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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집 ‘사후세계’ 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기사입력 2017/03/02 [08:23]
티베트 불교의 내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집 ‘사후세계’ 4

티베트 불교의 내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입력 : 2017/03/02 [08: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특집 ‘사후세계’ 4
 
<게재 내용> 
1. 잘 죽는 법, 통과의례에 관한 성찰(장 필립 드 토낙)
2. 영혼의 저울질, 삶의 인과응보(세르주 라피트)
3. 영생을 위한 통행증, ‘사자의 서(書)’(플로랑스 컹탕)
4. 티베트 불교의 내세(로랑 데아예)
5. 내세를 결정하는 고인의 미덕(세르주 라피트)
6. 조상과 혼백, 그리고 저승(세르주 라피트)
7. 환생과 부활, 그리고 윤회(이세 타르당마스켈리에)
8. 죽은 자와의 대화는 가능한가?(지오르지아 카스타뇰리)
 
▲ 카르마의 절대 권력 상징이자 지옥의 왕 염라대왕이 돌리는 티베트 윤회의 수레바퀴. 티베트 탕카, 1780-1850. 에든버러 박물관 소장.    
 
티베트 불교의 내세  

2,500년 전 붓다 석가모니가 설하던 가르침에서 죽음은 불가분의 요소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진리, 죽음은 탄생의 반대이기 때문이다. 생전에 석가모니는 죽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는데, 이러한 죽음의 필연성은 존재의 모든 구성요소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돋보기 같다. 석가모니 열반에 대해 설한 불교 경전 <대반열반경>에는 몇몇 초자연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석가모니가 생에서 죽음으로의 과정을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이는 마치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점진적 변화 또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 같은 과정이다. 그 이후 죽음의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한 가장 유명한 경전은 당연히 티베트의 ‘사자의 서(書)’인 <바르도 퇴톨(Bardo Thodol)>이다.  
 
인식과 물리적 반응 
 
상세하게 서술된 죽음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육체를 구성하고 의식을 지탱하는 요소(땅, 물, 공기, 불)가 하나하나 분해된다. 각 분해과정마다 물리적 반응이 나타나며 죽어가는 사람이 경험하는 내적 인식과 일치한다. 빛과 주변과 차단되면서 공허한 느낌을 받는다. 호흡이 약해지고 기력을 잃는다. 실제로 의식의 근원(산스크리트어로 Vijñāna)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생체기능의 최종분해가 진행된다. 그다음, 죽은 자는 하나의 ‘체(體)’로 나타나 또 다른 단계로 접어드는데, 이는 생과 다른 생 사이의 여정과 비슷하게 보인다. ‘사자의 서(書)’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 매일 죽은 자를 위해 ‘사자의 서(書)’ 기도문을 낭독하면, 죽은 자가 앞으로 경험할 여러 단계를 받아들여 정신적으로 벗어난다고 한다. 영혼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형성된 ‘체(體)’이며, 전생에서 했던 모든 행위와 말, 생각에 따라 움직인다. 
 
죽은 자는 처음에는 생전에 지녔던 몸으로 인식하지만, 곧 환생하려는 성향이 내생과 일치하는 하나의 ‘체(體)’로 나타나며, 이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티베트 문화권의 오랜 민간신앙에 의하면, 이 상태는 금방 지나갈 수도 있고, 길게는 49일까지 지속되는데 7일씩 7단계로 넘어간다. 죽은 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새로운 분해과정을 아주 짧게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영혼은 최종적으로 자신의 실체에 직면하게 된다. 색채가 담긴 빛, 반짝이거나 또는 빛바랜 환영이 나타나는데 죽은 자는 이에 이끌리기도 하고, 반대로 공포나 혐오를 느끼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염라대왕이 죽은 자를 심판하는데, 다른 문화권에서도 익숙한 ‘영혼의 저울질’을 한다.  
 
영혼의 힘 
 
영혼의 궁극적인 본성은 언제나 수용 가능하므로, 모태의 문을 닫는 것도 언제나 가능하다. 다시말해, 환생의 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생전에 충분히 바람직하고 건설적이며, 통찰력 있는 행위를 통해 영혼을 빛내야 한다. 죽은 자가 금강승(Vajrayana, 탄트라 불교)의 가르침을 따랐다면, 그는 죽은 날 영혼의 진실된 본성을 바로 수용하기 위해 죽음의 단계에 익숙해지는 명상기술을 단련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에 죽음에 대해 눈을 뜨게 될 가능성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말아야 하며, 영혼의 힘이 애착, 의식과 바로 결합할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 지나친 집착을 피하기 위해, 영혼이 필연적으로 다른 생에 도전할 수 있도록, ‘사자의 서(書)’를 힘차게 낭독해야 한다. 
 
히말라야의 델록(Delog,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 
 
영성, 심리학, 생리학의 중간 지점에서, ‘죽음에서 되돌아온 자들’ 델록(Delog)은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이에 들어와 티베트 문화에 혼란을 일으킨다. 죽음에서 되살아난 이야기의 주인공은 주로 여성들인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나이에 중병으로 죽었고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만에 되살아났으며 자신이 본 환영을 증언했다는 것이다. 델록은 의식의 근원(티베트어로 Namshe)이 육체에서 분리될 때, 죽음의 순간부터 경전에 묘사된 내용과 일치하는 과정을 상세히 말해준다. 그들은 지옥에서 자신들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빌며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을 만났던 여정을 이야기한다. 자비로운 부처로부터 축복을 받은 델록은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의 중재인이다. 델록은 사회적 역할 즉 영적 역할을 맡는데, 일부 델록은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가르침을 전한다. 이런 일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만, 한 델록에게 영적 훈련을 받은 후 죽음과 부활의 경험을 직접 했던 티베트 여승 제춘마 로첸(1865~1951)을 비롯해, 티베트 신화와 종교사의 몇몇 주인공들이 티베트인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글·로랑 데아예·역사학자·티베트 역사와 티베트 불교 전문가, 번역·윤여연·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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