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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心 달래지 못한 총무원장 사퇴…조계종 앞날은
새 총무원장 선거 등 개혁안 놓고 주류·비주류 갈등 격화 가능성
기사입력: 2018/08/23 [18:2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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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무원장 선거 등 개혁안 놓고 주류·비주류 갈등 격화 가능성  

한국불교 최대 종단 대한불교 조계종의 내홍(內訌)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조계종의 내홍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8월21일 전격 사퇴 이후에도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은 오히려 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앞날을 어둡게 한다.

설정스님의 총무원장 사퇴 직후 나온 총무원의 특별담화와 불교개혁행동의 성명은 전혀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 사이 논란이 이어졌던 설정스님의 거취가 사퇴로 마무리되긴 했으나 조계종 내분이 계속될 것이란 예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에 설정 총무원장 전격사퇴의 전말(顚末)을 짚어보고 종계종의 앞날을 조망해 본다.     

설정 총무원장 10개월… 취임부터 사퇴까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사퇴의 뜻을 나타내고 다시 수덕사로 내려갔다. 취임한 지 10개월 만인 조기퇴진이다. 종단 안팎에서 퇴진 압박을 받아온 설정스님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임기 4년의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뒤 불과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설정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재차 부인했다. 이어 “종단을 소수 정치 권승(權僧)들이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설정스님에 관한 의혹의 씨앗은 선거 출마 즈음부터 싹텄다. 은처자(隱妻子) 의혹 등 자신을향한 의심의 시선을 끝내 씻어내지 못했다. 2017년 9월 설정스님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불거진 3대 의혹은 ▲고(古)건축박물관 사유재산 ▲서울대 허위학력  ▲숨겨둔 처와 자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고건축박물관의 경우 종단 차원의 의혹규명 작업을 통해 설정스님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방송통신대를 나왔는데 서울대를 나왔다고 했던 것은 신속한 참회로 진화했다. 그러나 ‘출가수행자로서 여성과의 간음으로 딸까지 낳았다’는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카더라 통신’만으로도 파괴력이 너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은 희망찼다. 2017년 10월12일 실시된 총무원장선거에서 상대후보들을 큰 폭의 표차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설정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의혹들을 조속히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완승의 분위기에 흐려졌다. 그런데 2018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한 질문들이 다시 나왔다. 이에 설정스님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분명히 해소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종단 바깥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MBC PD수첩이 5월1일 폭탄을 터뜨렸다. 공중파 방송이 관련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를 발판으로 일부 불교 언론을 포함, 소위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등은 집회를 계속 열어 집요하게 공격했다. 불국사 주지를 지낸 설조스님의 단식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 설정스님이 8월21일 조계종 총무원장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진제종정의 첫 번째 교시(敎示)로 6월11일 교권자주수호위원회가 출범했고, 결백을 자신했던 설정스님은 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하고 판단을 맡기겠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희망은 있어 보였다. 미국에 거주하는 의혹당사자의 친모(親母)로 알려진 K씨가 들어와서 “자신의 딸은 약 30년 전 어느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자식이고, 설정스님의 도움으로 스님의 가족에게 아이를 입양시킨 것일 뿐, 설정스님의 딸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적어도 종단 내부에선 그녀를 믿어주는 기류였다.

그러나 유전자(DNA)검사로 사태를 곧바로 해결할 결정적 키(key)를 쥔 의혹당사자는 찾지 못한 상태였다. 뇌관은 제거되지 않았고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 희망은 녹아내렸다. K씨의 주장을 뒤집은 7월23일 미국 하와이 무량사 도현스님의 기자회견은 수많은 불자(佛子)들의 정서를 어지럽혔다. 무엇보다 이를 기화로 언론이 대거 조계종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이와 함께 물밑에서 벌어진 여러 일들로 인해 원로 및 중진 스님들과 설정스님 사이의 신뢰는 금이 갔다. 그러는 사이 불교의 사회적 위상은 흔들렸고 종무원(宗務員)들의 피로감은 한계에 달했다.

설정스님의 총무원장 조기퇴진은 7월27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이미 예고됐다. 설정스님은 이날 "저와 관련된 일로 종도들과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드린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모색해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8월1일 설정스님을 면담하고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8월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8월13일 설정스님은 다시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겠다”며 ‘12월31일 사임’ 카드로 또다른 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교구본사 및 중앙종회와의 소통은 완전히 끊겼다. 사실상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한 8월8일 진제종정의 두 번째 교시가 결정타가 됐다.

