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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으로 변하면, 꼬끼오! 하고 새벽을 알려야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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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으로 변하면, 꼬끼오! 하고 새벽을 알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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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07 [07:20]

子祀, 子輿, 子犁, 子來四人相與語, 曰: 「孰能以無爲首, 以生爲脊, 以死爲尻? 孰知死生存亡之一體者, 吾與之友矣!」 四人相視而笑, 莫逆於心, 遂相與爲友. 俄而子輿有病, 子祀往問之. 曰: 「偉哉, 夫造物者將以予爲此拘拘也.」 曲?發背, 上有五管, ?隱於齊, 肩高於頂, 句贅指天, 陰陽之氣有?, 其心閒而無事, ??而鑑於井, 曰: 「嗟乎! 夫造物者又將以予爲此拘拘也.」 子祀曰: 「女惡之乎?」 曰: 「亡, 予何惡! 浸假而化予之左臂以爲?, 予因以求時夜? 浸假而化予之右臂以爲彈, 予因以求?炙? 浸假而化予之尻以爲輪, 以神爲馬, 予因以乘之, 豈更駕哉! 且夫得者, 時也? 失者, 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此古之所謂縣解也, 而不能自解者, 物有結之. 且夫物不勝天久矣, 吾又何惡焉!」
 
자사, 자여, 자려, 자래 네 사람이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누가 무無를 머리로 삼고 삶을 등뼈로 하고 죽음을 꽁무니로 여길 수 있겠는가?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어짐이 하나임을 알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라면 함께 벗하고 싶다.”
 
네 사람이 서로 쳐다보면서 빙그레 웃고 뜻이 맞아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 얼마 있다가 자여가 병이 났다. 그래서 자사가 문병을 갔다.
 
자여가 말했다.
“저 조물자란 대단하단 말이야! 내 몸을 이렇게 오그라들게 하다니!” 굽은 곱사등이 불쑥 튀어 나오고 오장五臟은 위로 올라갔고, 턱이 배꼽으로 숨었고, 어깨는 이마보다 높고, 목 뒤에 튀어나온 뼈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몸 속의 음양의 기운이 뒤 엉켜 어지러워졌으나 그 마음은 고요하여 아무 일도 없는 듯하였다. 자여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우물에 가서 제 모습을 비추어 보면서 말했다. “슬프다, 조물자가 내 몸을 이렇게 엉망으로 오그라들게 하는구나!”
 
자사가 물었다.
“자네는 자네의 모습이 싫은거지?”
 
“잊었거늘, 내 어찌 싫어하겠는가? 조물자가 내 왼쪽 팔뚝을 차츰 변화시켜 닭으로 만든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꼬끼오’ 하고 새벽을 알리기를 바랄 것이고, 내 오른쪽 팔뚝을 차츰 바꾸어서 탄환을 만들더라도 나는 그것으로 올빼미 구이를 구할 것이네. 그뿐이겠는가, 조물자가 내 꽁무니로 수레바퀴를 만들고 나의 정신이 말로 변화되더라도 나는 그것을 타고 달릴 것이니, 어찌 또 다른 마차를 구하겠는가? 대체로 태어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때를 만난 것이고, 삶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의 길을 따르는 것이네. 태어난 때에 편안히 머물고 떠날 때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면 슬픔이나 기쁨이 끼어들 틈이 없다네. 이것이 예전에 말하던 거꾸로 매달린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것[懸解]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속박에서 풀려나지 못함은 물욕이 얽혀 매듭져 있기 때문이네. 그러나 사물이 자연의 도리를 이길 수 없는 지가 오래되었거늘 내 어찌 싫다 하겠는가?”
 
子祀(자사) 子輿(자여) 子犁(자리) 子來(자래): 네 사람의 인명. 이 네 사람에 대해서는 고찰할 만한 자료가 없다.
以無爲首(이무위수) 以生爲脊(이생위척) 以死爲尻(이사위고): 無(무)를 머리로 삼고 生(생)을 등뼈로 삼고 死(사)를 꽁무니로 삼음. 삶과 죽음 또한 한몸처럼 이어져 있음을 비유한 표현.
莫逆於心(막역어심):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뜻이 일치함.
俄而子輿有病(아이자여유병): 얼마 있다가 자여가 병에 걸림.
造物者(조물자): 만물을 창조하는 자.
拘拘(구구): 등이 구부러진 모양. 拘(구)는 ?(구)로 곱사등이의 뜻.
曲?發背(곡루발배): 구부러진 곱사등이 등에 불끈 드러남.
?隱於齊(이은어제): 턱은 배꼽 아래에 숨고.
肩高於頂(견고어정): 어깨는 이마보다 높고.
句贅指天(구췌지천): 상투는 하늘을 가리킴.
陰陽之氣(음양지기) 有?(유려): 음양의 기가 조화를 잃어버림. ?(려)는 조화를 잃어버리다는 뜻.
閒而無事(한이무사): 한가로워 아무 일도 없는 듯함.
??而鑑於井(변선이감어정): 비틀비틀 걸어가 우물에 자기 모습을 비춰 봄.
浸假而化(침가이화) 予之左臂(여지좌비) 以爲鷄(이위계): 가령 나의 왼쪽 팔뚝을 서서히 변화시켜서 닭이 되게 한다면.
予因以求時夜(여인이구시야): 나는 그것을 따라 새벽을 알리는 울음을 내게 할 것이다.
尻(고): 꽁무니.
以神爲馬(이신위마): 정신을 말로 삼다.
豈更駕哉(기갱가재): 어찌 따로 수레에 멍에를 하겠는가.
得者時也(득자시야) 失者順也(실자순야): 생명을 얻는 것도 때를 따르는 것이며, 생명을 잃는 것도 때를 따르는 것이다.
安時而處順(안시이처순): 태어나는 때를 편안히 맞이하고 죽는 때를 순하게 따름.
哀樂不能入也(애락불능입야): 슬픔이나 즐거움 따위의 감정이 나의 마음에 들어올 수 없음.
懸解(현해): 거꾸로 매달렸다가 풀려남.
物有結之(물유결지): 사물이 그것을 묶어놓고 있음. 物(물)은 외물에 대한 욕망을 뜻함.
物不勝天(물불승천): 사물이 하늘을 이기지 못함. 外物(외물)에 대한 집착을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인간은 전체인 자연의 도를 이기지 못함.
 
사람이 허무의 도에서 시작하여 삶을 얻게 되었으니 무(無)가 삶의 머리가 된다. 생존의 현재가 등뼈라면 사망의 최후는 꽁무니이다. 머리와 등뼈와 꽁무니가 한 몸이듯이 삶과 죽음이 이미 한 줄기이니 생사존망이 다 하나인 것을 안다면 우리 모두 친구 하자.
 
이러한 철학적인 명제를 내걸고 모인 4인의 친구들이다. 이들이 친구의 죽음을 직접 체험하면서 장자는 우리에게 죽음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고 있다.
 
자래는 구루병에 걸려 온몸이 심하게 뒤틀어졌다. 우물에서 제 모습을 비춰보고 놀라며 역시 조물자의 대단한 힘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이 다음에 올 변화까지 예상한다. 여기에서 누구나 겪을 절망과 공포를 스스로 잠재우며 죽음을 맞이하는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현세의 집착을 벗어나 자기 스스로가 자연적 존재임을 이미 깨달은 자이므로 생사의 현상 속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의지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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