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집 ‘사후세계’ 8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 | 기사입력 2017/03/08 [07:19]
죽은 자와의 대화는 가능한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집 ‘사후세계’ 8

죽은 자와의 대화는 가능한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 | 입력 : 2017/03/08 [07:19]
르몽드 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특집 ‘사후세계’ 8

<게재 내용>
1. 잘 죽는 법, 통과의례에 관한 성찰(장 필립 드 토낙)
2. 영혼의 저울질, 삶의 인과응보(세르주 라피트)
3. 영생을 위한 통행증, ‘사자의 서(書)’(플로랑스 컹탕)
4. 티베트 불교의 내세(로랑 데아예)
5. 내세를 결정하는 고인의 미덕(세르주 라피트)
6. 조상과 혼백, 그리고 저승(세르주 라피트)
7. 환생과 부활, 그리고 윤회(이세 타르당마스켈리에)
8. 죽은 자와의 대화는 가능한가?(지오르지아 카스타뇰리)
▲ 1897년 7월 27일 프랑스 몽포르 라모리에 위치한 블레쉬 집안에서 열린 교령회 도중 탁자가 공중에 떠오른 장면이다. 오른쪽에는 카미유 플라마리옹이 영매 유사피노 팔리디노의 양 무릎을 잡아 제어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죽은 자와의 대화는 가능한가?
 
19세기 중반부터 심령술은 죽은 자를 만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내놓는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과학’으로 여겨진 심령술은, 기도 외에는 죽은 자와 대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허용하지 않는 여러 종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구덩이를 팠다. 그곳에 모든 망자를 위해 술과 고소한 우유, 부드러운 포도주, 마지막으로 물을 뿌렸다. 그리고 그 위에 하얀 밀가루를 뿌렸다...”
 
자동기술법, ‘위자보드(ouija)’(1)와 교령 원탁도 없던 시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속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당시 전해지는 여러 조언을 따라 죽은 자와 대화를 이미 시도했었다. 즉 죽은 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며,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죽음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신화, 문학, 여러 종교 또는 가장 최근엔 자칭 과학이라 부르는 일부 집단은 사후세계 미스터리를 증언하려고 한다. 죽은 자의 영혼이 우리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우리 주변에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지도 모른다.
 
“순간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혼을 껴안고 싶었다. 그리곤 세 번이나 영혼을 향해 달려들었고 내 마음은 어머니의 영혼을 껴안으라고 부추겼지만 어머니의 영혼은 세 번이나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마치 환영 같았다.”이타카 섬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죽은 자와 대화하고 싶은 욕망, 죽은 자를 가깝게 느끼고 싶은 욕망은 보통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처럼 영혼을 만나는 이야기가 고대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실제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과학’으로서 간주된 죽은 자와의 대화는 19세기 중반 심령술을 통해 등장한다. 이러한 심령술은 세계 종교에 맞서 다방면에서 나타나며 세계 종교와 조화를 이루기를 열망한다.
 
심령술의 시작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캔터빌의 유령>의 시작과 흡사하다. 소설에서처럼 두 아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던 영혼과 ‘대화’를 시작한다. 실제로 뉴욕주 하이즈빌에 사는 폭스 자매는 1847년 ‘교령 원탁’과 ‘영혼과의 대화’를 만든 첫 영매가 된다. 폭스 자매는 기이한 현상을 대중에게 알리는 유료 심령술 시범을 보이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5년 후, 클리블랜드에서 심령술 학회가 열리고, 곧바로 ‘심령술 열풍’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다.
 
최면술과 자기학(磁氣學)
 
레옹 리바이유, 일명 알랭 카르덱은 리옹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카르덱은 최면술과 자기학에 관심이 많아 1857년 <영혼들의 책(Le Livre des esprits)>을 펴냈고, 이 책은 심령술의 ‘바이블’이 된다.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진실한 영혼’에게 들은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우주론과 사후의 삶에 대해 영혼들에게 물은 질문과 답 1천여 개가 담겨있다. 또한 철학체계를 갖춘 구조로 근원, 영혼의 불멸, 도덕법칙, 인류의 미래 등에 대한 여러 장이 영혼의 본성, 인간과 영혼의 관계 같은 보다 특징적 주제에 따라 뒤섞여 있다. 이듬해 알랭 카르덱은 프랑스심령연구학회를 세우고 <심령잡지(Revue spirite)>를 출간하며, 심령술 기본서 <영매(Le Livre des médiums)>, <심령술에 의한 복음(l’Évangile selon le spiritisme)> 2권을 펴냈다.
 
