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살면서 물을 잊어버린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26 [11:45]
장자 쉽게 읽기

물고기는 물속에서 살면서 물을 잊어버린다

장자 쉽게 읽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26 [11:45]
子貢反, 以告孔子曰: 「彼何人者邪? 修行無有, 而外其形骸, 臨尸而歌, ?色不變, 無以命之. 彼何人者邪?」 孔子曰: 「彼游方之外者也, 而丘, 游方之內者也. 外內不相及, 而丘使女往弔之, 丘則陋矣! 彼方且與造物者爲人, 而游乎天地之一氣. 彼以生爲附贅縣?, 以死爲決病潰癰. 夫若然者, 又惡知死生先後之所在! 假於異物, 托於同體? 忘其肝膽, 遺其耳目? 反復終始, 不知端倪? 芒然?徨乎塵垢之外, 逍遙乎無爲之業. 彼又惡能憤憤然爲世俗之禮, 以觀衆人之耳目哉!」子貢曰: 「然則夫子何方之依?」 孔子曰: 「丘, 天之戮民也. 雖然, 吾與汝共之.」 子貢曰: 「敢問其方?」 孔子曰: 「魚相造乎水, 人相造乎道. 相造乎水者, 穿池而養給? 相造乎道者, 無事而生定. 故曰: 魚相忘乎江湖, 人相忘乎道術.」 子貢曰: 「敢問畸人?」 曰: 「畸人者, 畸於人而?於天. 故曰: 天之小人, 人之君子? 人之君子, 天之小人也.」
 
자공이 돌아가 이 사실을 공자에게 알렸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수행의 흔적은 없고, 자기들 처신 따위는 제쳐두고, 주검 앞에서 노래나 부르고 얼굴빛조차 변하지 않으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공자가 말했다.
“그들은 세상의 밖 곧 규범을 벗어난 도의 세계에서 노니는 사람들이고[方外之士], 나는 세상의 예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方內之士]. 이 밖과 안의 도가 서로 통하지 않아서 서로 간섭할 수 없는 것인데 내가 그것을 놓치고 자네를 조문하러 보냈네. 내가 생각이 모자랐지.
 
그들은 조물자와 벗이 되어 천지간의 한 기운에서 노닐고 있다. 저들은 사생死生에 달관하여 사생의 문제를 일기一氣의 순환으로 여길 뿐이다. 삶을 군살이나 혹이 붙은 것쯤으로 생각하니 환호할 것도 없고, 죽음은 종기를 터뜨리거나 악창을 제거하는 것 쯤으로 여기니 애석할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한 자들이 어찌 삶과 죽음의 이유, 전생과 사후의 소재 따위를 알고 싶어 하겠느냐? 갖가지 서로 다른 물질적 원소들에 의지해서 잠시 몸이 되었으니, 제 몸 속의 간과 쓸개 따위를 잊어버리고, 귀, 눈 따위의 감각도 잊은 채로 자연의 반복 순환하는 활동에 제 몸을 탁 맡겨버리니 제 육신의 변화에 대하여 분별하지 않는다.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는 모습으로 세속의 밖에서 유유히 노닐며 무위자연의 경지를 한가로이 즐긴다. 그러한 그들이 어찌 성가신 세속의 예절을 따라 함으로써 세상 사람의 이목을 끌려고 하겠는가?”
 
자공이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느 세계에 의존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나는 하늘에서 형벌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비록 세속의 삶의 질곡에 구속되었다 할지라도 그대들과 함께 인간의 길을 추구라고 있다.”
 
자공이 물었다.
“감히 그 방법을 묻고자 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물고기는 서로서로 물을 적셔 주고, 사람들은 서로를 도로써 일깨워 준다. 물고기가 물로써 서로 적셔 준다고 하는 것은 연못을 파서 영양을 풍부하게 공급해 주는 것이고, 사람이 도로써 서로 이끌어 주는 것은 인위적인 일로 간섭하지 않으면 저절로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고기는 강호에서 노닐되 서로를 잊어버리고, 사람은 도의 세계에서 서로를 잊고 산다’고 말하지 않던가?”
 
자공이 물었다.
“기인畸人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기인이란 세속의 사람과는 달리 자연의 도가 몸에 베인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이 세상의 예법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기이한 사람으로 보지만 대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하늘의 동반자이다. 그래서 ‘하늘의 소인은 인간세계의 군자이고 하늘의 군자는 인간 세계의 소인이다’라고 말한다.”
 
