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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슈필라움

박길수 | 기사입력 2019/09/21 [09:56]
우리 부부 슈필라움은 동네 작은 김밥집, 그리고 하늘 맞닿은 아파트 옥상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슈필라움

우리 부부 슈필라움은 동네 작은 김밥집, 그리고 하늘 맞닿은 아파트 옥상층

박길수 | 입력 : 2019/09/21 [09:56]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삶의 케렌시아 또는 슈필라움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을 나이와 상관없이 즐기면서 살고자 하는 것 같다.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의미하며,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나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의미하는 단어이며, 비슷한 의미의 슈필라움(Spielraum)이라는 말 또한 활동의 여지나 여유 공간을 뜻하는 독일어로, 불안 없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기 공간이나 그 일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정년퇴직을 할 때 귀농을 계획했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조상현 씨는 준비해뒀던 시골 텃밭에서 한동안 열심히 일했다. 아름다운 시골길 맑은 공기에 심취해, 300여 평 되는 텃밭에 조립식 전원주택도 지었다. 그리고 처음 반년 정도 그는 전원생활에 흠씬 젖어 들었다. 그러나 6개월가량 지나면서, 사회와 동떨어진 시골의 삶이 점차 짜증 나고, 말동무인 이웃 노인마저 돌아가자 마음이 힘들어져, 그는 마침내 전원생활을 접었다. 온종일 땅만 일구며, 고되고 쓸쓸하게 지내는 전원생활보다는 사람 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삶이 자기에게는 더 적합하다고 알게 된 것이다.

 

바로 미용학원에 등록하였고, 그는 미용사가 되어 지금까지 3년째 그 일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블로그 기사에서 본 교장 선생님 조상현 씨의 슈필라움은 동네 작은 자기 이용원인 듯싶다. 그곳에서 그는 사람들 머리를 깎아 잘 다듬어 준다.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이제는 과거처럼 불안이나 의무감에 짓눌리지도 않고 하루하루 즐겁다고 했다. 정년퇴직이 없어, 건강만 허락하는 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활동 공간인 그의 슈필라움에서 그는 행복하게만 보였다.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고 편안한 일상 속에서 즐겁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활동 공간인 슈필라움이 귀농이나 귀촌이라는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씩 변하며 바뀌면서, 다양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작가는 인적이 드문 바닷가 적막한 별장 같은 슈필라움에서 아무런 간섭 없이 몰입하여 그림을 그리고, 명상과 독서도 즐기면서 한적하게 살고 있다는 블로그 기사도 봤다. 지금까지 삶과 그동안 지나쳤던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좋아하는 그림과 창작 활동에 열중하며,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자기만의 슈필라움에서 행복한 꿈에 젖어있는 사람인 듯싶다는 생각이 나는 들었다.

 

우리 부부 슈필라움은 동네 작은 김밥집, 그리고 하늘 맞닿은 아파트 옥상층

 

우리 부부가 퇴직후 가볍게 같이 일하며 두 사람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생각했던, 처음 자유로운 활동공간인 슈필라움이 시내 변두리 동네에 있는 작은 김밥집이었다. 그러나 일상 여유공간이었던 그 김밥집에서 아내는 뜻밖에 병으로 누워버렸고, 나는 그녀가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바라던 시내 아파트 옥상층 새로운 슈필라움으로 운좋게 옮겨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해 나는 바로 아내의 요양보호사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업고, 파란 하늘이 맞닿은 편안하고 아늑한 둥지에 우리 삶의 새 슈필라움을 튼 것이다. 아내와 오전 오후 한 차례씩 나들이하듯 연애하듯 꼭 붙어 재활운동을 하면서, 나는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 이제서야 무지개빛 행복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생계를 위해 아침 저녁 몇 시간 일하러 나갈 때 외, 우리 둘은 언제나 손을 꼭 붙들거나, 껴안거나, 마주 바라보면서 끝없는 별나라 이야기에 정신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슈필라움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할 수도 있을 듯싶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살면서, 일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려는 삶의 활동공간인 슈필라움의 진정한 의미는 변함이 없을 듯싶다. 나는 우리 부부 둘의 새로운 보금자리 슈필라움에서 살아있는 날까지 일을 나다니면서, 내 아내를 성심성의껏 애지중지 돌보고 사랑할 것이며, 그녀와 끝까지 오래오래 같이 살아가야겠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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