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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기 가구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9/12 [08:23]
복지부 ‘복지위기 가구 발굴 대책’…서울시 '사각지대 위기가정 찾아 맞춤형 돌봄안전망'

복지위기 가구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복지부 ‘복지위기 가구 발굴 대책’…서울시 '사각지대 위기가정 찾아 맞춤형 돌봄안전망'

양형모 | 입력 : 2018/09/12 [08:23]
좋은 마을에 들어가 살면 돈도 더 잘 벌고 잘산다.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다. 좋은 동네로 이사한 경우에 대학 진학률도 높아지고, 10대에 미혼 부모가 될 확률도 낮아졌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1994~1998년 기간에 5개 주요 도시의 극빈층 46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이다.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좋은 이웃이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성숙한 공동체 문화가 아이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A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빈곤층 아이들을 30명씩 모아 2박3일씩 역사문화 기행을 시킨다. 대부분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부모 또는 조손(祖孫)가정의 아이들이다. 동네 주민들이 모금을 해서 여행을 시켜주니까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고 꿈을 키워갈 수 있다. A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업은 크게 ‘찾아가는 서비스’와 ‘불러내는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로 ‘이음지기 봉사단’ ‘마을 반장’ ‘둘-하나 데이’ 같은 것이 있다. ‘이음지기 봉사단’은 동네 주민 2명이 한 팀이 되어 요구르트와 삶은 계란 등을 들고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을 찾아가 사는 이야기도 하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계란을 먹으며 마주앉아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하게 어려웠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정서적 에너지를 주고받게 된다. 이렇게 1주일에 한 번 오는 이들을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면 자살하지 않는다.이 동네는 1800세대가 사는 영세민 밀집 지역으로 ‘이음지기 봉사단’ 40팀으로는 부족해 마을 반장을 모집했다. 마을 반장들은 150여명, 평균 70세로 임대아파트의 같은 층 주민으로 구성됐다. ‘둘-하나 데이’는 매월 21일 마을의 봉사자들이 혼자 사는 주민들을 찾아가 반찬도 나누고, 집 청소도 하고, 문풍지도 바르고, 전구도 갈아주면서 정을 나누는 날을 의미한다.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洞)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복지전담팀’에게 알린다. 담당 공무원은 빨리 방문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불러내는 서비스’는 음주자들의 야외 술집인 공원에 크리스마스트리도 꾸며놓고 장터를 열어 ‘천원국수’를 팔고 가족운동회도 하는 등 캠프를 여는 사업이다. 공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보려고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나오고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나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국수를 서로 나눠먹는다. 즐거워서 다음 행사 날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희망이고 희망은 자살이 제일 싫어하는 에너지다. 요컨대 이 동에는 매년 자살자가 10명씩 되었는데 이러한 사업 실시 이후 자살자가 없어졌다. 사각지대가 해소된 것이다.이러한 서비스는 모두 민간과 공공의 협력에 의해 생산된다. A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복지전담팀 5명과 주부, 자생단체 회원, 복지기관 종사자 등 민간 31명으로 구성된다.


서울시, '사각지대 위기가정 찾아 맞춤형 돌봄안전망' 구축한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은 폭력, 학대, 방임 등의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위기가정을 함께 찾아내 모든 복지자원·제도를 연계해 각 가정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9월5일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서울지방경찰청과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시의 복지·돌봄 안전망과 서울지방경찰청의 치안 역량을 결합해 숨은 복지사각지대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맞춤형 문제해결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두 기관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비스와 서울지방경찰청의 ‘학대예방경찰관’ 제도, 자치구의 ‘통합사례관리사업’을 결합해 자치구별로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위기가정 통합지원 체계도 /서울시 제공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는 발견·신고 된 위기가정에 대한 초기상담부터 통합적 사례관리, 시설연계와 복지서비스 제공, 사후 지속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전담한다. 구청이나 동주민센터 내 공간에 설치되며, 기존 25개 자치구별로 운영 중인 통합사례관리사와 경찰서별로 배치돼 있는 학대예방경찰관(APO), 신규 채용되는 상담사 총4~9명이 한 공간에서 위기가정을 지원한다.

