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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제목 “예수 믿으면 천국, 부처 믿으면 극락” 수난기

신민형 | 기사입력 2018/10/18 [05:40]
똑같지만 ‘불경스런 제목’에서 ‘포용의 제목’으로 부활하다

블로그 제목 “예수 믿으면 천국, 부처 믿으면 극락” 수난기

똑같지만 ‘불경스런 제목’에서 ‘포용의 제목’으로 부활하다

신민형 | 입력 : 2018/10/18 [05:40]

2009년 블로그를 개설하며 단 제목이 “예수 믿으면 천당, 부처 믿으면 극락 간다” 였다. 그러나 한달도 채 되지 못해 “사랑과 소망- 모든 믿음의 가치”로 바꾸고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9년 동안 나는 새로운 블로그 제목을 정확하게 외우지 못하고 지내왔다. 믿음 소망 사랑 등 기독교적 좋은 단어를 그저 배열해놓고 방치하다시피 했으니 그 제목에 애착이 없었던 거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 아내와의 일상과 기도, 사랑, 신앙이야기와 함께 종교다원주의적 내 나름의 종교관을 피력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종교가 다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예수 믿으면 천국, 부처 믿으면 극락”을 내세웠다.     

그러나 블로그 제목을 알아챈 크리스찬 아내의 반발이 들어왔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연상케 하는 블로그 제목이 기독교를 비아냥 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뭔가 들킨 기분이었다. 
  
아내에게 내가 범신론적 종교관 소유자임을 강조하며 “우리 주변과 세상이 갈등과 반목을 벗어나 중용과 조화를 이루는 세계로 만들고 싶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며 미약한 힘이지만 시도를 하고 싶다” 는 등의 강변을 늘어놓았으나 내심으로는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해 비틀고 싶은 욕구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와 전쟁, 종교와 불화 등의 역사와 주변 사건들을 정리해가며 언젠가 ‘종교공해론’을 써볼까도 염두에 두었었다.     

‘불경스런’ 제목으로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아내가 좋아하는 단어, 믿음 소망 사랑을 내건 블로그 제목으로 고쳤다.     

애초 아내와 합의해 당시 난감하고 힘든 생활을 다독이며 나의 생각도 이야기하는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종교가 무엇이든 “기도할 수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와닿았고 아내가 원하는 나의 교회출석 문제에 대해 내 솔직한 신앙관 등에 관해 대화하며 이루어진 합의였다. “우리 부부가 함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예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기독교식 기도로 명상시간을 갖자”는 내 제안에 아내도 동의했다.     

우리는 부부기도를 통해 우리의 아픔과 고민을 여과없이 털어놓음으로써 힘든 삶을 직시하는 동시에 오히려 삶의 번민을 치유하는 방법이 되었다. 아픔을 간직하면 병이 되지만, 똑바로 바라보고 진단하면 아픔을 치유하게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또한 부부간의 사랑과 소통으로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서로 다른 종교가 통할 수 있음도 주변에 알릴 수 있는 우리 부부의 시시콜콜한 신앙이야기이기도 했다. 생활과 신앙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하느님의 진정한 뜻을 이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부부기도는 막 개설한 내 블로그의 한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 아내가 그 제목을 불경시하니 당장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아내는 한술 더떠 우리의 기도문도 노출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굳이 우리 부부의 고민과 갈등,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냐며 나의 노출증을 탓했다. 결국 나는 블로그 제목은 물론 부부기도 아이템도 내려 놓았다.     

세상의 모든 반목과 갈등을 없앤다는 내 블로그 취지가 아내와의 반목과 갈등의 소지가 된다면 무슨 명분이 있겠는가. 자신만만한 내 일방적인 행동이 오히려 아내에게 거부감과 상처를 준다면 그릇된 행동임에 틀림없다. 부부간의 조화를 못이루고 어떻게 세상의 조화를 바라는가.     

“나는 하나님 앞에서는 비교적 떳떳하지만 아내에겐 죄지은게 많다”는 농담 겸 진담을 자주 늘어 놓았다. 아내는 불경한 발언이라고 질타하겠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 내가 아내를 이해하고 배려 못한다면 하나님에 불경한 것보다 더 큰 잘못이다!    

세월이 가도 아내가 계속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영원히 블로그 제목을 되찾지 않을 뿐 아니라 부부기도문도 비공개로 둘 결심을 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예수 믿으면 천당, 부처 믿으면 극락 간다”는 제목은 내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는 수모를 당했다. 나도 외우지 못하는 블로그 제목에 묻히는 수난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내가 변한게 느껴졌다. 생활 상태가 달라진 것도 없는데 삶의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난 상태가 됐다. 아내 역시 열심히 교회출석하며 기도한 덕인지, 나이가 든 덕분인지 젊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편한 모습이다.    

9년 동안 그저 종교신문 만들며 블로그를 작성하다 보니 똑같은 블로그인데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보는 나의 시각은 변해 있었다. 마음이 변한 것이다.     

9년 전 거창한 가치를 내걸고 “예수 믿으면 천국, 부처 믿으면 극락”이란 제목을 정했던 것이 무척 건방지고 비아냥거린 것이란 것을 새삼 더 절감했다. 아직도 그러한 생각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는지 자문해보았다.     

변하지 않은 듯 변한 게 많았다. 나는 이제 ‘종교공해론’ 대신 모든 종교의 효용을 정리해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숨 못쉬고 있던 블로그 제목 “예수 믿으면 천당, 부처 믿으면 극락”을 되살리자는 생각을 했다. 다만 예수, 부처 앞에 ‘님’자를 붙이고 천당을 천국이란 단어로 고쳤다. 똑 같은 내용의 제목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전 제목의 불경함이 사라지고 현대적인 용어로 바뀐 느낌이다. 내 마음이 9년 전과 분명하게 달라진 것이 사소한 변화에서 발견된다.     

아내도 변하지 않은 듯 많이 변했다. 세월이 가도 아내가 계속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영원히 블로그 제목을 되찾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세월이 지나 아내가 상처를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과거의 아픔과 고통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굳이 암울하게 수난당했던 내 블로그 제목을 다시 부활시킨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마음이 통할게 틀림없다. 아내는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듯이 같은 블로그 제목인 것 같지만 그 담긴 내용은 천양지차이며 새로운 내용으로 부활했음을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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