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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된 인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9/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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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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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9/14 [11:41]

古之眞人, 其寢不夢, 其覺無憂, 其食不甘, 其息深深. 眞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 屈服者, 其?言若?. 其耆欲深者, 其天機淺. 古之眞人, 不知說生, 不知惡死. 其出不?, 其入不距. ?然而往, ?然而來而矣. 不忘其所始, 不求其所終. 受而喜之, 忘而復之. 是之謂不以心損道, 不以人助天, 是之謂?人. 若然者, 其心忘, 其容寂, 其??. ?然似秋, 煖然似春, 喜怒通四時, 與物有宜而莫知其極. 故聖人之用兵也, 亡國而不失人心. 利澤施乎萬世, 不爲愛人. 故樂通物, 非聖人也? 有親, 非仁也? 天時, 非賢也? 利害不通, 非君子也? 行名失己, 非士也? 亡身不?, 非役人也. 若狐不偕, 務光, 伯夷, 叔齊, 箕子, 胥余, 紀他, 申徒狄, 是役人之役, 適人之適, 而不自適其適者也. 古之?人, 其狀義而不朋, 若不足而不承? 與乎其?而不堅也, 張乎其虛而不華也? ?乎其似喜也, 崔乎其不得已也, ?乎進我色也, 與乎止我德也, 廣乎其似世也, ?乎其未可制也, 連乎其似好閉也, ?乎忘其言也. 以刑爲體, 以禮爲翼, 以知爲時, 以德爲循. 以刑爲體者, 綽乎其殺也? 以禮爲翼者, 所以行於世也? 以知爲時者, 不得已於事也? 以德爲循者, 言其與有足者至於丘也, 而人?以爲勤行者也. 故其好之也一, 其弗好之也一. 其一也一, 其不一也一. 其一與天爲徒, 其不一與人爲徒, 天與人不相勝也, 是之謂?人.
 
옛날의 진인은 잠을 자더라도 꿈을 꾸는 일이 없고, 꿈에서 깨어 있는 때라 해도 근심이 없었다. 진인은 맛있는 음식을 따로 찾지 않았고, 숨을 쉴 때도 깊고 또 깊었다. 진인은 호흡이 깊어 발뒤굼치로 숨을 쉬며,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 세속에 굴복하는 사람은 웃음 띤 말이 아첨하는 것 같이 역겹고, 욕망이 많은 사람은 타고난 근기가 천박한 사람이다.
 
옛날의 진인은 삶을 새삼 기뻐할 줄도 모르며,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랐다.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애써 거부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이다. 홀연히 가고, 홀연히 올 뿐이다.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을 잊지 않지만 죽음의 저편에 어디로 돌아갈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삶을 받아서는 그대로 기뻐하고 죽음이 오면 다 잊은 채 대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것을 분별하려는 주관적 편견으로 도를 위배하지 않으며, 사람의 짓으로 무리하게 자연에 무엇을 보태어 좋게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들이 바로 진인이다.
 
이런 사람의 마음은 모든 것을 잊어서 모습은 고요하고 한가하며 이마는 찌푸리지 않아서 넓고 반듯하다. 서늘함이 가을과 같고, 따스함은 봄날 같아서 기쁨과 노여움의 감정이 사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다. 온갖 사물과 적절하게 어울려서 그 깊이를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성인이 군대를 동원하여 적국을 쳐서 무너뜨리지만, 그 나라 백성의 인심을 잃지 않았다. 이로움과 혜택을 만대에 두루 베풀지만 사람을 특별히 편애하지 않았으므로 백성들은 은혜를 입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을 뜻대로 하기를 바라며 인위적으로 그것을 추구하는 자는 성인이 아니요, 특별히 친애함이 있으면 인자가 아니다. 세상의 추세에 맞추려는 사람은 현인이 아니며, 이로움과 해로움을 하나로 여기지 않고 이해 관계에 따라 교제하는 것은 군자가 아니다. 명예를 추구하느라고 제 정신을 잃은 사람은 참된 선비가 아니며, 참된 자기를 잃고 진실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부리지 못한다.
 
예를 들면 고불해孤不偕, 무광務光, 백이伯夷, 숙제叔齊, 기자箕子, 서여胥餘, 기타紀他, 신도적申徒狄 이들은 남이 부리는 대로 부림을 당한 자들이다. 왕위 계승을 거절하고 자살하거나 은둔자로 일생을 보낸 자들이다.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하였고 자기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인 것이다. 곧 참다운 자기 인생을 산 자유인은 아니었다.
 
옛날의 진인은 그 모습이 우뚝 솟은 산처럼 당당하여 무너지는 일이 없고, 뭔가 부족한 듯하지만 남을 뒤쫓지 않고, 언제나 홀로 고고하지만 고집스럽지 않고, 마음이 확 트였으나 화려한 겉치레가 없었다. 환하고 밝은 모습은 마치 기쁜 일이 있는 듯하고, 일에 임박하여 마지못해 움직이는 듯 보였다.
 