1869년 카르덱이 죽자, 유명 천문학자 카미유 플라마리옹은 추도사를 발표한다. “우리는 우리 주변을 끊임없이 맴도는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랭 카르덱의 영혼이 지금 여기 내 앞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심령술 신봉자들은 점점 늘어났으며 특히 프랑스 문단에서 그 수가 증가했다. 문학계 심령술 신봉자들 중에는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조르주 상드, 테오필 고티에 같은 유명 문인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 알려지지 않은 과학의 여명을 확인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초, 과학계와 학계는 심령술이라는 새로운 학설에 반대하며 수십 년 간 해당 분야에서 모든 연구를 중단하게 한다.
 
심령술이 다시 유행하다
 
그 후 1980년대에 들어서 심령술은 다시 유행한다. 특히 미국은 근사 체험(NDE; Near Death Experiences)과 채널링(2)의 선구자였고, 유럽은 영혼의 목소리를 찾아 녹음을 시도하는 당시 최신기술인 전자장비를 활용한 영혼과의 대화에 있어 전문적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심령술 관련 행위와, 이에 대한 믿음을 가진 24개국 1만개 단체가 연합한 ‘국제심령회의’가 1992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됐다. 심령단체 활동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발하다. 국제심령이사회가 개최된 이후, 브라질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심령 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렸다. 신문가판대에 심령전문지들이 진열되고, 심령술센터에 진료소, 어린이집, 중독치료센터가 갖춰지며, 정신과 병원에는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강박증 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교양 있는 부르주아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심령술은 ‘세계’ 종교와 경쟁하려 애쓰는 대중적 흐름이 됐다. 그렇다면 죽은 자와의 대화에 대한 ‘세계’ 종교의 입장은 무엇일까? ‘세계’ 종교는 죽은 자와의 대화 행위를 인정할까? 특히, 죽은 자와의 대화는 ‘세계’ 종교에서 고려할 수 있는 행위인가?
 
유대교는 죽은 자와의 교류를 단호하게 금지한다. “누군가가 영매나 점쟁이를 따르며 불륜을 저지르면, 나는 그자에게 얼굴을 돌려 그를 자기 백성에게서 잘라내겠다.” 레위기(20:6)에 죽은 자와 대화를 시도하는 자에 대한 형벌이 언급된다. 영혼에게 질문하고 죽은 자에게 기도하는 행위는 신앙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신의 노여움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죄로 여긴다. “사울은 주님을 배신했기 때문에 이렇게 죽었다. 그는 주님의 분부를 따르지 않아 주님을 배신하고, 영매에게 문의하면서도 주님께는 문의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그를 죽게 하시고 이사이의 다윗에게 나라를 넘겨주셨다.”(1역대, 10:13-14)
 
모든 성인의 통공에서 접근
 
기독교에서 죽은 자와의 교류에 대한 구약성서에 나온 입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해도, 신약성서는 죽은 자와의 교류에 대해서 다소 관대한 듯 보인다. 신약성서는 “기도 덕분에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간 지속적인 교류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성인의 통공’으로 불리는 이러한 접근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속 모든 피조물의 결합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기독교에서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간 교류를 허용하는 수단에 대한 정당성은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가 각각 다르다. 우선, 가톨릭은 죽은 자와 ‘대화’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지만 신중하고 조심하도록 권고한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선이 ‘뚜렷하지도 분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마가 인간을 속이기 위해 죽은 자로 빙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교회는 두 번째 생각에 공감하며 심령술과 죽은 자와의 의사소통을 ‘믿음과 무관한’ 것으로 선언한다. 개신교는 더 주의 깊게 살아있는 자에게 집중하며 죽은 자와의 의사소통에 회의적이다. 칼뱅은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루터교도는 죽은 자가 부활 때까지 잠들어 있다고 여긴다.
 
이슬람교는 믿음 속 진실한 기도를 통해서만 죽은 자와의 대화를 허락하는 듯하다. 코란과 하디스에는 죽은 자와의 대화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지만, 이슬람법 샤리아에서는 저승과의 교류를 위해 인간이 만든 모든 인위적 행위를 금지한다. 종교학자만이 신이 보내는 모든 ‘신호’, 꿈, 환영,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해석해야 한다. 이렇듯 세계 종교는 독실한 신앙심을 인도하며 죽은 자와의 교류에 있어서 허락된 행위만 하도록 안내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죽음을 위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그런 존재 인식이 확고해져도, 죽은 가족이나 친구, 조상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뇌리에 박힌 희망이기 때문이다.
 
(1) 1899년 미국에서 윌리엄 폴드가 만든 영혼과의 소통법. 영혼에게 질문하면 영혼이 유리잔이나 바늘로 원 안에 적힌 글자들을 가리키며 대답한다고 한다.
(2) 이 방법은 ‘경로’를 이용해 영매인 인간을 통해 죽은 자의 영혼과 교류하는 것이다
 
<글·지오르지아 카스타뇰리·종교학자로서, <르몽드>의 자매 격월간지 <르몽드 데 를리지옹>에 고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번역·윤여연·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