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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다스리는 일? 잠꼬대같은 소리 말라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2/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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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다스리는 일? 잠꼬대같은 소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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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2/14 [08:56]
天根游於殷陽, 至蓼水之上, 適遭無名人而問焉, 曰: 「請問爲天下.」無名人曰: 「去! 汝鄙人也, 何問之不豫也! 予方將與造物者爲人, 厭, 則又乘夫莽?之鳥, 以出六極之外, 而游無何有之鄕, 以處壙垠之野. 汝又何?以治天下感予之心爲?」 又復問, 無名人曰: 「汝游心於淡, 合氣於漠, 順物自然而無容私焉, 而天下治矣.」
 
천근天根이 은양殷陽에서 노닐다가 요수蓼水라는 강가에서 우연히 무명인無名人과 만나자 질문을 했다.
 
천근이 물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십시오.”
 
무명인이 호통을 치면서 대답하였다.
“꺼져라!. 그대는 야비한 인간이다. 어찌 그런 기분 나쁜 질문을 하는가? 나는 이제 조물자造物者와 친구가 되려 한다. 함께 노닐다가 싫증이 나면 다시 아득히 높이 나는 새의 등을 타고 올라 이 세상을 벗어나 아무도 없는 무하유의 고을[無何有之鄕]에서 노닐며, 끝없이 넓은 들판에서 머물고자 한다. 그런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잠꼬대 같은 소리로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로 내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는가?”
 
그러한데도 천근이 다시 또 물었다. 무명인은 그때서야 마지못해 대답해 주었다.
“그대는 욕심을 씻어내고 마음을 물처럼 담박한 데서 노닐게 하라, 그대의 기운을 적막하고 고요한 세계에 적응하여 사물의 자연스러움에 순응하고 사사로운 마음을 남김없이 버려라. 이렇게 되면 천하를 다스리려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사사로운 지혜가 사라지면 천하는 다스리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다스려질 것이 아닌가?”
 
 
天根(천근): 자연의 근원을 의인화한 가공의 인물.
殷陽(은양): 殷山(은산)의 남쪽. 산의 남쪽과 강의 북쪽을 陽(양)이라고 함.
適遭無名人(적조무명인): 마침 우연하게 무명인을 만나다.
爲天下(위천하): 천하를 다스리다.
鄙人(비인): 세속적 명리나 탐하는 비루한 사람.
不豫(불예): 불쾌하다. 豫(예)는 기뻐하다.
予方將與造物者爲人(여방장여조물자위인): 나는 바야흐로 조물자와 함께 벗이 되려 함.
乘夫莽?之鳥(승부망묘지조): 아득히 멀리 나는 새에 올라탐.
出六極之外(출육극지외): 육극의 밖으로 나감. 육극은 상하동서남북.
無何有之鄕(무하유지향): 아무것도 있지 않는 무하유의 고을.
壙垠之野(광은지야): 끝없이 넓은 들판.
汝又何?以天下(여우하예이천하) 感予之心爲(감여지심위): 그대는 또 무슨 까닭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일로 나의 마음을 흔들어대는가? 하예는 무슨 까닭으로.
遊心於淡(유심어담) 合氣於漠(합기어막): 마음은 담담한 곳에 노닐고 기를 적막한 경지에 놔두다. 淡(담)은 無慾(무욕)의 상태. 漠(막)은 寂寞(적막)의 뜻.
順物自然(순물자연) 而無容私焉(이무용사언): 사물의 자연스러운 전개를 따라 그 사이에 사사로운 욕심을 끼워넣지 않는다.
 
 
하늘보다 더 크고 땅보다도 더 무거운 욕심을 대여섯 자의 몸 속에 안고 살아가는 현대들이여 부끄럽지 아니한가! 더욱이 천하를 다스리겠다고 욕심을 내는 사람들은 욕심의 기름불을 부어 이 세상을 불길로 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명인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도 역시 물러가라는 호통을 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무명인은 이 세상을 떠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이라는 고요한 경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노닐겠다고 말했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로 나를 번거롭게 하느냐”며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우선 자기의 마음과 의기意氣를 대도大道에 일치시키는 일을 하여야 하고, 공평한 정치란 자연의 대도를 따라야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을 인위적으로 잘 다스려야겠다고 집착하는 현자들에게 향한 쓴소리다.
 
장자가 이상으로 삼는 정치는 다스림이 없는 다스림[無治之治]이다. 덕치德治보다 더 높은 차원인 무치無治의 치治는 그 모델을 자연에서 찾은 것이다. 자연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포괄하면서 스스로 존재하게 한다. 자기들을 길러주고 보호하며 통제하고 다스리는 존재가 따로 의식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들이 커다란 조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질서를 갖게 되는 상태이다. 인간 사회도 각자가 자기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함으로써 하나의 전체적 조화를 이룩할 때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는 것이다. 대자연 속에서의 완전한 조화 속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 장자의 믿음이다. 개개의 인간이 모두 주인으로서의 절대적 존엄성을 지니며 동시에 하나하나의 인간적 가치를 최대한으로 실현하는 사회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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