결국 8월16일이 운명의 날이 되고 말았다. 종단 사상 최초로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해임)’ 안이 가결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었다. 막상 투표함을 개봉하자 불신(不信)과 불통(不通)이 오랫동안 이어져왔음이 확인됐다.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취임 직전까지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으로서  산중을 지켰다. 설정스님은 8월21일 불과 10개월의 짧은 서울생활을 접고 다시 산중으로 돌아갔다.    

“종단의 안정과 화합” VS “조계종 적폐청산의 새로운 시작”    

설정스님의 총무원장 전격사퇴로 조계종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게 조계종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향후 새로운 정권 창출을 둘러싼 다툼과 혼란이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설정스님의 사퇴에 따라 조계종은 60일 안에 새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혁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총무원장 선출 방식이 문제다. 현행 종헌(宗憲)은 총무원장 선거를 중앙종회 의원, 본사(本寺: 일종一宗, 일파一派의 본종이 되는 큰절. 각 말사末寺를 통할함. 일제 강점기에는 31 본산제였으나 광복 후 폐지되고 현재 25 본사로 운영되고 있음.) 주지들을 포함한 각 교구(敎區)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가지는 간선제(間選制)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방식대로하면 비주류 측에서 ‘적폐’로 지목한 주류 측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중앙종회와 주지들의 상당수가 자승 전 총무원장의 영향력 아래 있어 “자승 세력의 부패유지 첨병 역할을 하는 허수아비”가 새로운 총무원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승려들이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 일정이 촉박한 데다, 총무원이 “종헌, 종법(宗法)이 바뀐 게 없기 때문에 현행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큰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비주류 측은 압박 수위를 최대한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8월26일 전국승려대회를 준비해온 승려대회추진위 대변인 허정스님은 “조계종 개혁은 설정스님의 사퇴와 상관없이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들은 22일 열린 원로회의에서 중앙종회를 해산하고 비상혁신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개혁방안으로 총무원장 직선제와 함께 재가자(在家子: 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자) 종단운영 참여 확대, 사찰 재정 투명화·공영 등을 제시한 상태다.

자승스님을 겨냥한 압박과 비난의 수위도 한층 높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검찰에 사찰방재시스템 세금횡령 의혹과 관련해 자승스님에 대한 공개조사를 촉구했고, 불교개혁행동은 ‘멸빈’(滅擯: 무거운 죄를 저지른 수행승을 영원히 승단에서 추방함)을 요청했다.

주류 측은 내분으로 인한 조계종의 위기를 강조하며 사태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담화에서 “종정예하께서도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교시를 내리신 바 있다”며 “종단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인내하고, 서로의 마음을 개혁과 혁신으로 보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사퇴에도 조계종 ‘혼돈’은 언제까지?

설정 총무원장 조기퇴진 사태는 여전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초 사태는 사유재산 축적과 은처자 의혹 등에 의한 설정 총무원장 퇴진 요구에서 시작됐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재가불자들이 주축이 된 불교단체의 퇴진 요구 집회와 불국사 주지를 지낸 설조스님의 단식이 이어졌고 원로회의 의원과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잇따라 설정스님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설정스님은 수위를 달리해 가면서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8월13일 갑자기 종전의 입장을 바꿨다. 개혁의 기틀을 다진 뒤 연말에 명예롭게 퇴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설정스님은 사실상 전(前)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총무원장은 중앙종회 의원들과 각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선출하게 돼 있다. 자승스님이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조계종 안팎에서 설정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승스님이 설정스님의 사퇴를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설정스님은 자승스님을 축(軸)으로 한 주류 세력에 대한 반감을 여러 차례 우회적으로 비쳤다.       
▲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가운데)이 8월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끝낸 뒤 조계사를 떠나고 있다.    

진퇴와 관련한 설정스님의 입장 번복은 결과적으로 비주류 세력들과 적폐청산을 외치는 재가불자 단체의 공통 요구로 번졌다. 기득권 세력의 핵심인 중앙종회의 해산과 총무원장 선거제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조계종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음을 예고하는 핵심이다. 그 혼돈의 중심에 바로 주류와 비주류 세력 간 갈등이 있다. 설정스님 측과 자승스님 측,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설조스님이나 수좌회 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계종단 개혁을 외치고 있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주류 세력의 완전 교체를 통한 새판 짜기와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계종 원로회의는 22일 전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총무원장 설정스님 불신임안을 상정하고 최종 인준했다. 원로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지난 16일 중앙종회에서 가결된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을 최종 확정했다. 원로회의 사무처장 남전 스님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직은 인정되나 사직에 대한 법적 다툼을 종식시키고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불신임안 인준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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