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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이 그리스도에게 제안한 3가지 유혹

이경기 | 기사입력 2015/02/06 [14:20]
종교 영화와 숫자⑦

사탄이 그리스도에게 제안한 3가지 유혹

종교 영화와 숫자⑦

이경기 | 입력 : 2015/02/06 [14:20]

‘돌을 빵으로 만들 것’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릴 것' ‘사탄 발에 경배할 것'
 
▲ 『마태복음』 4장에는 예수가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할 때 사탄이 끊임없는 유혹을 제안하는 것을 기술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 1866년 화가 구스타브 도레가 존 밀턴의『실락원』을 근거로 해서 묘사한 사탄의 모습.     © 매일종교신문
▲ 러시아정교회 성당에 전시된 미카엘 천사로부터 응징 당하는 사탄.     © 매일종교신문
▲ 그리스 출신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O Teleftaios Pirasmos』을 발표해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킨다. 원작은 윌렘 데포우가 예수 역을 맡아 극화된다     © 매일종교신문
▲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등장하는 예수의 모습은 노동자라는 거친 얼굴로 묘사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 예수의 행적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1988년 공개 당시 기독교권으로부터 격렬한 상영반대 시위에 휘말렸다.     © 매일종교신문
『마태복음』 4장 1절~11절에는 ‘예수가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할 때 사탄의 3가지 유혹을 받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첫 번째 유혹은 ‘돌을 빵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예수는 ‘인간은 빵만으로 살지 않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살아간다’고 대답한 것으로 『신명기』 8장 3절에 언급되고 있다. 첫 번째 유혹에 대한 문답에 대해 종교학자들은 ‘신의 섭리를 부정하려는 사탄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은 것이며 전도의 목적은 물질과 육체적인 만족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본보기로 풀이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혹은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는 것’이다.『신명기』6장 13절에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너의 하나님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거절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세 번째 유혹은 ‘세상의 모든 왕국을 주겠으니 사탄의 발에 엎드려 경배 의식을 드려라’는 것. 이에 그리스도는 ‘악마와의 거래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그를 멀리 쫓아 버렸다’고 한다.
 
그리스도가 사막에서 있었던 40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았다는 일화는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들이 성지로 들어가기 전 사막에서 40여일을 보냈다는 것과 흡사해 그리스도의 유혹의 경험은 모세의 광야체험과 동일하게 평가받고 있다.
 
『출애굽기』17장에서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기적을 거부한 것은 '유대인들이 모세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아우성치자 너희는 어찌하여 야훼를 시험하려 드느냐?'고 질책한 것과 흡사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뱀의 유혹을 받고 금지된 과일을 맛보지만 그리스도는 돌을 빵으로 바꾸는 것을 거절해서 식탐의 죄를 짓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요한서』2장 16절에서는 ‘그리스도에게 세상의 모든 왕국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제안은 탐욕의 유혹’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존 밀턴이 1671년 저술한 『복락원 Paradise Regained』의 종결 부분에서는 ‘사탄이 성의 철탑으로 그리스도를 데려간 뒤 신의 섭리에 순응해서 서 있거나 떨어질 것을 명령’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이때 그리스도는 추락하는 사탄의 뒤를 따르지 않고 서 있으면서 신성(神性)의 가치를 깨닫는 동시에 허영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밀턴은 『실락원 Paradise Lost』(1667)을 통해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기 위해서는 인간도 그리스도와 같이 사탄의 유혹을 떨쳐 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3가지 유혹 외에 ‘그리스도에게 제시된 마지막 유혹’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설정이 되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1951)로 유명세를 얻은 그리스 출신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O Teleftaios Pirasmos』을 발표해 찬반양론에 휩싸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사탄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은 단지 꿈을 꾸는 것이다’는 최후의 유혹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사탄은 이를 위해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죽어가면서 에덴동산에서 매춘부 마리아 막달레나와 성적 결합을 맺으며 마리아가 죽은 뒤 그리스도는 마리아, 마르타와 함께 가정을 계속 꾸려 나간다’며 성적 쾌락과 세속의 즐거움을 제시한다고 덧붙인다. 그렇지만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고통을 극복하고 인류를 위해 순교하면서 사탄의 유혹은 실패하고 만다고 결론짓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은 출간 직후 로마 바티칸으로부터 금서로 지정된다. 하지만 서구 문단에서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했던 인간 예수의 삶과 죽음을 33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묘사하면서 예수를 전형적 자유인으로 서술했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예수를 초인의 한 부류로 설정시켜 자유를 위한 투쟁은 두려움과 희망을 모두 배제하고 싸워야 한다는 니체의 철학에 영향을 받고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간 직후 이단으로 세찬 비판을 받은 카잔차키스는 ‘그리스도의 존재를 교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시켜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한 뒤 새로운 구세주를 만들어 내 도덕적, 정신적 공백상태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인물로 묘사하고 싶었다’는 창작론을 공개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상상력과 성서의 논리를 결합시켜 발표한『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은 독자들로부터는 '성서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는 금세기 명작‘으로 추천하고 있다. 1988년 거장 마틴 스콜세즈 감독이 극화해서 공개하자 제작사 유니버셜과 감독은 온갖 테러와 상영금지 압박을 받는 곤욕을 치른다.
 