예를들어 112·117을 통해 경찰에 위기가정이 신고되면 학대예방경찰관이 관련 정보를 통합지원센터에 공유한다. 상담사는 전화 초기상담을 통해 위기가정의 기본적인 실태를 파악한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초기상담 정보를 토대로 각 가정을 방문해 문제진단 및 해결방안을 논의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을 연결해주거나 서울시의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연계·지원한다. 또 사후 모니터링까지 맡아 위기가정 내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서울시는 성동·광진·동대문·중랑·도봉·노원·서대문·구로·금천·영등포구 등 사전 신청한 10개 자치구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성과평가를 통해 2019년 중에 전 자치구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복지 위기 가구 발굴 대책’ 발표…현장 설명회도 개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23일 ‘복지위기 가구 발굴대책’을 발표했다. 다양한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복지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대책은 2014년 발표한 ‘복지 사각지대 대책’을 지난 4월 증평 모녀사건을 계기로 대폭 보완한 것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복지위기 가구 발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현장 전문가 등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 저출산·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가족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관계 단절, 소외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정부는 경제적 빈곤 문제 이외에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복지위기 가구 지원을 위해 ‘사회보장급여법’ 제정 등 관련 복지 법령을 정비하고 행복e음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구축과 ‘긴급지원 제도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이 대책을 통해 지자체와 함께 ‘지역사회를 포괄하는 촘촘한 복지안전망 구현’을 목표로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복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먼저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해 왔던 주민과 함께하는 ‘현장 밀착형 위기가구 발굴’ 모범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한다.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지역주민, 방문형 사업자가 참여하는 (가칭)‘명예사회복지공무원’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2022년까지 35만명(읍면동 당 평균 100명)을 목표로 확대한다. 대상자에 대한 주기적 안부확인, 초기 위험감지, 복지욕구 조사 등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신고·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지역 인적안전망 확충, 유관기관 공조 체계 등 민·관 복지협업 구축 성과가 우수한 지역 대상으로 포상을 확대한다. 2018년 말까지 모든 읍면동(3500여개)에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확산하고 2022년까지 사회복지·간호직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충원한다. 읍면동 ‘복지전담팀’을 지역주민을 직접 찾아가서 상담하고 필요 서비스를 연계하는 지역 복지의 구심점으로 확대한다. 보건소, 경찰, 소방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 간 ‘위가가구 지원 협약(MOU)을 체결하고 정례적 회의, 찾아가는 교육, 현장 동행 등 지속적 협조체계를 유지해 나간다. 방문 간호서비스 등 건강(정신건강 포함) 분야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 지자체 ‘통합 사례회의’에 보건소 담당자 참석을 의무화하는 등 보건과 복지의 연계 협업도 강화해 나간다.

복지부가 발표한 ‘복지위기 가구 발굴 대책’의 키워드는 ‘국민 참여’다. 국민과 함께 자살 고위험군 및 복지위기 가구를 발굴한다. 문제는 국민이 얼마나 위기 가구 발굴에 동참하느냐이다. 동참의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깨달음이다. 교육을 통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복지부는 8월29일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복지위기 가구 발굴대책’의 후속조치로 권역별 지자체설명회를 실시했다. 이 설명회에는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과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전담팀’ 공무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사회복지관 관계자 등 위기가구 발굴 민·관 담당자 1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복지위기 가구 발굴을 위한 지역 인적 안전망인 ‘명예 사회복지공무원’ 구성, 국민참여 여건 조성 방안 등 지역 현장의 실효성 제고 및 복지 체감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또한 지역에서 선제적으로 ‘민·관 복지 협업 거버넌스’를 운영해 온 광주광역시 북구(맞춤형복지팀), 경기도 양평군(주민복지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희망복지팀), 부산광역시 수영구(주민생활지원과)의 우수사례를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역 우수사례를 살펴보면 충남 서천군 서면의 복지전담팀장은 24개 지역마다 ‘다 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팀’을 운영해 주민에게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주민들이 위기 가구 발굴의 첨병이다. 경기 양평군은 무한돌봄지킴이단(경로당 회장, 집배원 등), 읍면동 ‘행복돌봄추진단’(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이장·반장 등 인적 안전망 구성 등이 담겼다.광주 북구는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단 (‘마을지킴이’)을 확대 구성하여 1인 단독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이웃의 안부확인을 실시한다. 서울 서대문구는 방문형 직업종사자로 구성된 ‘안녕살피미’, 동네상점 거점 발굴체계인 ‘복지천리안’ 구성, 상시 연락체계인 ‘천사톡(카카오톡)’ 운영이 담겼고 부산 수영구는 ‘고독사 보안관’(복지공무원, 복지 통장 등 252명)을 구성하고, 공동주택관리사무소, 숙박업소 등 200여개 업소와 신고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한편, 국민의 참여 여건 조성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등 4대 보험 통합고지서에 복지위기 가구 발굴·지원 안내 문구를 게재하고, 지역 반상회보에도 위기가구 신고 포스터를 첨부하였다. 복지부 양동교 지역복지과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복지위기 가구 발굴 대책이 현장에서 원활히 추진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9세기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詩) 구절에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라고 했다. 한때 살았던 동네에서 삶이 힘들어 불행해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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