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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하승무 | 기사입력 2018/04/04 [07:23]
1.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예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1.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하승무 | 입력 : 2018/04/04 [07:23]
▲ ‘예수의 사형을 요구하는 대제사장과 그 무리들’-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한 장면

지난 부활절 저녁에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The Passion of the Christ)’입니다. 천주교 신자이며 오푸스데이(Opus de) 멤버인 멜 깁슨(Mel Gibson) 감독이 연출한 로마가톨릭 영화입니다. 1895년경에 프랑스에서 최초로 예수님의 ‘수난’에 관한 영화가 상영된 이후, 이 영화는 여러 종류의 예수님에 관한 영화들과는 달리, 2004년 개봉 이전부터 본편과 함께 타이틀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장로교 목사인 저가 이 영화를 해마다 보는 이유는 다른 기독교 영화에 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성경의 내용을 제대로 구현해서가 아닙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드러나지만 최소 13가지 이상이 사복음서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주목한 것은 지금까지 상영된 예수에 관한 영화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사실성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좀 특이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그리스도의 ‘수난’을 의미하는 단어나 ‘고통’에 관한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라 대중들이 흔히 알고 있는 ‘정열’, ‘격정’의 의미로 통용되는 ‘패션(Passion)’이라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흔히 알 수 없는 신학적 코드가 연결되어 있는 제목이었습니다. 만약 깁슨이 기존의 예수님에 관한 영화 제목들이나 일반적인 단어들을 변형하여 그대로 사용했다면 영화 제작 의도와 목적은 크게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제목부터 로마가톨릭의 신학적 정체성을 철저하게 반영한 멜 깁슨의 탁월성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한번쯤은 꼭 볼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필자가 지적한 바에 대한 사전 지식을 미리 가지고 본다면 영화가 한층 더 흥미진지할 것입니다.     

깁슨은 제작 전부터 자신이 연출할 내용과 타이틀을 일치시키고자 논의하여 결정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고난의 전 과정과 희생을 전면적으로 부각하여 로마가톨릭의 전통관과 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편 줄거리에서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12시간은 제목부터 로마가톨릭 신학의 함축성과 기존에 인식된 일반적인 의미를 반전시킨 역설 그리고 신선함을 관객들에게 던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그대로 대중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원래 'Pass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열’이라는 뜻이지만 ‘고통’이라는 의미로도 라틴어와 함께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한 가지 이상의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술 분야에서 전문 용어로 사용될 때에는 의미의 폭이 다양하며, 신학용어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전 과정이 특정(特定)되어 있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의 수난’을 의미하는 단어는 ‘Crucifixion’이지만 ‘수난의 전 과정’을 뜻하는 단어는 로마가톨릭의 신학용어인 'Passion'을 사용합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깁슨의 연출은 역시 뛰어난 배우 못지않게 감독으로서의 자격도 거장급입니다.     
▲ ‘마리아의 입맞춤’- 실제 성경에 없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한 장면    

영화 전편의 줄거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겪게 되는 체포 당시 전후 배경과 산헤드린 공회의 심판, 빌라도 앞에서의 재판 그리고 처절한 고통의 과정과 처형에 이르기까지 로마가톨릭 신학의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구현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발견한 것은 깁슨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아니하였던 간에 영상에서 드러난 예수님의 ‘인성적인 면과 신적 면모’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는 점은 아주 상찬할만 합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에 관한 영화를 대부분 다 보았다고 자부하지만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을 이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아직까지 찾아 보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2004년도에 이 영화가 상영될 당시, 전 세계적으로 영화평이 두 부류로 나누어졌습니다. ‘폭력적인 영화’,라는 혹평과 ‘예수님의 고난을 가장 사실적으로 연출한 최고의 영화’라는 수많은 찬평이 쏟아졌습니다.   

2004년 이후부터 해마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이 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영화를 꼭 한번은 다시 봅니다. 그런데 올해에 들어와서는 전편에 흐르는 126분가량의 장면 장면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보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영화 전체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시청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인간의 사악함에 대한 수치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 너무나 처절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최소 13가지 이상이 신약성경의 사복음서와 일치하지 않은 점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에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어떠한 목적 하에 연출되고 제작되었을지 몰라도 감독과 제작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성경적이든 비성경적이든 덤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훈하는 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여러분도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깁슨의 연출이 한 가지 더 탁월한 것은 지금까지 제작된 다른 예수 영화와 비교해서 사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실제성을 과학적인 기준과 의학적으로 검증된 면면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도록 표현한 점입니다. 물론, 당시 로마의 형벌과 형구에 대한 검토도 반영된 영화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성경에 빗나간 요소를 발견함으로서 성경 진리에 보다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세울 수 있어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얻는 것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이는 필자가 해마다 반드시 다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속)    

* 하승무 목사는 한국예수교장로회(OPCK) 기관 목사이자, 시인이다. 현재 한국장로회신학교 역사신학 교수로 봉사하고 있다.<kpts@kp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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