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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희망을 더 많이 기록했던 내 힘겨운 날들...

신민형 | 기사입력 2021/03/16 [21:26]
이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순수 아름다움으로 기록

용기와 희망을 더 많이 기록했던 내 힘겨운 날들...

이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순수 아름다움으로 기록

신민형 | 입력 : 2021/03/16 [21:26]

이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순수 아름다움으로 기록

 

살아온 날 돌아보니 힘겹고 아픈 날들에 더 용기와 희망을 기록한 거 같다. 삶의 고통까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놓는 지혜와 감수성도 깊었다. 당시의 단상 기록을 반추해보면 경이롭다.

 

삶을 포기하는게 사는 거 보다 낫겠다싶을 정도로 수난을 겪고 있을 때인 거 같은데 내 인생에서 가장 편한 지금보다 여유와 감수성이 넘쳐 난다.

 

아내와 섬진강 매화 꽃구경 갈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김용택 시인의 시들은 어찌 떠올려졌을까. 시인의 처절한 서러움은 왜 그다지도 아름답게 내 마음을 적셔주었을까.

 

생활의 고통을 나누고 있었던 애들에게는 무슨 여유로 천연덕스럽게 시인의 유머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나 찾다가/텃밭에/흙묻은 호미만 있거든/예쁜 여자랑 손잡고/섬진강 봄물을 따라/매화꽃 보러 간줄 알그라.'

 

섬진강 도착한 날, 어머니 임종 지켜야한다는 소식 듣고 매화 꽃 구경도 못하고 황급히 올라왔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오히려 실컷 꽃구경하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은 날로 기억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노란 산수유를 보는 날, “세상에 아픔없이 피는 꽃과 사람 없다며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고 희망, 용기를 채웠던 날도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다. “앞으로도 많은 봄날과 산수유를 감상하고 싶다는 바람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신기하다.

 

오늘 광교산 산책을 하며 매화꽃과 산수유를 보았으나 당시와 같은 감흥은 일지 않는다.

 

내 아픔 헤치고 달래는 지혜는 터득했지만 타인의 아픔은 전혀 공감못한 채 지나온 세월이다. 내 아픔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아픔만 붙들고 있는 거다. 그 관성에 젖어 타인을 위해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감수성은 엄두를 못낸다. 또한 아름답고 신비한 꽃을 보며 지순한 기쁨과 희열을 기록할 마음 채비는 더욱 힘들어진 거다.

 

광교산 1.

이제 나의 아픔을 치유할 필요가 없어 삶의 기록이 뜸해졌다는 핑계를 벗어던지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것을 희망과 용기,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한편 순수한 아름다움과 희열을 마음으로 느끼고 기록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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