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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

박길수 | 기사입력 2019/08/26 [06:00]
山처럼 항상 제 자리에 우뚝 버티며 서 있고 싶다

산(山)

山처럼 항상 제 자리에 우뚝 버티며 서 있고 싶다

박길수 | 입력 : 2019/08/26 [06:00]

 


山처럼 항상 제 자리에 우뚝 버티며 서 있고 싶다

 

은 중후(重厚)하고 과묵(寡默)하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형상 그대로 서서, 말없이 다정다감하게 지켜보는, 바로 나의 아버지 모습이다. 늘 정중한 엄숙함은 참된 신망(信望)과도 같아, 영원히 변함없을 듯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진 사람은 을 좋아한다고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과 같은 사람이 이웃을 속이는 일을 본 적이 없고, 이웃의 재물을 빼앗거나 훔쳤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으며, 이웃의 등을 밟고 더 높이 출세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은 녹색 가슴 활짝 드러내놓은 채, 우리 곁에 우뚝 서 있다. 먹구름 낀 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면서 거센 소낙비가 맹렬히 퍼부어대도, 은 우리 아버지가 그랬듯이, 의연히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설령 속으로 겁날지라도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일상의 파도를 헤쳐나가듯 우리 옆에 서 있다. 을 닮으면 좋겠다. 처럼 무게감 있는 신의(信義)로 언제까지고 한결같이 살면 좋겠다. 설사 생각하지 못했던 두려움이 쓰나미처럼 엄습해 밀려와도, 절대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면 좋겠다. 처럼 항상 제 자리에 우뚝 버티며 서 있고 싶다.  

 

은 별도 없는 깜깜한 밤에 홀로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는 법이 결코 없다. 간혹 지난날을 회상(回想)하며 뼛골까지 사무친 애달픔이 솟을지라도, 은 드러내며 그립다고 말하는 법이 절대 없다. 그 누구라도 지난날의 그리움은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사노라고 은 침묵으로 보여주는 듯싶다. 한여름 불볕더위에 초록의 겉껍질 다 내보이며 풀포기 하나까지 축 늘어진다고 해도, 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고, 애증(愛憎)의 표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달이 진 고요한 밤하늘 별들이 서로 재잘대는 먼 나라 이야기를 세세히 엿들으면서도, 은 시치미 뚝 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다. 은 침착하면서도 인정(人情)이 많으셨던 바로 나의 아버지와 정말 똑같이 닮은 듯싶다.

 

은 고독(孤獨)을 자신의 가슴속에 깊이 감추고, 그냥 일상처럼 생활화해 왔을 듯싶다. 안으로 모두 품은 채, 고독마저 삶의 놀이처럼 즐기는 듯싶다. 가끔 계곡을 타고 놀러온 산들 바람이 살랑살랑 귓속말하다 휘휘 몰려가 버려도, 바람이니 그럴 수 있다며 헛기침 소리 한 번도 내지 않는다. 잠 못 드는 산짐승들이 저희끼리 타시락거리며 낄낄대는 소리도, 은 관심없는 체 가만히 듣고만 있다. 일부러 끼어들지 않아 오히려 흡족하다는 듯, 그들 모두를 따뜻이 감싸고 있다. 지난 추억이 아무리 그리워도 가슴 아파하는 일은 전혀 소용 없다고 알고 있는 듯, 은 별빛 희미한 하늘을 향해 허리만 곧추세운 채, 흔들리지 않고 서 있다. 속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소리 없는 미소를 홀로 지으며, 스스로 마음을 한가로이 달래고 있는 모양이다.

 

에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온갖 새들은 노래한다. 크고 작은 들짐승들이 뛰어다니며, 맑고 시원한 샘물도 솟아난다. 이것이 되고 저것이 안 되는 일이 없으며, 푸른 자유로움 속에서 모두 다 함께 살아간다. 숲속의 한 일원으로 조화와 균형의 생태계에서 서로 어우러져 같이 살아간다. 포근한 아버지 품처럼 편애 하거나 편애 받는 일 없으며, 편가름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일 또한 있을 수 없는, 이곳이 모두가 염원하는 열반(涅槃)의 세상일 듯싶다. 누구나 꿈꾸어 온 진정한 의미의 유토피아가 바로 이런 곳일 듯싶다.

 

더불어 모두가 같이 사는 그곳에서, 나도 사랑하는 아내를 업고 가서 함께 살아야겠다. 병든 아내를 치료하고 재활하면서, 꿈결과 같은 사랑을 노래하며, 다정하게 부둥켜 안고 살아가야겠다. 감미로웠던 우리 추억을 처럼 마음속 저 깊이 간직한 채, 가련하고 어여쁜 아내를 꼭 껴안고 과 같은 마음으로 속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볼을 비벼가며 끝까지, 살아가야겠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삶은 모든 종교생활의 귀감이 되는 듯하다. 이에 모든 종교를 다루는 매일종교신문에서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이란 제목을 달아 연재를 시작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격려와 응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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