마음에 깊은 덕성이 쌓여 있으므로 이해성이 깊어 누구나 친근할 수 있고, 그 넓은 도량이 있어 사람들이 그 덕에 귀의하였으며 그 정신이 광대하여 마치 세상처럼 넓었다. 그 정신이 초연하여 제약을 받지 않았으며, 말을 더듬거릴 때는 입을 다물고 있기를 좋아하는 듯하고, 멍하니 있을 때는 무심하여 할 말을 잊은 듯 했다.
 
(진인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을 몸통으로 삼고, 예를 날개로 삼으며, 지식이나 지혜를 시기에 적응하는 수단으로 삼아 상황을 판단한 뒤 그 상황에 맞게 실천한다[時中]. 덕으로 자연의 본성을 따른다. 형벌로 다스림을 몸통으로 삼는다는 것은 여유있는 마음으로 죄인을 죽인다는 의미이다. 예를 날개로 삼는 이유는 세속을 따르기 위해서다. 지식이나 지혜를 시기에 적응하는 수단으로 삼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일을 시행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덕으로 자연의 본성을 따른다는 것은 발을 가진 자가 언덕을 오르듯이 별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 닿는 대로 저절로 갈 뿐인데 남들은 참으로 부지런히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진인이 힘들게 노력해 걸어야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것과도 하나요, 좋아하지 않는 것과도 하나인 사람. 하나인 것과도 하나요, 하나 아닌 것과도 하나인 사람. 그리하여 하늘의 것과 사람의 것이 서로 이기려하지 않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 진인이다.
 
其寢不夢(기침불몽): 잠잘 때 꿈을 꾸지 않음.
其覺無憂(기각무우): 깨어 있을 때에는 근심이 없음.
其食不甘(기식불감): 식사를 해도 맛있는 것을 찾지 않음.
其食深深(기식심심): 숨결이 깊고 고요함.
眞人之息以踵(진인지식이종): 진인은 숨이 길고 편안하여 숨이 발꿈치까지 미친다는 뜻.
衆人之息以喉(중인지식이후): 보통 사람은 목구멍으로 숨쉼.
其?言若?(기익언약왜): 목메인 듯 아첨하는 소리가 마치 토하는 것 같음.
耆欲深者(기욕심자) 其天機淺(기천기천): 욕망이 깊은 사람은 자연의 기틀이 얕음.
天機(천기)는 자연의 기틀로 생명을 지속시키는 근본. 嗜慾(기욕)을 줄이는 것이 천기를 지속시키는 방법이라는 맥락이다.
其出不?(기출불흔) 其入不距(기입불거):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거부하지도 않음.
?然而往(소연이왕) ?然而來(소연이래): 홀가분하게 떠나며 홀가분하게 태어남.
不忘其所始(불망기소시) 不求其所終(불구기소종):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을 잊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나는 곳을 알려고 하지 않음,
受而喜之(수이희지) 忘而復之(망이복지): 생명을 받으면 기뻐하고 생명을 잃으면 대자연으로 돌아감.
不以心捐道(불이심연도) 不以人助天(불이인조천): 心知(심지)로 도를 손상시키지 아니하고 인위적인 행위로 무리하게 자연의 운행을 조장하지 않음.
其心志(기심지): 그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 있음. 오로지 도에 집중함.
其容寂(기용적): 모습이 고요함.
其??(기상규): 이마가 넓고 평평함.
凄然似秋(처연사추): 서늘함은 가을과 같다.
煖然似春(난연사춘): 따스함은 봄과 같다.
喜怒通四時(희노통사시): 희로의 감정이 사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움.
與物有宜(여물유의): 사물과 적절하게 잘 어울림.
利澤施乎萬世(이택시호만세) 不爲愛人(불위애인): 이익과 혜택을 만세에 미칠 정도로 베풀어도 백성들은 그 은혜를 입었다고 느끼지 않음.
樂通物(낙통물): 사물과 통하는 것을 즐겨해서 인위적으로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성인이 아니다]
有親非仁也(유친비인야): 편애함이 있으면 仁人(인인)이 아니다.
天時非賢也(천시비현야): 천시에 일부러 맞추려고 하면 현인이 아니다.
利害不通(이해불통) 非君子也(비군자야): 이로움과 해로움을 하나로 여기지 않으면 군자가 아님.
行名失己(행명실기) 非士也(비사야): 명예를 추구하여 자기를 잃어버리면 선비가 아님.
亡身不眞(망신부진) 非役人也(비역인야): 참된 본성을 지키지 못하면 사람들을 부리는 진인이 되지 못하고 남의 부림을 받게 된다.
狐不偕(호불해): 요임금 때의 현인으로 禪讓(선양)을 거절하여 河水(하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함.
務光(무광): 은나라 탕왕 때 讓位(양위)를 거절하고 투신자살했다 함.
伯夷(백이) 叔齊(숙제): 孤竹君(고죽군)의 두 아들로 紂王(주왕)을 치러가는 武王(무왕)을 말리다가 수양산에서 굶어 죽음.
箕子(기자): 紂王(주왕)의 횡포를 피해 狂人(광인)이 되어 숨어 삼.
胥餘(서여) : 춘추시대 吳王(오왕) 夫差(부차)를 섬긴 伍子胥(오자서)라 함.
紀他(기타): 은나라 탕왕 때의 隱者(은자).
申徒狄(신도적): 紀他(기타)와 동시대의 인물.
役人之役(역인지역) 敵人之適(적인지적) 而不自適其適者也(이부자적기적자야):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대신 처리하고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자기의 즐거움으로 여겨 스스로 자기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임.
義<峨>而不朋<崩>(의<아>이불붕<붕>): 높이 솟은 산처럼 당당하면서도 무너지지 아니함.
若不足而不承(약부족이불승): 부족한 것 같지만 남에게 받지 않음.
與乎其?而不堅也(여호기고이불견야): 몸가짐이 법도에 맞아 단정하면서도 고집하지 않는 모양.
張乎其虛而不華也(장호기허이불화야): 넓고 크게 마음을 비우면서도 꾸미지 않음.
??乎其似喜乎(병병호기사희호): 환하게 밝은 모습으로 마치 기쁜 일이 있는 듯함.
崔乎其不得已乎(최호기부득이호): 임박해서 움직여 마지못한 듯함.
?乎進我色也(축호진아색야): 자신의 기쁜 감정을 얼굴에 드러냄.
與乎止我德也(여호지아덕야):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아 자신의 참다운 덕에 머무름.
?乎其似世乎(려호기사세호): 넓은 도량으로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는 듯함.
?乎其未可制也(오호기미가제야): 초월하여 제약을 받지 않음.
連乎其似好閉也(연호기사호폐야): 아무말도 하지 않아서 감추기를 좋아하는 듯함.
?乎忘其言也(문호망기언야): 무심히 모든 말을 다 잊어버림.
以刑爲體(이형위체): 형벌을 정치의 본체로 삼다.
以禮爲翼(이례위익): 예를 보조수단으로 삼는다.
以知爲時(이지위시) 以德爲循(이덕위순): 지식으로 時宜(시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덕을 따라야 할 준칙으로 삼음.
綽乎其殺也(작호기살야): 관대하게 죄인을 죽임.
與有足者(여유족자) 至於丘也(지어구야): 다리가 있는 보통 사람과 걷다 보니 저절로 언덕에 도달한 것과 같음. 무위자연의 정치를 의미함.  
其好之也一(기호지야일) 其弗好之也一(기불호지야일): 좋아하는 것도 한가지로 여기며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한가지로 여김.
其一與天爲徒(기일여천위도): 한가지로 여기는 것은 하늘과 같은 무리가 되는 것임.
其不一與人爲徒(기불일여인위도): 한가지로 여기지 않는 것은 사람과 같은 무리가 되는 것임.
天與人(천여인) 不相勝也(불상승야): 하늘과 사람이 서로 이기지 않음.
 
