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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마을신앙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7/03 [15:41]
부족 국가시대부터의 공동신앙, 災禍 풀려나고 풍농·풍어 기원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마을신앙

부족 국가시대부터의 공동신앙, 災禍 풀려나고 풍농·풍어 기원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20/07/03 [15:41]

 

 

원시 부족 국가시대부터의 공동신앙, 災禍 풀려나고 풍농·풍어 기원

 

마을신앙이란 한 마을이 단위가 되어 행하여지는 신앙형태를 말한다. 마을은 다수의 부락민이 생활하는 공동체 공간이며 전통사회의 중요한 공공생활 장소이기도 하다.

 

마을신앙이라고 하면 일정지역을 경계로 부락민이 믿고 행하는 모든 의례적인 신앙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마을에 초상이 났을 때는 모든 사람들은 혈연과 관계없이 모두 금기를 지킨다. 예를 들면 빨래를 하지 않거나 마을에 예정된 혼례식 등을 연기하거나 한다. 출산이나 초상 등 길흉사가 마을 공동의 감정으로 확대된다.

 

부정을 함께 탄다는 등의 사고는 공동체의식의 표출이다. 마을신앙은 집단에 의한 공동신앙의 한 유형으로 공동신앙은 원시 부족 국가시대부터 두루 행해졌다. 이러한 원시 제의는 모두 농경을 기반으로 하는 풍작을 하늘에 있는 천신에게 기원하거나 추수에 대한 감사드리는 동시에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집단적 공동제의였으며, 이러한 부족 단위의 제의는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사회가 세분화됨에 따라 각각의 부락단위로 토착화되어 마을신앙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부락민은 혈연을 초월하여 동일 지연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공공의 생활을 영위한다. 따라서 촌락 안에서는 친족과 이웃관계를 포함하는 복합적 사회, 경제, 종교적 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마을 밖 사람은 강하게 배제한다. 마을제사인 동제는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하는 제의를 말하며 동신제라고도 한다. 동제는 일본인 학자들은 동제를 부락제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서 붙여진 명칭일 뿐,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명칭은 동제또는 동신제이다. 동제의 목적은 모든 부락사람들이 질병과 재화로부터 풀려나고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동신의 명칭은 산신제’·‘서낭제’·‘용신제로 불러지기도 하고 특히 중부지방에서는 도당굿으로 불렀다. 호남지방에서는 당산제’·‘당제라고도 하는가 하면, 제주지방에서는 당굿이라고도 한다.

 

동제의 명칭은 대체로 산신·서낭신·토지신·용신·부군신·국수신·천신 등이 많고, 지역에 따라 왕신을 모시는 경우가 많은데 공민왕신·태조대왕신[이성계]이 주를 이루고, 장군신으로는 김유신·임경업·남이장군신 등을 모시기도 한다. 도령신으로는 노산부원군인 단종을 섬기는 경우가 많다.

 

동제의 역사는 문헌기록을 통하여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나 후한서』 「동이전과 같은 문헌 기록을 통해 삼한의 제천 행사에까지 소급하여 올라갈 수 있다.

 

이 제천행사는 봄에 씨를 뿌릴 때 하늘에 제사하고,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나서 하늘에 제사하여 잘 된 농사에 대하여 하늘에 감사하는 국중대회로서, 연일 음주와 가무한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규모가 큰 동제와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제사의 시기는 정월 초이틀이나 사흘에 지내는 마을이 있고 대보름 첫 시간인 자정에 지내는 마을도 있다. 기타 군왕이나 장군 등 인신을 동신으로 모신 동신당에서는 그 해당 인물의 탄신일이나 기일에 제를 올리므로 시기가 다를 수 있다. 동제는 산고사’·‘동고사’·‘별신굿’·‘장승제’·‘용궁맞이’·‘풍어제’·‘배서낭굿등의 명칭으로 그 지역의 생태적인 조건에 따라 붙여진다. 제의 방법도 마을 사람이 제관이 되어 행해지는 경우와 무당과 같은 전문적인 사제자가 주관하는 굿 형태가 있다. 중부 지역의 도당굿, 서해안의 풍어제는 무당이 제주가 된다. 제주도의 경우 당굿 은 전문적인 사제자인 심방이 주재한다.

 

육지에서는 주로 마을의 무사와 풍농을 기원하는 풍농제를 지내는 반면, 어촌에서는 마을의 무고와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낸다. 별신굿의 경우 풍어제로서의 별신굿과 풍농제로서의 별신굿이 각기 있다.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마을제는 당제(당산제)와 당굿(당산굿)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당제는 부락에서 부락민 회의를 열어 제관을 선출하고 동신당에 제를 올리며, 당굿은 대대적인 동제로 무당을 불러 굿으로 마을신에게 제의를 올리는 것이다. 당제는 유교관습에 다라 유가의 제례(초헌과 아헌·종헌의 삼헌과 독축)에 준하고, 당굿은 재래의 무속제의이다. 당굿으로 마을제를 올리는 마을의 신당에도 먼저 당제부터 지내고 당굿을 지냄으로서 유교식과 무속이 복합된 이중적 제의 형식이 된다.

 

부락제는 의례를 주재하는 제관에 따라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를 가지며, 호남 지방에서는 유교식 제례의 형태와 유사한 의례가 일반적이다.중부와 북부지방에서는 무당이 주재하는 굿이 일반적이다. 제주에서도 심방(무당)이 주재하는 당굿이 일반적이고 동해안에서는 무당의 굿을 하는 마을들과 유교식 의례를 하는 마을들이 혼재한다. 마을제는 마을의 생태적인 조건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으로 대부분의 의례들이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전북 위도의 당제의 경우 원당제와 용왕제로 나뉘는데 원당제는 남성 중심이며 무녀가 굿을 하는데 비해 용왕제는 여성이 중심이 되고 띠배 보내기 등의 바다에 대한 의례가 포함된다. 전남 완도에서는 남성 중심, 마을 유지 중심의 유교식 당제 후에 마을 사람들 전체가 바닷가에서 간단히 상을 차리고 용왕을 흠향시키는 도제를 행한다.

 

서울과 경기지역 도당굿의 경우 마을 유지들이 제관이 되어 제례를 치른 후에 주재자가 무당으로 바뀌고 굿으로 전환된다. 제주도의 포제와 당굿도 비슷한 경우이다. 포제는 남성의 유교식 제례인데 비해 당굿은 심방이 주재하는 굿이다.부락제가 무사하게 이루어지도록 모든 마을사람들은 부정을 가리고 금기를 지키며 성스러운 시간과 공간을 설정한다. 동제는 신앙적인 의의로서 심적 유대와 단합을 이루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들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금기를 어기면 부정이 들어 병이 돌고 마을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였다. 동제는 마을 사람들의 심적 유대와 단합을 촉진시키면서 소속감을 공고하게 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정통성의 계승이라는 관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동제는 오랜 역사를 지켜온 공동운명체라는 자기 소속감을 다시 확인시켜 옛 조상들이 살아온 본()을 이어간다. 이 같은 본은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서 생활 모습을 그대로 이어 사회 변동 속에서도 제동 구실을 함으로써 마을의 전통이 사회적 전통성으로 이어진다.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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