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마에 먹칠을 한 지식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1/10 [07:10]
장자 쉽게 읽기

이마에 먹칠을 한 지식인

장자 쉽게 읽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1/10 [07:10]

意而子見許由, 許由曰: 「堯何以資汝?」 意而子曰「堯謂我: 汝必躬服仁義而明言是非.」 許由曰: 「而奚來爲?? 夫堯?已?汝以仁義, 而?汝以是非矣. 汝將何以游夫遙蕩恣?轉徙之塗乎?」 意而子曰: 「雖然, 吾願游於其藩.」 許由曰: 「不然. 夫盲者無以與乎眉目?色之好, ?者無以與乎?黃??之觀.」 意而子曰: 「夫無莊之失其美, 據梁之失其力, 黃帝之亡其知, 皆在??之間耳. 庸?知夫造物者之不息我?而補我?, 使我乘成以隨先生邪?」 許由曰: 「噫! 未可知也. 我爲汝言其大略: 吾師乎! 吾師乎?萬物而不爲義, 澤及萬世而不爲仁, 長於上古而不爲老, 覆載天地刻雕衆形而不爲巧. 此所游已!」
 
의이자意而子가 허유를 만났다. 허유가 물었다.
“요堯는 너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의이자가 말했다.
“요는 저에게 몸소 인의의 덕을 실천할 것이며 시비를 분명히 밝혀 말하라고 말했습니다.”
 
허유가 말했다.
“그런데 자네는 무엇하러 여기에 왔나? 이미 요가 인의의 덕이라는 속박의 형벌로 이마에 먹물을 새겨 넣었고, 시비를 가지고 자네의 코를 베는 형벌을 가했으니 그대는 어떻게 자유롭게 소요하면서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자유자재로 변화가 많은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
 
의이자가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도의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
 
허유가 말했다.
“그러나 장님은 얼굴의 아름다움을 볼 수가 없고, 색맹과는 파랗고 노란 화려한 비단옷을 감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의이자가 말했다.
“가장 아름답다는 무장無莊이 그 미모를 잊어버리고, 가장 힘센 거량據梁이 그 힘을 잊었으며, 모르는 것이 없다는 황제黃帝가 그 지혜를 잊어버린 것은 모두 천지라는 큰 화로 속에서 도야陶冶하고 단련해서 그리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물자가 저의 형벌인 먹물을 지워주고 베어진 코를 다시 붙여 주어서 저를 온전한 몸으로 만들어 선생님을 따르게 할지 어찌 알겠습니까?”
 
허유가 말했다.
“아!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내 너를 위해 도의 세계에 대하여 대략 말해 주리라. 나의 스승이여! 나의 스승이여! 만물을 자잘하게 부수어 만들어 내고서도 의로운 체하지 아니하며, 언제나 은혜를 베풀면서도 인후한 체하지 아니하며, 아주 오랜 옛날보다 더 오래되었으면서도 늙은 체하지 아니하며, 하늘을 덮고 땅을 싣고 있으며 온갖 것들을 조각해 내면서도 뛰어난 기술이라 여기지 않으니, 이것이 득도자가 노니는 도의 세계이다.”
 
