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서양문화와 불교-⑬ 그리스 불교사원과 승려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1/03/22 [08:08]
헬레니즘은 인도 불교사상과 융합, 대승불교 태동에 영향 미쳐

서양문화와 불교-⑬ 그리스 불교사원과 승려

헬레니즘은 인도 불교사상과 융합, 대승불교 태동에 영향 미쳐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1/03/22 [08:08]
▲ 간다라 최대 불교사원, 타흐티바히(Takht-i-Bahi, ‘시원의 왕좌’ 유적. 이 사원은 그리스와 파르티아(이란) 승려들이 거주했으며, 인도-그리스 왕국의 메난드로스 왕과 쿠샨제국의 카니슈카왕의 후원을 받았다.  

  

헬레니즘은 인도 불교사상과 융합, 대승불교 태동에 영향 미쳐 

 

중앙아시아는 한때 불교가 전성기를 구가한 적이 있다. 인도에서 불교가 생겨났지만, 불교는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동점, 동아시아의 주류 종교로 성장했다. 불교가 그리스-박트리아 왕국과 인도-그리스 왕국에 전파된 것은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대왕의 불교전도승 파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트리아 간다라 카슈미르 지역 등지에는 알렉산드로스 동방 원정 이후, 그리스인들이 이주해서 살고 있었다. 이 지역에는 당연히 그리스 계통 불교승려들이 불교를 전파했다. 아소카 대왕 때의 그리스계통 유명승려들은 다르마락시타(Dharmarakṣita),마햔티카(Mahyantika)와 마하락키타(Maharakkhita) 등이다.

▲ 구자라트 주의 주나가드 시. 과거에는 요나가드(그리스인의 도시)였다.

 

다르마락시타 비구는 지금의 인도 서북단 지역 그리스인들을 대상으로 활동했는데, 특히 구자라트주의 주나가드는 요나가드(Yonagadh)라고 해서 그리스인의 도시란 뜻이다. 다르마락시타 비구는 아기칸도파나(앙굿따라경, 증일아함경)를 설했는데, 인간의 번뇌 망상을 불과 비유하여 빨리 불속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설법을 했다. 스리랑카의 역사서인 마하왕사(大史)에 따르면 37,000명을 불교로 개종시켰고, 수천 명이 출가하였다고 한다. 밀린다왕문경에 등장하여 메난드로스 왕과 문답을 했던 나가세나 비구는 다르마락시타 비구의 제자였고, 나가세나 비구도 그리스계통 승려였다.

 

마햔티카는 카슈미르와 간다라 지역에 파견됐던 그리스인 불교승려였으며, 마햔은 마하(크다 )의 의미이며, 안티카는 안티오코스라는 그리스인들의 흔한 이름이다. 카슈미르와 간다라 지역은 헬레니즘이 강성했던 그리스 식민지였다. 마하락키타 비구는 지중해 그리스 본토까지 불교미션을 떠났던 승려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그리스 왕국의 메난드로스 왕 후원 아래에 있던 승려로는 마하다르마락시타(Mahadharmaraksita)이다. 그는 코카서스의 알렉산드리아 출신인데,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지역을 말한다.

▲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시, 인도-그리스 왕국 시대에는 알렉산드리아로 불렀다.    

 

인도 북부와 서북부 지역은 그리스-박트리아 왕국, 인도-그리스 왕국 시대를 거치면서 불교가 전파되었다. 그리스인들은 본래 다신교적 종교를 믿었다. 그리스인들은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종족이다. 그리스의 제우스는 인도의 데바 신과 어원이 같다고 한다. 제우스는 라틴어로 유피테르, 영어로 주피터라고 하며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이다. 로마 신화의 유피테르와 동일시된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막내아들이며 포세이돈, 하데스 등과는 형제지간이다. 올림포스의 12신의 첫 번째 세대에 속한다. 번개와 독수리가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 4 그리스 신화의 주신인 제우스. 하늘·번개·천둥·법·질서·정의의 신이기도 하다.  

