50일간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LH는 "월셋집이 늘어나서 전셋집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통계와 다르다. 지난달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4.1%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인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10월12일 국회 민경욱·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이 각각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철도공사는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를 신규 도입해 10일부터 모집 중이다. 정부의 '체험형 인턴'은 '채용형 인턴'과 달리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다. 철도공사는 이번에 1000명을 뽑아 석 달간 쓴다. 임무는 '역사 내 고객서비스 수행'이라고만 정해놨다.한국공항공사는 2019년 1~10월 '사회적 경제 실현 사업'과 '공항 서비스 강화 사업'에 총 642명의 단기 인력을 고용하기로 했다. 공항 이용자 대상으로 설문을 받는 인력을 두 달간 55명 투입하는 식이다. 똑같은 업무를 올해 같은 기간에는 275명이 처리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노인 675명을 뽑아 회사 주변 청소를 시키기로 했고, 한국석유공사는 청소와 구내식당 업무 보조 인력 75명을 뽑는다.

◆LH 5200명의 절반, 고용기간 2주 이내

고용기간과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LH는 단기 일자리 5200개를 준비했다. 그중 임대주택 계약 보조원 687명은 업무가 서류 접수와 정리 등인데 고용기간이 '하루'에서 최대 2주이다. 아파트 입주·하자 서비스 담당 2100명의 계약 기간도 '2주 이내'이다. 철도공사가 만든 환경 정화 일자리(20개)와 고객 안내 일자리(57개)는 시급 8350원에 하루 3시간씩 일하는 자리다.실업 럭비팀을 운영 중인 한국전력은 럭비 선수 2명 영입을 단기 일자리 내역에 포함했다. 철도공사는 역 출장 세차 서비스 요원 6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인권실태 및 영향평가 담당자' 5명을 2개월간 고용한다.모든 공공기관이 단기 일자리 확대 지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미 환경정비 인력을 부지면적 대비 적정 인력 채용한 상태로 (단기 인력) 추가 채용 불가"라고 보고했다. 석탄공사는 "신규 채용이 중단된 상태여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사업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했다. 올해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보다 8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480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하고 있다.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최저임금 3대 업종 31만명 줄어…구직단념자 55만명, 집계 후 최고
9월 취업자 '마이너스' 피했으나 체감고용은 악화…전문가 “민간고용 안늘면 비관적”
    

지난 9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만5000명 늘어 우려됐던 '취업자 마이너스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석 연휴라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반짝 효과'일 뿐,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다수의 경제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어, 고용 상황은 더 나빠질 개연성이 크다.   

◆추석 덕에 마이너스 모면    

취업자 증가 폭이 마이너스를 면한 것은 9월말 추석 연휴(9월 22~26일)가 일종의 단기 일자리 특수(特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로 인해 소비재 판매가 늘었고, 관련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취업자의 감소 폭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제조업 종사자는 지난 7~8월 각각 1년 전보다 12만7000명, 10만5000명씩 감소했으나, 지난달에는 4만2000명 감소에 그쳤다. 택배업 등 추석 관련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늘면서 일용직 근로자 수 역시 감소 폭이 둔화됐다. 7~8월에는 각각 12만4000명, 5만2000명씩 줄었지만, 9월에는 2만4000명 감소에 그쳤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들은 고용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지난달 취업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경비원, 환경미화원 등 저소득 근로자가 속해 있는 '사업시설관리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 감소했다. 도매 및 소매업(-10만명), 숙박 및 음식점업(-8만6000명) 등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영세 자영업 종사자들도 크게 줄었다. 반면 취업자가 늘어난 업종은 정부가 재정을 대거 투입한 공공 부문에 집중돼 있다. 지난달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는 1년 전보다 13만3000명 늘었다. 정부가 연간 수조원씩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는 농림어업 종사자도 5만7000명 증가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보조금을 대거 투입한 일자리가 취업자 증가를 견인하며 고용 성과를 부풀린 꼴"이라며 "민간 부문의 일자리 성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직단념자 50만명 돌파

