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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지역 복지 30년 ‘외길’...학대피해 아동돕기 나선 진옥스님

뮨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1/09/01 [18:06]
16개 복지시설 수탁·운영하는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치매 주야간보호센터 ‘지혜마루’도 개소

여수지역 복지 30년 ‘외길’...학대피해 아동돕기 나선 진옥스님

16개 복지시설 수탁·운영하는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치매 주야간보호센터 ‘지혜마루’도 개소

뮨윤홍 대기자 | 입력 : 2021/09/01 [18:06]

16개 복지시설 수탁·운영하는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치매 주야간보호센터 ‘지혜마루도 개소

 

최근 아동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전남 여수에서도 피해 어린이들을 24시간 돌보는 쉼터가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 30여년 간 지역사회 복지에 앞장서온 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이 학대피해아동쉼터의 위탁 운영을 맡아 피해 아동들의 복지에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여수에서 노인전문요양시설 등 다수의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복지를 이끌고 있는 진옥스님. 그는 티베트 난민 1세대를 돕기 위한 반야심경 사경전(寫經展)’에 이어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티베트 난민을 돕기 위한 작품 전시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달라이라마 직속 제자로서 티베트 불교와 교류도 꾸준히 이어와

 

진옥 스님은 티베트의 세계적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직속 제자로 20년 가까이 인도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라마 법회에 참석하는 등 티베트 불교와의 교류도 꾸준히 이어왔다.10여년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의 불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진옥 스님은 코로나19의 대재앙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감로법문(甘露法門)을 설파하며 치유의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그런 진옥 스님이 학대피해를 입은 아동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 보문복지회 이사장 진옥스님과 권오봉 여수시장(가운데)이 5월24일 위수탁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회복지법인 보문복지회 이사장(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은 여수에서 저희 법인이 학대 피해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쉼터를 이번에 개원하게 됐고 여수시와 같이 운영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 협약도 맺었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지난 524일 시장실에서 사회복지법인 보문복지회를 학대피해아동쉼터 금초롱하우스 수탁자로 선정하고 위·수탁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보문복지회는 앞으로 5년간 아동의 숙식 제공과 학업지도, 심리검사와 치료 등을 전담하게 된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지금까지 여수에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전담조직도 없고 쉼터도 없었다. 저희가 긴급하게 살펴보니까 그런 부족한 점이 있어서 학대아동을 보호하는 전담팀도 만들고 이번에 쉼터를 두게 됐다. 불교재단에서 맡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민적 공분(公憤)을 불러온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최근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학대피해 아동쉼터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진옥스님은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가 노력하는 것이 불교이고 그게 포교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인복지에 이어 아동복지까지 아우르며 대사회적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는 진옥 스님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6곳 복지시설 수탁·운영하고 있는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

여수 최대 노인요양시설 진달래마을옆 치매 주야간보호센터 ‘지혜마루’ 311일 개소

 

달라이라마의 말씀을 한국불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진옥스님은 여수와 인근 지역에서 15개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면서 자비행을 펼치고 있다뿐만아니라 최근 치매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시설을 열어 추가로 수탁해 운영에 들어갔다

 

여수시 최대 노인요양시설 ‘진달래마을’ 옆에 들어선 치매어르신 주야간보호센터 ‘지혜마루가 지난 311일 문을 열었다. 치매와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 신체활동을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최신식 복지시설이다. 

▲ 여수시 치매어르신 주야간보호센터 ‘지혜마루’가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지난 2018 보건복지부에 사업을 신청해 2020 10 준공한 ‘지혜마루 311 개소식을 했다. 보문복지회 이사장(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은 죽음과 늙음이 걸쳐져 있는  상황을 우리가 옆에서 어떻게든 도와서  분들이 조금  편하게 여생을 보내고 마치실  있도록 해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면적 500 제곱미터에 사업비 17 원을 들여 지상 2 규모로 지어진 이곳에서 치매 어르신을 포함한  45명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 생활실과 프로그램실사무실식당샤워실 등을 갖추고 치매전문 교육을 이수한 시설장과 요양보호사물리치료사  16명의 전문 인력이 배치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2020 8 민간위탁자를 공개 모집한 수탁자선정 심사위원회가 공신력과 전문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지역에서 15 복지시설을 운영 중인 진옥스님의 보문복지회를 수탁자로 최종 선정했다. 

