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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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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화광동진(和光同塵)
사람들과 먼지처럼 어우러져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장년의 삶
기사입력: 2020/02/01 [12:5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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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사니 사람들 속으로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파란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섞여 신호등 색이 바뀌는지 쳐다보고 있을 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여유로움을 비로소 찾은 듯싶어 좋다.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친구 쪽으로 허리를 한껏 비틀어 쑥스러운 척 숨는 시늉을 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덩달아 즐거워지는 행운도 맛볼 수도 있는 듯싶다. 무슨 말을 나누는지는 잘 몰라도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하얀 깃털처럼 부드럽고 경쾌하다. 뭐가 그리 좋을까. 옆에만 있어도 신난다. 그들에게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색 빛 청춘의 열기를 이제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행복은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일임이 틀림없다.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자마자 키가 크고 안경낀 한 청년이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TV에서 본 듯한 날렵하고 힘찬 표범의 질주를 보는 듯싶었다. 힘이 남아돌아 어쩔 수 없을까. 넘치는 정열을 쏟아내야 하는 모양이다. 그는 내 자전거를 순식간에 앞질러 멀어졌다. 겨우 뒤따라 가보니 저만큼 앞으로 버스 정류장이 보였고, 승객을 다 태운 노선버스 한 대가 천천히 출발하고 있었다. 그는 그 버스를 타고 늦지 않게 도착할 곳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렇게 훤칠한 청년이 자기 차를 몰지 않고 버스를 타는구나. "5년간 1억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청소차를 운전하는 젊은 지방직 공무원" 생각이 나고, 듬직한 그 청년도 소탈하고 겸손하게만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내 일상의 하루가 마치 처음 겪어보는 신선한 세상살이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아름다운 공원의 정겨운 이웃 속으로 나들이 나온 듯한 기분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유모차처럼 생긴 노인 보행기를 꼭 붙들고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할머니는 허리가 많이 굽었다. 딸네 집에 다녀오는 모양이다. 10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다 발을 헛디뎠는지 홀로 뒤처져 버렸다. 건널목 중간에서 신호등은 이미 빨강색으로 변하고 말았는데, 할머니만 도로 한가운데에 남고 말았다. 물밀듯이 몰려들던 수많은 차들이 순간 하나같이 정지했다. 어디 있다가 나타났는지, 교복을 입은 키 작은 중학생 아이가 뛰어 들어가 할머니 한쪽 팔을 부축했다. 중년 부인 두 분이 그분 딸처럼 합세했고, 허리 굽은 할머니는 긴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수많은 차량은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들은 또다시 분주하게 오고갔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이 모두 노약자 편인 모양이다. 위기에 처한 할머니를 도우려고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간 중학생 아이의 당당한 모습을 나는 그날 마음으로 보았다. 담임 선생님의 평소 모습이었을까. 오던 길을 되돌아가 할머니를 부축한 두 분의 아주머니가 마치 그 할머니 딸처럼 느껴져 참 보기 좋았다. 엄마 누빔패딩 자락을 잡아당기며, 발을 동동 굴리던 내 손녀 또래 아이는 "할머니 다 건넜다!"며 좋아서 깡충깡충 뛴다. 내 손녀 지율이처럼 엄마 옷자락을 꼭 붙들면서. 아이의 빨간 털장갑이 앙증맞기만 하다. 모녀는 지율이네처럼 친구 만나러 키즈 카페에 가던 길에 허리 굽은 유모차 할머니를 본 모양이다. 무사히 건너오는 할머니 모습에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더니, 엄마 옷자락을 다시 잡고 갈길을 재촉한다.

 

사람들과 먼지처럼 어우러져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장년의 삶

 

아내가 아파 눕고, 나는 섭생(攝生)의 삶을 살 기회를 얻을 수 있게된 듯싶다. 장애인 활동을 지원하거나 몸이 불편한 노약자의 요양보호가 내 직업이 되었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온몸을 나대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사람들과 교류하고 호흡하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환경으로 내 일상이 바뀐 것이다. 노자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먼지처럼 어우러져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장년의 삶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야 내 눈에 이웃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고,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듯하며, 누그러진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쳐다볼 수 있을 것 같다. 화광동진(和光同塵)이다. 고마운 내 환경의 변화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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