지난 9월 실업자 수는 102만4000명으로 2018년 1월부터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돌파했다. 9월 기준으로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115만5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고용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구직을 단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최근 1년 이내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포기한 '구직단념자'수는 지난달 55만6000명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3.6%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했으며, 9월 기준 2005년(3.6%) 이후 가장 높았다. 잠재적 구직자 등을 포함해 실질적인 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1년 전보다 0.9%포인트 오른 11.4%로, 이 역시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9월 고용률(취업자 수를 인구 수로 나눈 값)은 66.8%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6월부터 고용률은 4개월째 하락 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취업자 증가 폭 둔화 현상을 설명할 때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며 방어 논리를 펼쳤지만, 고용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인구 감소 폭보다 취업자 감소 폭이 더 클 정도로 고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생산가능인구는 1년 전보다 6만3000명 감소했지만, 동일 연령 취업자 수는 이보다 많은 10만5000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부문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의 고용 상황도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 부문 단기 일자리를 급하게 만들며 고용을 쥐어짜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민간 일자리가 줄어드는 마당에 공공 부문 일자리만 늘리는 것은 결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 이하라면 3000명, 4만5000명 등 수치 변화는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에 빠진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갑자기 좋아지는 등 외부 요인이 없는 한 향후 고용 상황도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향후 일자리 전망은 암울하다. 우선 연말로 갈수록 10.9%나 오를 2019년 최저임금의 충격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19년 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자영업자나 사업주들이 미리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원래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고용 참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절적인 일자리 감소는 저소득층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가장 큰 근심거리는 내년에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더 둔화된다는 점이다. OECD, IMF 등 국제기구는 물론 국내 연구 기관들조차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기껏해야 2.6~2.7% 정도로 예상한다. 성태윤 교수는 "경기가 내려가면 고용 지표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같은 정책 수정은 외면한 채 세금을 써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만들도록 유도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행, ‘올해 취업자수 증가 목표치’ 또 하향 가능성
8만명에서 10만명 수준될 듯…年內 고용지표 개선 어려워
 

한국은행이 2018년 18만명의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를 또다시 하향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민간연구기관을 비롯해 국책연구기관은 정부가 밝힌 일자리 창출 목표치가 불가능하다는 경고성 전망을 수차례 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 차례 수정한 전망치마저 달성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10월18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를 고용 쇼크 장기화를 반영해 18만 명에서 10만 명 수준으로 크게 내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2017년말 ‘2018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밝힌 올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은 32만 명이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연초 이후 9월까지 월평균 10만382명으로 한은의 기존 전망(18만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 7∼8월 고용지표가 워낙 나빴던 데다 민간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0∼12월에도 고용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고용 전망이 10만 명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26만 명이었던 고용 전망치는 두 차례 하향 조정을 통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미 10월5일 기자단 워크숍에서 “국내 고용 부진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요인, 거기에 더해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평균 취업자 수 증가가 지난 7∼8월 수준에 그치면 수정치가 10만 명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 의원은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감소하는 것은 이미 2016년 12월 ‘장래인구추계(2015~2065)’가 발표된 이래로 예견된 사실이었다”며 “이를 고려해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놓고도 인구구조 탓을 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상용직 늘었으니 '고용의 질'도 향상?…제조업 일자리 4만2천개 줄어

정부, 33만명 증가에 "질적 개선"…1년 단기 계약· 파견 비정규직도 많아문재인 대통령은 10월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의 질(質)이 개선됐다.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12일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질 측면에서 개선 추세가 계속됐다"고 평가했다.정부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상용직' 고용확대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21만4000명 줄었지만 상용직은 33만명 늘었다. 질 나쁜 일자리는 줄고, 좋은 일자리는 늘었다는 게 정부 해석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용직이 곧 좋은 일자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상용직은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일자리를 뜻한다. 1개월 이상~1년 미만이면 임시직, 한 달 미만이면 일용직으로 분류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른 분류와는 다르다. 예컨대 '비정규 상용직'도 많다는 얘기다. 1년 계약직 사원이나 파견 근로자 역시 통계상으로는 상용직 근로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상용직 안에도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상용직이 늘었다고 반드시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상용직이 임시·일용직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인 건 사실이지만, 일자리 질 개선 여부는 임금 조건 등 다양한 지표를 봐야 한다"면서 "아직 일자리 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면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제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은데,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는 4만2000개 줄었다. 16만명이나 늘어난 보건복지·공공행정 일자리는 정부의 세금 지원에 의존하는 일자리라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2000년 이후로 단 한해도 빠짐없이 계속 늘고 있다. 임시·일용직은 경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상용직은 계속 늘어나는 게 장기 추세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 폭은 29만4000명으로 지난해(41만7000명)보다 적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늘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교통공사, 정부 가이드라인에 없는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부 “정부와 무관한 서울시 정책 어떤 근거로 전환했는지 따져봐야”
    
