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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 '생활의 발견'●죽음 이후
죽음은 나이와 관계없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기사입력: 2020/09/18 [09:1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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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나이와 관계없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국산문 분당반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은 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다. 박재연 저자의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일지라도배려와 가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을 선물받고, 집으로 돌아와 한달음에 읽어 내려갔다. 나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우리는 누구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육체가 퇴화하며 쇠약해 지고, 마침내 소멸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인생의 열차에 서 내려야 할 때가 오면 거부할 수도, 반항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왔을 때, 죽음을 체험하는 아슬아슬한 일이 정신, 육체에 침투되어 일어난다. 올해 봄, 남편으로부터 슬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 뜻밖이란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던 일이다. 앞집에 사는 동네 후배가 어제 오후 집에 혼자 있다가 심정지로 세상을 등졌다는 비보였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너무 놀라 가슴이 떨려왔다. 그는 오십 대 중반의 순박한 모습. 가끔 우리 집에 놀러와 아카시아나무 아래 있는 평상에 앉아 남편은 막걸리, 그는 독특한 애주가로 소주에다 요구르트를 타서 마신다. 천여 곡의 가요가 저장된 소형 라디오를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을 즐기곤 했다.

 

그가 고인이 되기 이틀 전. 아침 8시쯤, 집 앞에서 만났다. 부인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하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원에 데려다주러 나왔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달달한 부부 의 모습이었다. 엊그저께 보았던 사람이 갑자기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그는 수년 전부터 건설 현장의 부산물을 치우는 청소 대행업을 시작했다. 청소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부산물을 함께 치우는 등 미래를 함께 나누며 살아왔었다.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조심하라고, 얘기해주거나 혹은 치워주는 그런 친절이 깔린 사람이었다.

 

죽음으로 몰고 간 연유를 그의 친구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한 달 전, 그는 인근 어머니 집 앞에 있는 땅에 공사 후 생긴 부산물을 묻어놓았는데, 그것을 목격한 사람이 땅 주인에게 이 사실을 고해바쳤다. 천여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거라는 암시와 경찰서의 출석 통보를 받아놓고 있었다. 경찰서를 가본 일이 없던 그는 출석 통보를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불안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몸과 마음은 몹시 지쳐있었고, 그것이 원인이 되었다.

 

마음이 유약한 사람이 갑자기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 성급하게 속단해버리고, 멀리 보는 안목 없이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한다. 앞날의 일을 혼자 예견하고, 오늘뿐인 것처럼 생각해서 심한 스트레스의 함정에 빠진다. 거기서도 침착하면 헤어날 수 있는데, 불안감에 허우적거리다 죽게 되다니.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해결되기도 한다. 그의 죽음이 안타까운 건 인간관계에 있어 해결하지 못할 문제란 없는 것인데, 사전에 상의라도 했었으면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착한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천국으로 가는 환송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의 웃음을 잃지 않던 환한 모습이 영정 사진에 겹쳐진다. 이제 걸쳤던 모든 것을 벗고, 빈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령, 외로운 그 길이 그가 바라던 길이 아니었다 해도 슬픔은 남아있는 이들의 몫이다. 죽음의 그림자는 절대로 지워낼 수 없고, 거부할 수도 없는 힘으로 가슴에 허무의 찬바람을 만든다. 그를 다시 볼 수 없음에 부인이 온몸을 비틀며 통곡하는 것을 보니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다. 남은 이들은 지친 마음을 추슬러야겠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놓기도 하고, 남겨놓은 것들을 모두 태워 없애 버리는 것도 모두가 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려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 어떤 죽음 앞에서 나는 죽은 뒤의 일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슬픔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물음표를 가져다준다. 죽음을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불가항력의 거대한 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갑작스레 잃을 수도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현명한 일일 것이다. 머지않아 나의 생명과도 이별해야 하고, 모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져야 한다. 나의 소유물이나 시간과도 작별해야 한다. 정들었던, 이 세상과도 작별해야 한다. 그렇 게 운명의 시간은 서서히 다가온다. 결국, 모든 소유를 버리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복이 스며있는 편안한 죽음이 되려면, 죽음 무렵에 고통이 없이 잠자듯 홀연히 가고 싶고, 죽음을 앞둔 노년에 가서는 불안이나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없이 미워하는 증오심도 없이 외롭지 않게 죽고 싶다. 내 이름 한 번 불러주는 사람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죽는 것은 슬픈 일일 테니까.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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