소설에서 예수 제자들에 대한 묘사는 파격적이다. 원작과 영화 속에서 언급된 예수의 행적을 인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난한 목수인 예수는 십자가를 만드는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어느 날 로마인들이 십자가를 설치하자 메시아의 구원을 기다리던 유대인들은 혹시나 오늘이 그 날일지 모른다며 언덕으로 모여든다.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예수는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른다. 신의 계시를 받은 뒤에도 보잘것없는 자신은 그 같은 엄청난 사명을 받을 인물이 될 수 없다며 하느님의 말씀을 거부하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유다는 불만투성이며 예수에게 고집만 부리고 투쟁을 선도하고 있으며 마태오, 필립보, 베드로 등도 평균 이하의 상식을 갖고 있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를 아내로 삼아 자식들 낳고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예수. 이때 그를 배반하고 간 유다를 비롯한 제자들은 노년의 예수를 찾아와 십자가에 못이 박혀야할 스승이 아이들을 낳고 두 명의 부인과 사는 모습을 보고 ‘배신자’ ‘겁쟁이’라고 비난한다.
 
마지막 순간에 이 모든 것은 사탄의 유혹이라는 것을 깨닫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가 메시아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묘사는 카잔차키스에게 ‘신성모독죄’를 부여해 작가 사후 매장되는 것조차 허용 받지 못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마틴 스콜세즈는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광야기도 후 겟세마네동산에서 십자가에 처형되어 부활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예수는 예언자가 아닌 소극적이며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마리아를 만나기 위해 사창굴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남자들과 함께 앉아있는 장면은 신성모독의 비판을 받는 결정적 장면이 된다.
 
세례 요한으로부터 강가에서 세례를 받는 장면에서도 완전 나체로 세례를 받는다. 예수 곁을 지키는 제자는 성서의 베드로가 아니라 가룟 유다로 설정됐다. 감독 마틴 스콜세즈는 예수의 제자 가룟 유다를 배반자 유다가 아니라 예수를 십자기에 이르는 결심을 하도록 유도하는 인물로 재해석하고 있다.
 
예수를 로마 군인에게 고발해서 십자가 사건을 불러일으킨 주역이 유다이며 그가 없었다면 십자가의 고난도 발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통해 가룟 유다의 존재를 평가하고 있다. 라스트 무렵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작은 천사의 유혹에 이끌려 마리아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으며 인간적인 행복을 누린다. 그런데 마리아와의 결혼생활은 악마인 작은 천사의 유혹으로 인한 환상이며 이 유혹을 십자가 위에서 물리친다. 이런 설정이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등장하는 예수의 초상은 기독교권에서 익히 알려진 것이 아니라 노동자라는 거친 얼굴로 그려지고 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인해 국내에서는 2002년 1월 25일 뒤늦게 개봉되는 수난을 당했다.
 
이후 노먼 메일러는 1997년 그리스도 생애를 1인칭으로 묘사한 소설『예수의 일기 According to The Son』를 발표한다. 노먼은 ‘악의 존재를 신의 섭리(攝理)로 받아 들였던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를 수용해서 사탄은 하나님과 권능을 공유해야 할 존재’라는 주장을 펼친다. 서구문학 비평가들로부터 이 소설에 대해 ‘니코스 카잔차스키보다 진일보해서 그리스도 유혹에 대한 확장(擴張)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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