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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은혜, 값싼 믿음 ➂ ‘그리스도인의 표증(表證)’

하승무 | 기사입력 2018/02/26 [15:50]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

값싼 은혜, 값싼 믿음 ➂ ‘그리스도인의 표증(表證)’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

하승무 | 입력 : 2018/02/26 [15:50]
초대교회의 신앙을 계승한 정통 그리스도교의 구원은 신자됨의 진정성에 관한 기본적인 요소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이루어지는 것이며, 둘째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는 진정한 회개가 반드시 수반되며, 셋째는 회개와 동시에 성경의 가르침대로 실천적인 삶을 살아 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실천적인 삶이란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청산하고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포함합니다. 또한 성경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을 마땅히 여기며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불이익이나 위험이 닥칠지라도 심지어, 생명이 위협받을지라도 이를 믿음으로 감내하고자 하는 자세를 끝까지 견지합니다. 넷째는 죄악을 혐오하며 늘 하나님 앞에서 겸비한 자세를 가집니다. 이러한 믿음의 표증은 초대교회로부터 오늘날까지 중생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삶의 전반에 나타났습니다.    
▲ 피렌체에서 설교하는 사보나롤라(좌), 화형으로 순교하는 종교개혁가 사보나롤라-시뇨리아 광장(우)     

그러기에 성경이 보증하는 정통 그리스도교 교회의 ‘신자’가 된다는 것은 세속교회에서 교인이 되는 방식과 과정 그리고 ‘신자됨’의 의미와 동일시한 ‘교인됨’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또한 한국교회에 보편화된 ‘신앙 간증’과 같은 방식은 물론, 이러한 수단을 통한 신앙고백적인 내용을 성경이 진술하는 신자됨의 ‘신앙고백’과 신앙고백에 의한 사실로 제시하는 비성경적인 형식들을 단호히 배격해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성육신하여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유대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신 말씀은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마 10:32)라고 하였습니다. 당시 유대사회에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시인하다’는 것은 야훼 하나님에 대한 배신이자, 이단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속해있는 유대사회 공동체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는 곧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마 10:17-22)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장사한지 3일 만에 부활 승천하신 후, 주님의 복음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소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치고 사도로 세우신 12사도와 부활 승천 후 사도(고전 15:1-10)로 부름을 받은 바울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마태복음 10장 32절 말씀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바울은 로마서 10장 9-10절에서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 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라고 전했습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요한 1서 4장 3절)고까지 상세히 증거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은 오실 메시아에 대한 구약의 성취로 영원한 구원의 복음으로 계시되었습니다. 신약 전반에서 일관되게 계시되고 있는 ‘시인하다’의 원의(原意)는 세속교회의 ‘신앙 간증’이나 ‘회개의 방식’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원형인 ‘호몰로게오’(ὁμολογέω)는 ‘공적으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것’(to confess publicly)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공적으로 고백하다’는 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생명을 포함한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고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발 더나가 어떠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복음을 전해야할 의무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위험은 상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속화된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과는 달리 단순화된 고백 형식만을 빌려서 ‘신자됨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성경의 동일한 형식적인 면을 따르는 것 같으나 형식적인 면의 적용마저도 ‘신자됨’의 성경의 가르침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을 성경의 가르침으로 동일시하여 적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교인됨’의 방식은 성경에서 진술하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믿음의 구원을 아주 하찮은 종교적 방편의 수준으로 하락시키고 말았습니다.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은혜를 ‘값싼 은혜’로, 구원의 믿음을 ‘값싼 믿음’으로 세상 가운데 조롱거리로 만든 것입니다. 영화 <밀양>의 유괴살인범의 회개나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전직 간부 검사의 신앙 간증과 같은 형태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세속교회의 모범적인 틀이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초대교회와 사도들의 신앙을 계승한 개혁된 교회는 이러한 방식의 교인됨을 매우 경계했습니다. 개혁된 정통 그리스도교 교회는 성경이 보증하는 신앙 고백의 전통 안에서 성경의 가르침대로 신자의 세움과 양육을 함께 이루어 왔습니다.    
▲ 청교도 목사 존 번연(John Bunyan)과 1678년 천로역정의 초판본 표지, 감옥에 수감된 존 번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진정으로 임한 사람이라면 세리장 삭개오가 즉각적인 결단과 행동으로(눅 19장) 예수님의 말씀에 순복한 것처럼, 정통 그리스도교 교회의 공동체 멤버(교인)가 된다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교회에서 공적으로 실시하는 검증 절차(교리교육과 삶의 모범)를 기쁨으로 동의하고 모든 과정을 이겨냄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교회 공동체는 성경의 가르침에 기반을 두어 모든 공적 절차를 통해 검증하고 성경이 요구하는 ‘그리스도인으로의 표증’이 기본적으로 확인될 때에 ‘신자됨’의 외적 자격인 교회의 ‘멤버(교인)’가 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교회의 멤버는 ‘신자됨’의 의미와 동일시되었던 것입니다. 이 또한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자됨’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였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성경 빌립보서 2장 12절에서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고 이미 가르쳤던 것입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신앙을 고백한 믿음의 고백은 하나님의 은혜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신적 행위’임을 의심 없이 수납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중생한 그리스도인들은 구원받을 만한 아무런 조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고 구원을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여 능동적으로 믿음의 실천적인 삶을 끝까지 견지하여 구원을 이루어 갔던 것입니다.     

이 믿음의 여정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언제나 자신의 행동을 성경의 가르침대로 교정하며 진정한 회개는 물론, 잊었던 과거의 죄나 실수가 생각나거나 드러나면 회피하거나 숨기지 않습니다. 또한 더 이상 동일한 죄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자신의 죄상을 은폐하거나 항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잘못과 용서를 솔직히 구하며 범죄에 대한 죄과를 달게 받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나 신자됨의 자세를 실천합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자됨의 제자도’는 진정한 하나님의 은혜가 입한 자에게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자명한 것은 ‘값싼 은혜, 값싼 믿음’으로는 성경이 요구하는 그리스도인의 길을 도저히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구약 성경의 일관된 가르침이 그렇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해석과 판단 그리고 경험’으로 ‘이성적 기준과 관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성경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 학문과 사상 그리고 시대적 논리로, 더나가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악용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끝.

기도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불의한 이 세상을 보소서!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을 긍휼히 여기시고 주님의 자녀들이 이 세상 가운데 소금과 빛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교권과 세상 정치에 물든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도록 말씀 앞에 바로 서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나이다. 아멘. 

* 하승무 목사는 한국예수교장로회(OPCK) 기관 목사이자, 시인이다. 현재 한국장로회신학교 역사신학 교수로 봉사하고 있다.<kpts@kp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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