▲ 여수불교연합회 회장 진옥 스님이 2018년 12월17일 권오봉 여수시장에게 이웃사랑 후원금을 기탁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진옥스님께서는 여수의 복지특히 우리 어르신 복지에 대해서는 아주 관심을 갖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진옥스님은 지난 30  동안 꾸준히 사회복지 사업을 이어 오면서 티베트는 물론 여수와 인근지역에도 자비의 손길을 이어오고 있다.

 

충무공의 인격과 충절을 기려 승장 옥형과 자운 스님이 세운 석천사

 

여수 현암도서관을 지나자 충민사와 석천사 안내판이 보인다. "석천사는 정유재란이 끝난 지 3년 뒤인 1601, 이순신 장군과 판옥선을 함께 타고 종군한 승장 옥형 스님과 자운 스님이 충무공의 인격과 충절을 기려 세운 암자이다." (석천사 안내표지판)

 

여기서 몇 발짝 가면 '하마비(下馬碑)'가 있다. 하마비는 이곳을 지날 때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뜻의 비석이다. 사람들은 그런데도 차로 쓱 지나간다. 걸음을 멈추고, 여수 전경을 파노라마처럼 훑는다. 오동도 쪽을 바라본다. 오동도와 여수 동바다가 아파트에 가렸다. 건물 사이로 겨우 보이는 바다가 그나마 위안이다. 종고산 왼쪽으로 돌산 2대교 기둥이 보인다. 그리고 종고산이 자리하고 있다. 종고산은 임진왜란 때 산이 스스로 울어 국난을 알려주었다 하여 이순신 장군이 종고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종고산 오른쪽으로 멀리 여수 가막만이 보인다.

 

진옥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마래산 석천사는 일주문이 없다. 예전에는 있었다고 하는데, 충민사 정화사업 등으로 일주문이 없어졌다. 이곳에선 일주문을 대신해 마음 문을 세워야 한다. 갈래 길이다. 석천사 범종각으로 드는 입구와 주차장과 충민사 방향으로 나선다. 충민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이다. 충민사를 둘러본 후, 요사채 계단을 통해 석천사 대웅전으로 들어간다. 

▲ 석천사 전경  


임진년에 몰려온 왜적은 7년 만에 쫓겨났다. 전쟁의 상처는 고스란히 조선 땅에 남았다. 국토는 황폐됐고, 조선 땅 인구의 70%가 무참히 희생됐다. 무엇보다 전쟁의 공포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전쟁이 끝난 이듬해, 임금 선조는 백미 600석을 내려 수륙재를 지내게 했다.

 

전쟁의 트라우마 치료는 불보살님 몫이었다. 전국 사찰에서 천도재를 봉행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이야말로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치료제였다.

 

그 가운데 여수 마래산 석천사(石泉寺)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의승수군(義僧水軍)을 기리는 사찰이다. 마래산 중턱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고, 바위 아래 옹달샘이 있다. 여수 앞바다로 흐르는 모정천의 발원지이다. 평소 충무공은 이 석천을 주로 찾았다. 좌수영이 있는 진남관에서 걸어서 족히 30분 거리이다. 산길을 걷고, 석천수를 마시며 작전을 구상했던 것이다

 

진옥 스님 행복의 주체는 오로지 나 자신

코로나19 이후 명상과 같은 정신적 차원의 종교활동으로 변화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일상의 모든 면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여수 석천사(주지 진옥 스님)거리두기'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인터넷 법문을 진행해오고 있다.

 

진옥스님은 법당에서의 대면법회 대신 인터넷 생방송으로 전환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불자들을 대하고 있다. 진옥 스님은 오히려 저에게는 불교 진리의 거리는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인터넷으로 (법문을) 서울에서도 듣고 외국에서도 보고, 질문과 답변도 인터넷상에서 하고 그러니까 대중들과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스님은 또 평소 많은 사람을 만나면 번거로웠는데 이러한 때에 나를 살펴볼 시간이 더 많아져 오히려 편안하다며 역설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스님에게는 성찰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의미 제대로 알아야

 

인터넷을 통한 법문으로 위로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진옥 스님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낫는 건 아니지만 마음의 문제이니까 정상 활동을 못하는 대중에게 위로의 메시지라도 전해주려고 인터넷 생중계로 법문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다음은 진옥 스님이 전하는 법문 중 일부이다.