 
修行無有(수행무유): 수행함이 없음. 예법에 맞는 행동이 없음.
外其形骸(외기형해): 형체를 도외시함.
方之外(방지외): 예법의 테두리 바깥쪽. 상식 너머의 세계 곧 도의 세계.
方之內(방지내): 예교나 상식의 테두리 안. 세속의 세계.
外內不相及(외내불상급): 내외의 뜻이 서로 같지 않아 서로 미치지 못하는 바이다. [方外(방외)는 하늘과 한 무리이므로 死(사)가 슬프지 않고, 방내는 사람과 한 무리이므로 죽음이 슬프다.]
丘則陋矣(구즉루의): 내 생각이 얕음.
方且與造物者爲人(방차여조물자위인): 바야흐로 조물자와 벗이 됨.
遊乎天地之一氣(유호천지지일기): 천지의 사이에서 노닌다는 뜻.
以生爲附贅縣?(이생위부췌현우): 생을 쓸데없이 붙어 있는 사마귀로 여김.
以死爲決病潰癰(이사위결병궤옹): 죽음을 종기가 터지는 일 정도로 여김
惡知死生先後之所在(오지사생선후지소재): 삶과 죽음의 이유, 前生(전생)과 死後(사후)의 모습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
假於異物(가어이물) 託於同體(탁어동체): 다른 사물을 빌려 한 몸에 의탁함.
忘其肝膽(망기간담) 遺其耳目(유기이목): 간과 쓸개를 잊어버리고 귀와 눈의 감각을 없앰. 생명활동과 감각작용을 잊고 초월한다는 뜻.
反覆終始(반복종시) 不知端倪(부지단예): 생과 사를 되풀이하여 그 끝을 알 수 없음.
彷徨乎塵垢之外(방황호진구지외): 티끌과 때에 오염된 세속 밖에서 이리저리 노님.
??然(궤궤연): 번거롭고 어지러운 모양.
何方之依(하방지의): 어느 쪽에 의지하시렵니까.
天之戮民(천지육민): 하늘로부터 형벌을 받은 사람. 方內(방내)에 있음을 겸손히 하는 말.
吾與汝共之(오여여공지): 자기가 얻은 도를 자공과 같이 추구하겠다는 뜻.
魚相造乎水(어상조호수) 人相造乎道(인상조호도): 물고기는 함께 물로 나아가고 사람은 함께 도에 나아감.
穿池而養給(천지이양급): 연못을 파서 영양을 공급해 줌.
無事而生定(무사이생정): 간섭하는 일이 없으면 삶이 안정됨.
魚相忘乎江湖(어상망호강호) 人相忘乎道術(인상망호도술): 물고기는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람은 도술의 세계에서 서로 잊고 삶.
畸人(기인): 세속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 수행이 있지 않고 형식을 초월하며 인륜과는 맞지 않은 특이한 사람.
天之小人(천지소인) 人之君子(인지군자): 禮敎(예교)에 능숙하나 순박한 인간미가 부족한 사람을 天理(천리)의 관점에서 보면 소인에 불과하나 인도로 볼 때는 예절바른 군자이다. 요즘 세상의 군자는 후자이다. 하늘의 군자는 만나보기 어렵다.
 
 
초월자란 이미 예절을 잊어버린 자유인이다. 공자는 스스로 ‘하늘의 벌을 받은 백성 곧 세속의 온갖 규범이라는 형틀에 갇힌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공과 함께 방외의 세계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방내로써 질곡을 삼고 귀한 것은 방외에 있음을 밝힌 것이다.
 
장자 사상에서 물은 도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흔히 쓰이는 자연물이다. 충만한 상태의 물에서 물고기는 스스로 물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그 혜택을 누린다.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충만한 도에서 스스로가 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그것을 향유한다. 사람은 도리 속에서 살면서 도리를 잊고, 물고기는 물속에 살면서도 물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듯이 사람에게는 도의 세계가 터전이다. 이 충만한 도의 세계는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고 대상화할 수도 없다. 마치 목욕물 속에 잠기듯이[優游涵泳] 이 규정할 수 없는 도 속에 완전히 잠겨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이러한 도를 먹고 마시며 향유하는 것이다. 도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무無이다. 무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이 함유되어 있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가장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주 안의 별들이 운행할 때 내는 소리인 천뢰天?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무위無爲나 방외方外는 모두 초세속적 순수자연을 뜻하며 이것이 유위有爲의 바탕이 된다. 만물과 도의 관계는 양수로 가득 차 있는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기와 어머니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도는 만물이 향유하고 의존하는 모태母胎이다.
 
도는 모든 존재에 내재해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존재들을 초월한다. 방외에 노닐면서도 세속 생활에 잘 적응하고,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 저 그대로의 성품으로 편안하게 머무르는 사람이 하늘의 동반자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군자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1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