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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산본 전통시장에서

박현선 | 기사입력 2020/10/20 [08:06]
왁자지껄 활기찬 시장에서의 장보기 단상

박현선 ‘생활의 발견’●산본 전통시장에서

왁자지껄 활기찬 시장에서의 장보기 단상

박현선 | 입력 : 2020/10/20 [08:06]

왁자지껄 활기찬 시장에서의 장보기 단상 

 

황금연휴로 온통 도로는 자동차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연휴의 달콤했던 휴식이 있었던가? 상황에 따라 출동하는 119 소방대원이 사고 현장을 뛰어가듯 화성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호출이다. 돌아오는 길에 십수 년 마음의 고향이었던 산본을 찾았다. 수리산 아래 위치한 산본(山本)산밑이라고 불리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어머니의 품 안처럼 온화하며 포근하다.

 

우선, 살아있는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곳 산본 전통시장의 거리로 나섰다. 초여름 한나절 약간의 따가운 햇빛 아래 시장은 넘실넘실 오색빛깔 조각들이 모여들듯 사람들이 각가지 색깔의 꽃물결로 수를 놓았다. 입구에서는 시크한 모습의 이름 모를 무명가수가 기타를 치며 흘러간 가요를 부르고 있다. 그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왜! 시장을 왔는지? 잊은 채 흥겹게 장단을 맞추며 얼굴엔 웃음을 머금은 모습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 메모한 종이를 꺼내 들고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약재를 파는 가게이다. ()님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헛개나 무, 대추, 결명차, 칡 말린 것을 나의 방식대로 저녁에 저온 조리기에 달인 물을 식혀 냉장고에 넣어놓고 매일 마시고 있다.

 

두 번째로 들르는 곳은 생선가게다. 작년 집 앞 살구꽃 필 무렵 칠십 년 나이테를 가진 목조 주택인 우리 집 창고에다 눈처럼 하얀 길거리 출신의 고양이가 산실을 차리고 새끼를 낳았다. 십여 일 동안 새끼를 돌보다 어미 고양이는 매정하게 소리 없이 그렇게떠나버린 후 새끼 고양이들은 우리 가족이 되었다. 흰 고양이는 가끔 먹잇감을 대문 틈으로 넣어주는 앞집 마음씨 고운 아가씨가 수호천사로 지어 수호라고 부른다. ‘사랑’ ‘아랑세 녀석 모두 생선 머리나 뼈를 제일 좋아한다. 구워주면 폭풍 먹방을 하고 나서는 때굴때굴 구르며 애교를 부릴 때는 자식을 키울 때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세 번째로는 취직한 지 얼마 안된 아들의 삐쩍 마른 뒷모습이 생각나 토종닭을 사기 위한 정육점이다. 주인아주머니가 토실토실한 닭을 포장해주었다. 황기, 수삼, 엄나무 등 정량의 재 료를 넣고 끊이는 방법, 효능을 종합선물세트와 같이 줄줄이 말해준다. 콜레스테롤이 적고 필수아미노산이 들어있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나 노령자 특히 어린이가 성장할 때 두 뇌 발달에 좋다는 맛깔스러운 말의 고마움을 눈웃음으로 대신 한다.

 

마지막 목적지는 시장 끝자락에 있는 자그마한 마트인데 가끔 들르는 곳이다. 아침이면 텃밭에서 키운 케일이나 양배추를 꿀과 콩가루, 우유를 넣어 갈아 마시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마트에 들어서니 육십이 좀 넘어 보이는 주인아저씨가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진열된 위치를 물으니 웃으시며 친절하게 알려주어 기분이 좋아진다. 몇 가지 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고 마트를 나와 걸으며 받은 영수증을 확인하니 꿀의 가격이 두 배로 계산되어 있었다. 다시 종종걸음으로 가서 꿀 가격이 잘못 계산 되었네요.”라고 말하니 정확히 계산되었다고 한다. “아침에 꿀을 우유에 넣고 갈아 먹어 잘 아는데요! 이 가격이 아니에요!” 주인 아저씨가 다른 꿀로 착각했다고 얼버무렸다. 다시 영수증을 끊어 받았다. 사과 한마디 없이 당당한 주인아저씨의 태도에 기분이 씁쓸해진다.

 

이 경우와는 다르지만, 예전에도 저녁 무렵 복숭아를 산 적이 있었다.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주어 집에 와 꺼내보았다. 절반 정도 썩은 복숭아가 들어있어 버린 기억이 떠올랐다. 제법 가격이 저렴하고 물건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 시장에 오는 것을 즐겨한다. 장사의 고단함을 알기에 나름의 배려로 시장에 올 때는 현금을 준비한다, 깎지 않으며 물건을 살 때도 미소로 대하며 가게 주인들과 담소를 나누곤 한다. 하지만 속임을 당할 때는 사소한 것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다시! 왁자지껄 활기찬 시장 안의 저마다 한 보따리씩 짐을 든 사람들 틈에 끼어서 우리 가족 먹거리 향연 속으로 빠져든다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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