 

부처님 당신이 오신 이유를 딱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입니다. 초기 경전 부처님 탄생설화에 나오는 대목이죠. 그런데 문자대로 해석해서 이 세상에서 내가 최고다이렇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요 그건 아닙니다. 행복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메시지인 것이죠. ‘이 세상에 신도 아니고, 자연도 아니고, 조상도 아니고, 오로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주체는 나 자신뿐이다라는 선언입니다. 부처님이 그 말씀을 하신 겁니다. 나 이외에 누가 불행과 행복을 가져다주겠는가. 우리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입니다. 그 행복의 주체는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그게 핵심입니다. 당시 신본주의에서는 혁명적인 선언인 셈이죠. 

▲ 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    

 

지금 이곳에서,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부처님이 그런 말씀 하셨어요, 저승사자가 뭐 할 일이 없어서 고문대에 세워놓고 너희를 데려다 고문을 하겠느냐.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죠. 극락에 간다는 의미도 나중에 간다는 게 아닙니다. 지금 여길 떠나서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따로 떠나가는 게 아니고 지금 여기서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서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그걸 가르쳐 주려고 부처님이 오신 것입니다. 대중들의 정신적 고통을 일으키는 내용을 없애는 방법을 당신이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네가 할 수 있다라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 오신 것이에요. 그분이 오셨다고 해서 모든 고통이 바로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부처님이 오셨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어요. 결국 나 자신한테 달렸죠. 그래서 부처님께서 오셨는데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셨느냐. 그것은 바로 그대가 곧 부처이고, 그대가 서 있는 장소가 극락이고, 이 시간이 바로 부처될 수 있는 시간이다. 다른 시간은 없다바로 이 말씀을 하러 오신 겁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가져다준 세계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새로운 기준, 뉴 노멀이 등장하고 있는 시기에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할까. 진옥스님의 법문은 이어졌다.

 

새로운 세계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디지털시대가 되면 특별히 뭐가 달라질 것 같다고 얘기해 왔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삶의 욕심은 디지털시대나 아날로그 시대나 구석기 시대나 지금이나 다 똑 같습니다, 욕심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고통은 어느 시대나 한결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부터는 나는 욕심을 향해서 무한대로 계속 뻗어 나가는 분쟁, 욕망... 이런 것들로부터 이제는 개인도 조금씩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코로나 사태 전반을 살펴보니까 내가 조금 비약해서 얘기하자면, 욕망이 흐르고 욕망을 쫓는 거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도시문화가 집결되는 그런 곳에서 더 많이 코로나가 퍼졌습니다. 급격하게 퍼진 나라들은 다 그런 나라들입니다.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이런 나라들이 관광 중심의 나라들입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돌아다니면서 코로나가 퍼지고 사망자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니까 선진국들인데도 장례식도 못 치르고 그래요. 언론에서 보면 관을 옮겨다 그냥 묻어버리고 그랬습니다. 가족도 장례식에 참석도 못하고, 곁에서 울지도 못하고, 뭐 그냥 저 멀리 떨어져서 울고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서 나타난 현상들이 전체적으로 인류에게 상당히 충격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죽는다는 것은 혼자 가는 것이구나. 그리고 혼자 해야 할 문제가 굉장히 많은 것이구나. 코로나 사태가 리얼하게 보여줬습니다. 죽는 것이 가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삶이라는 것, 또한 죽음도 개인적인 상황에 놓이게 돼

 

이게 우리가 전체적으로 삶이라는 것, 또한 죽음도 개인적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평소에 보면 우리는 자꾸 나를 잊어버리고, 혼자 만회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고 자꾸 대상에 의존합니다. 대상인 돈에 의존하고, 명예에 의존하고, 친구나 가족에 의존하죠. 이런 부분들은 아마 상당히 바뀌리라고 봅니다.

