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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자유문고 刊· 심장섭 편저·23,000원)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8/04/20 [07:15]
마테오 리치가 동양사상 왜곡과 대응을 탐사보도식으로 밝혀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자유문고 刊· 심장섭 편저·23,000원)

마테오 리치가 동양사상 왜곡과 대응을 탐사보도식으로 밝혀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18/04/20 [07:15]

서구 열강은 동양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왜 그렇게 기독교 선교에 열정을 쏟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동양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자 했나? 

이러한 의문을 탐사보도 형식으로 밝혀 놓은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자유문고 刊· 심장섭 편저·472쪽·23,000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마테오 리치의 제국주의 기독교와 중국불교’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는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근대에 서구 정신의 대표자로 활약한 마테오 리치의 기독교적 시각이 담겨있는데 동양사상을 어떻게 왜곡하였으며, 동양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이를 법제(法諦) 심장섭(68)이 편저자로서 정리해 놓았다. 심 씨는 한양대학교 법정대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역서로 '초기대승불교의 종교생활', 논문으로 '길장의 二藏三種法輪說 연구'가 있다.   

15세기 중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며 시작된 대항해 시대에, 이미 가톨릭은 종교개혁 이후 해외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그 선두에는 예수회가 있었고, 그들의 배후에는 유럽 최고의 정신적 권력인 로마 교황청과 동양과의 상품교역을 갈망하는 각국의 상업자본가들, 그리고 국왕과 귀족들이 있었다.     

중국에서 활동한 예수회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는 당대 서구 지성사의 핵심을 전수받은 르네상스인이었다. 그는 중국의 ‘신국화神國化’라는 거대 목표를 위하여 중국의 사서四書를 비롯한 중국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신의 인격성을 부정했던 신유학新儒學을 배제하고, 상제上帝 신앙이 등장하는 고대 유학儒學에 시선을 돌림으로써 유학에 기독교 이론을 삼투시키는 전략을 취하였다. 그리고 유가를 도와주면서 불교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보유척불론補儒斥佛論의 선교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마테오 리치의 인격적 유일신의 입론 시도는 한마디로 동양인들의 의식 수준의 퇴행을 부추기는 일이며, 유교의 근본사상을 훼손하는 일이었다. 서구의 실체론적 사고에 묶여 있는 마테오 리치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이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노장의 무無와 붓다의 공空 사상을 허무주의라고 비난하였다. 특히 그의 불교에 대한 비판은, 비판이라기보다 아예 대놓고 비난하고 비방하며 적대시하고 이단시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에 당시 사대부 등 재가의 선비들과 운서 주굉, 우익 지욱 등 당대 최고의 불교 지도자들은 기독교에 대한 반격, 곧 벽사론闢邪論을 제기하여 불교를 옹호하는 동시에 기독교 교리의 허점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 책은 대항해 시대의 전개로 인한 유럽의 해외 팽창으로부터 시작하여 프로테스탄트에 대응한 가톨릭의 예수회 창설과 해외 선교, 명나라 초 정화의 남해 원정과 그것의 중단이 불러온 결과, 기독교의 중국 전래와 예수회 선교사의 중국 입국 및 선교 전략, 명말 유불儒佛 사상계의 동향 등 서구가 동양으로 진출하기까지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서 동서양 문화의 가교로 불린 마테오 리치의 행적과 활동을 면밀히 고찰한다. 그리고 그가 '천주실의天主實義'와 '중국지中國誌'에서, 유가儒家를 빌어 천주교를 호교護敎한 것과 불교에 대한 일방적 공격을 가한 과정과 이유에 주목한다.

한편 중국 불교계에서는 마테오 리치의 공격에 대항하여 벽사운동을 전개하는데, 이에 대해 당시의 저술들과 운동을 중심으로 자세히 고찰한다. 마지막으로는 명말청초 예수회의 전체적인 동향을 소개하면서, 그 후에 일어난 유명한 전례논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학문적 전통을 다소 왜곡하여 소개한 예수회원들의 저술이 오히려 유럽에 계몽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결과를 가져온 점에도 주목한다.

이렇듯 이 책은 근대 서구유럽의 동양 진출에 있어, 그들의 정신문화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가 동양의 식민지화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가를 동양의 문화적 전통, 특히 불교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탐구한 결과이다.    

일찍이 베이징대 총장을 역임했던 장멍린(蔣夢麟)은 “석가모니 부처는 흰 코끼리를 타고 중국에 들어왔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대포를 타고 날아왔다.”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두 보편종교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중국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는지, 그들의 심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일 것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세계인이 인정하는 보편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는 인류애와 평화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그런 그리스도교가 역설적으로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대포(?)의 모습으로 동양을 공략했는가를 객관적으로 짚어보는 작업은, 열린 종교로서의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상생과 공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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