진인은 잠에 든 무의식 상태에서나 잠에서 깬 의식 상태에서나 꿈과 근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진인은 발뒤꿈치로 숨을 쉰다.”는 구절은 발뒤꿈치란 우리 내면의 가장 심층에 위치하고 있는 도를 상징한다. 즉 우리가 도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진인은 자기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도와 잘 어울리는 반면에 보통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 휘둘려 살면서 자기 내면에 이미 깃들어 있는 자연의 본성과의 만남을 외면한다.
 
진인은 잡다한 근심 걱정으로 소모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표정이 단정하고 조급함이 없어서 그 호흡마저 안정되고 깊다고 했다. 더욱이 사심과 사욕이 없어서 모습이 늘 고요하고 한가롭다. 세상살이의 이치를 깨달아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차분히 정돈된 모습은 때로는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진인은 개인적인 욕망이나 주관적 관념을 초월했기 때문에 한 개인으로 살면서도 동시에 대자연의 기와 통하여 내면의 기운이 가득한 사람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자연 본성을 최대한 실현하고 있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헛된 소모가 없기 때문에 순수한 기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위적 작용으로 자연에 무엇을 더 보태어 좋게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다.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하여 자연을 꾸미는 일은 결과적으로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일이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과 모두 하나’라는, 그래서 서로 어울려야 한다는 도리를 깨달아 그 길을 알려준 사람이다. 그러한 자연인 큰 스승의 가르침을 무시해버린 뒤 인간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인간만을 위하여 개척하고 창조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지가 오래 되었다. 그 결과는 오늘날 바로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아찔한 현상만으로 이미 징험이 되고도 남는다. 자연 파괴와 빙하가 녹아드는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보고 절실히 깨달아 자성하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참으로 큰 스승임을 새롭게 확인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삶은 여전히 자연의 것이고 죽음도 또한 자연의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슬퍼하고 여전히 기뻐하고 있다. 이러한 분별들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이 만물의 참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진인이 새삼 반가운 존재가 아닌가. 장자는 진인을 내세워 우리에게 절절하게 호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을 위하여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인 인간을 사랑하여 이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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