 

나 자신을 찾게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명상이나 이런 정신적인 부분이 굉장히 확대되리라고 봅니다. 그런 영적인 부분들을 매우 깊이 있게 찾아 나서리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혼자서 자기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해준 것 같습니다. 이런 코로나 현상들이 가져다준 게 꼭 불행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게 봤으면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옛날에 인도에서 차를 잔뜩 싣고 영국으로 가져가는 데 차가 다 썩어버린 거예요. 하도 아까워서 다시 말려서 끓여 먹으니 그게 홍차가 됐어요. 썩었다는 차()가 홍차로 새로운 탄생이 된 것처럼 우리 삶의 새로운 패턴 같은 것이 하나 더 생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홍차처럼.그런 면에서 종교도 이제 많이 달라지리라고 봐요. 종교행사도 꼭 예배, 공양, 대규모 집회 이런 것들이 반드시 필요한가. 그것만이 전부인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종교도 이제 한 단계 올라서리라고 봅니다. 한 차원 높게 좀 더 정신적인 부분에 깊이 들어가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진옥스님 법문 나와 남 함께 이익되는 상생이 곧 대승의 길

더불어 사는 길이 대승(大乘)의 길입니다. 나 개인을 위한 수행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남을 위한 수행의 삶이 곧 대승의 길이라 하겠습니다. 남을 이익 되게 하는 게 곧 나의 이익임을 깨우치는 것이 대승불교의 첫걸음입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다거나,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는 것은 중생심일 뿐입니다. 이를테면 도둑질을 하면 잃는 자는 불행하고 훔친 자는 이익일 것 같지만 이는 양쪽 모두 중생심을 일으켜 박복(薄福)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승은 더불어 같이 이익을 보는 상생(相生)의 길입니다.

 

보살이라는 수행자의 이상형을 통해서 육바라밀(六波羅蜜: 열반에 이르기 위한 보살의 여섯 가지 수행으로,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육도六度)을 성취하여 깨달음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가장 성스러운 불자의 길인 셈입니다. 수행에 있어 발심(發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발보리심(發菩提心)은 중생이 한없이 많더라도 끝끝내 그들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자비심의 발로입니다.

 

오욕심(五慾心: , , , , 에 대한 욕심을 가리켜 오욕이라 하는데 재물, 이성의 사랑, 식사, 명예, 편안함 또는 수면에 대한 집착을 말함)으로 살아온 그동안의 삶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보살의 길로 나아가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발심입니다. 이러한 발보리심은 내가 수행해서 성불하겠다는 생각이 전제 되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중생들이 성불하여 부처가 될 때까지 그들을 받들겠다는 철저한 하심으로 아상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성취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번뇌는 아상(我相)으로부터 나옵니다.

 

나를 세우기 때문에 남이 생기고 이에 따라 갖가지 애착과 증오의 마음을 일으켜 수많은 윤회의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마경의 가르침처럼 보살에게는 의 구별이 없습니다. 이처럼 대상과 내가 하나 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 티벳 대장경 역경원장인 진옥스님이 작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진옥스님은 지난해 티베트 난민을 돕기 위해 평소 그려온 작품 75점을 내놨다./사진=진옥스님 

 

원효(元曉)는 이런 아상을 죽이기 위해 모든 상()을 버리고 스스로를 복성거사(卜星居士)라 칭했습니다. 복은 하()보다 낮다는 의미이고 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는 항상 빛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는 내가 무너지고 낮아질수록 지혜가 나온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라는 고집덩어리를 없애지 않고서는 대상과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의 빈 모습을 보는 것이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야심경관세음보살께서 깊은 지혜로서 고통의 세계를 떠나고자 할 때 내가 공()한 것을 보고 일체의 번뇌를 여의었다고 한 것입니다.

 

기도는 그동안의 중생심을 참회하고 원을 세우는 일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도하는 삶은 이기심을 비워나가면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중생이 필요한 일이면 언제든지 자기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교화와 수행이 둘이 아니고, 중생과 보살이 다르지 않고, 선과 악이 한칼의 양날임을 알고 진정으로 중생과 한 몸 되고 더불어 함께 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생들에게 있어서 보살행의 실천이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업의 습기가 두터워, 행하고 나면 다시 아상이 살아나 내 욕심을 채우고는 다시 자신의 중생심을 보살심으로 포장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희망을 접을 수 없는 것은, 그 업이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텅 비어 없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라면 전능한 어떤 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겠지만 라는 존재는 본래 없기에 죄 역시 어디에도 있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를 버리는 것이 대승의 수행이며, 더불어 사는 것이 대승의 길입니다

수암(守岩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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