 

서양문화의 양대 뿌리는 기독교 사상과 그리스 로마 문명이다.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다. 서양의 각 민족 문화는 두 개의 상반된 사상의 흐름이 교차되면서 형성되어 왔다. 성서가 헤브라이즘의 기록이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헬레니즘의 기록이다. 성서와 더불어 신화에 담긴 내용은 서양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불교 또한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적어도 대승불교 사상은 헬레니즘의 요소가 섞였다고 보는 것은 필자만의 견해가 아닐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를 점령하고 인도북부와 서북지역까지 정복하여 그리스 식민지를 만들고 많은 그리스인들이 이주하여 살도록 했는데,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인도 카슈미르 지역과 우주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중앙아시아 지역이 포한된다.

 

이 지역은 당연히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가 융성했던 지역이다. 동시에 불교도 함께 널리 퍼져서 많은 수의 그리스 식민지인들이 불교를 신봉했으며 그리스 출신 승려들도 많았다. 이 지역의 불교사원은 그리스풍의 건축과 예술로 장식되는 간다라 양식이 넘쳐난 것이다. 불상이 제작되고 사원 건축은 그리스식 양식이 도입되었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하여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시들로서 대체로 6개의 알렉산드리아가 있었다.    

  

이 지역에는 아직도 불교유적이 많아 남아 있으며 현재도 발굴 중이다. 타흐티바히의 불교 유적과 불교 수도원군은 1세기 초에 건설되었다. 높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아서 계속된 침략을 피할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보존이 매우 잘되어 있다. 인근에는 비슷한 시기에 세운 작은 요새 도시 사리바롤(Sahr-i-Bahlol)의 유적이 있다.

▲ 타흐티바히 불교사원의 상상 복원도. 그리스풍의 건축양식임을 알 수 있다. 한 때는 수천 명의 그리스, 파르티아(이란) 승려들이 함께 기거했다.  

     

하지만 간다라 불교유적은 일찍 파괴되었다. 7세기 당나라 인도 구법 승려인 현장법사는 그의 구도여행기인 대당서역기에서 이 지역의 불교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승가람(사원)1천여 군데가 있으나, 모두 부서진 채 방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동서 1천 리,남북 800리의 간다라를 여행하면서 적었다는 기록에서 이 시기에는 불교 교세가 많이 약화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계곡에 있는 태국 숲속전통의 수행을 계승한 아바야기리(무외산사) 사원에서 서양 비구 승려들이 포살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불교승단에서 행해졌던 비구 227계본(타티목카)를 암송하면서 자신들의 수행을 점검하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 페르시아 아시아에 무려 24개의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창건했는데,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6, 파키스탄 지역에 5, 중앙아시아의 우주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에 각 1개씩이며 인도 판잡 주에도 1개가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에 무려 11개의 알렉산드리아 타운을 세운 것인데, 그만큼 이 지역에 그리스인들이 많이 거주했다는 증좌이다.

 

불교적 관점에 주목되는 것은 불교와 그리스 사상의 접합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 이후, 그리스-박트리아, 인도-그리스 왕국 시기를 거치면서 이들 그리스 식민지에 불교가 왕성하게 퍼졌다는 사실이며 그리스인 불교 승려들이 불법을 닦았고, 불교사원을 세워서 불교가 한 때는 국교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때, 불교와 그리스 사상의 융합 내지는 상호 포용은 너무나 보편적인 흐름이었다고 본다. 헬레니즘 문명은 고대 그리스 세계와 중동, 서남아시아의 문화가 융합된 산물이었다.

 

그리스의 헬레니즘 시대가 지나면서 로마제국의 시대가 오고, 그리스 식민 지역은 파르티아제국과 쿠샨 제국이 대체하게 되면서 불교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필자 보검스님이 인도 나가푸르 불교 법회에서 연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