 
意而子(의이자): 가공의 인물.
許由(허유): 중국 고대의 隱者(은자). 요의 선양을 거절하면서 귀를 더럽혔다 하여 귀를 씻은 전설과 함께 중국인의 정신사에 영향을 미쳤다.
何以資汝(하이자여): 무엇으로 그대에게 가르쳐 주던가. 資(자)는 보태주다.
而奚爲來?(이해위래지): 而(이)는 2인칭. 그대는 무엇 때문에 왔는가. ?(지)는 의문 종결사.
?汝以仁義(경여이인의): 인의로 그대의 이마에 먹물을 새기다. ?(경)은 이마에 글씨를 새기는 刺字刑(자자형)으로 墨刑(묵형)이라고도 한다.
?汝以是非(의여이시비): 옳고 그름으로 그대의 코를 베어버림. *인의와 시비라는 인위적인 편견으로 인해 自得(자득)의 경지인 도의 세계에 노닐 수 없게 되었다는 뜻.
遙蕩恣?轉徙之塗(요탕자휴전사지도): 제멋대로 소요하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도의 세계. 恣?(자휴)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는 뜻. 轉徙(전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
願遊於其蕃(원유어기번): 그 울타리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자 함. 그 근처에서 노닐고 싶다.
盲者無以與乎眉目顔色之好(맹자무이여호미목안색지호): 눈이 어두운 사람은 눈썹과 눈과 얼굴빛의 아름다움에 관여할 수 없음.
?者無以與乎靑黃??之觀(고자무이여호청황보불지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청색과 황색 그리고 흰색과 검은색의 무늬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구경거리에 관여할 수 없음.
無莊(무장): 가공의 인물. ‘옛날의 미인으로 도를 들은 뒤 다시 장식하지 않아서 스스로 자신의 미색을 잊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據梁(거량): 가공의 인물로 ‘옛날 힘이 센 사람인데 도를 듣고 나서 유약함을 지켜 힘을 부리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음.
黃帝(황제): 전설상의 帝王(제왕).
??之間(노추지간): 화로와 망치 사이. 곧 천지의 조화를 비유한 표현. ?(로)는 풀무, 화로. ?(추)는 망치.
息我?而補我?(식아경이보아의): 나에게 새겨진 먹물을 지우고 나의 베인 코를 다시 붙임.
乘成以隨先生(승성이수선생): 온전한 몸을 갖추어 선생을 따름.
?萬物而不爲義(제만물이불위의): 만물을 자잘하게 부수고도 의로 여기지 않음. 자잘하게 부수어서 만물을 만들어 내고도 의로 여기지 않음.
 
 
허유許由는 요임금이 천하를 물려주려고 했을 때 거절한 사람이다.
 
“뱁새가 숲속에 둥지를 틀어도 필요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지요.”라 말하면서 귀를 씻은 장면은 유명한 전설로 남아있다.
 
어느날 의이자라는 사람이 찾아 왔다. 그는 요임금에게서 인의仁義를 몸소 실천하고 시비是非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도덕교육을 잘 배워왔노라고 말했다. 허유는 인의의 덕이란 속박의 형벌이나 마찬가지이고 시비는 코를 베는 형벌을 받은 셈이다. 너는 이미 정신이 갇혀 있는데 어떻게 이 변화가 많은 도의 세계에서 제멋대로 소요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노닐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인간이 작위적으로 설정해 놓은 인의도덕은 비유하자면 본래 말짱한 얼굴에 그대로 먹칠을 하여 오히려 어색하게 만든 것과 같고, 만물을 차별하여 이것은 좋은 것이고 저것은 나쁜 것이라고 시비를 정해놓고 어떤 것은 보존하고 어떤 것은 버린다면 이는 그냥 두어도 되는 코를 베어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자연을 중심으로 보면 만물은 무한한 연기적緣起的 관계 속에서 상호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각기 존재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인간 생활의 참된 규범은 인간의 작위적으로 이루어 놓은 인의에 있지 않고 무위자연의 도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무장의 화려한 미모, 거량의 힘자랑, 황제의 지혜도 도 안에서 단련된 뒤에는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나친 인위적인 보탬을 덜어냈다는 것이다.
 
우리의 스승인 대도大道가 하는 일을 간략히 말해 주리라. 늦가을 찬 서리가 초목을 다 말라붙게 하여 앙상한 들판을 보면 제재制裁하는 의義의 현상과 같다. 그러나 무위자연으로 행하여짐으로 의라고 여기지 않는다. 봄의 화애로운 기운이 만물을 싹트고 자라게 하는 그 생육현상이 자비로운 인仁의 모습이지만, 그러나 무위자연으로 행하여지는 자연의 행위를 보고 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처럼 도는 만물을 생겨나게 하면서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으며, 공을 베풀면서도 이에 의존하지 않으며, 잘 자라도록 도우면서도 지배하려하지 않는다. 이를 깊고 진정한 덕이라고 할 수 있다.[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허유의 대도大道 이야기는 노자의 말로 마무리 한다.(노자 10장)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1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