    
서울교통공사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無期)계약직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친·인척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이를 정규직으로 편법 전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2017년 7월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은 근로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 민간 파견업체 소속으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파견 근로자, 청소와 같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 등 3개 고용형태로 제한하고 있다.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 일한다는 평을 받는 근로자다.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도 향후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로 한정했다. 전환 방법으로는 공공기관이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형태, 사회적 기업과 같은 제3섹터에 흡수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서울교통공사처럼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포함돼 있지 않다. 대개 일반직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취업준비생 등이 몰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취업문이 좁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부문 인사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이어서 중앙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에서 문제가 된 전환 정규직은 기존의 무기계약직, 즉 사실상 정규직화된 근로자를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는 상관이 없는 서울시의 독자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예견하고 (정규직 전환을 노린) 불공정 채용이 우려된다”고 공기업 등에 경고했다. 고용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발표 직전에 채용된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전·현직 직원의 친인척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2017년 7월 이전에 채용됐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부정채용 경고와 공정한 평가 권고를 무시한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정규직 전환 심사위원회’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꾸려 추진해야 한다”며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문제는 인건비와 같은 예산 부문”이라며 “이는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지방교부세로 충당해야 할 텐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중앙정부가 그 과정을 들여다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정당했나"…11월 법원 판결 나온다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갈등을 둘러싼 법원의 첫 판단이 11월22일 나올 예정이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개정한 정관을 서울시가 인가해준 게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다.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윤경아)는 10월18일 열린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인가처분무효확인소송 3차 변론기일에서 “다음달(11월) 22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갈등을 묻는 질문에 "비리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등의 불씨 된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 계획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의 발단은 2016년 외주업체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한 ‘구의역 사고’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7월 서울시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내부 반발은 거셌다. 어렵게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공채 출신 직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 중 108명이 공사 직원들의 친인척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갈등은 ‘채용 비리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같은 달 공사 직원 403명과 공채에 응시했다가 탈락한 취업준비생 등 110명은 “개정안을 무효로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앞서 2월에는 “정규직화 정책으로 헌법이 규정한 평등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획일적 평등은 정의가 아니다” 호소문 돌린 공채 직원ㆍ취준생들     

10월18일 오후 3시 20분에 시작된 재판은 5분 만에 끝났다. 원고와 피고 측 모두 대리인만 참여했고, 이들은 각자 준비한 서면과 의견서만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들은 “특혜성 편법 전환이 있었는지 명백하게 밝혀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획일적 평등’의 결과는 정의도 아니며, 평등한 기회를 주는 사회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 조기현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는 고용을 편법으로 세습하기 위해 절차적 부정을 과감하게 저질러가면서 정규직 전환을 이루었다”며 “절대 실수나 누락이 아닌 의도적인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야권 “공공기관 전수조사… 청년 일자리 뺏은 고용세습 밝혀내야”
한국당, 국정조사 실시 강력 압박…바른미래 “평화당과도 國調 상의”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채용 문제를 짚겠다며 대여(對輿)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국당은 10월19일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고 바른미래당도 곧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키로 방침을 정했다.

◆김성태 “국토정보公도 정규직 전환…288명 중 19명 임직원의 친·인척”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청년 일자리를 약탈하는 민주당 정권의 일자리 적폐연대를 반드시 끊겠다”며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영혼을 빼앗아 간 문재인 정권의 고용세습, 일자리 도둑질을 명백히 밝혀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제(10월18일)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288명 중 19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비단 국토정보공사나 서울교통공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개연성이 충분한 만큼 전면적인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요구 및 검찰 고발·수사의뢰까지 포함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문재인 정권의 고용세습·불법채용·특혜채용 실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과도 협조할 것이고 민주평화당도 이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야당 공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가 10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양수 원내대변인, 김 원내대표,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늘 아침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도 상의했고 평화당도 기본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곧 국정조사요구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반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이 공정경쟁을 지향했는데 취업 비리 문제로 신(新)적폐를 쌓고 있는 데 많은 국민들이 분노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폭넓은 국민적 지지가 있는 만큼 민주당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감사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먼저”(이해식 대변인)라고 거부했다. 야권의 문제 제기가 여당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정치 공세라는 시각이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의혹은 아직까지 사실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파악한 후에 특혜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한국당은 막무가내로 권력형 비리나 게이트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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