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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坤 -암말의 꾸준한 행진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09/16 [10:18]

곤坤 -암말의 꾸준한 행진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09/16 [10:18]
 

곤坤

암말의 꾸준한 행진


지(地)는 땅의 형상이고 곤(坤)은 땅의 성정을 말한다. 만물이 실제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땅이다. 하늘이 원형이정의 사덕(四德)을 갖추고 있으므로 곤괘 또한 하늘을 본받아 원형이정 사덕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다만 정(貞) 만은 암말의 정고(貞固)함으로 표현된다[坤 元亨利牝馬之貞 君子有攸往]. 암말은 유순하면서도 굳세고 바른 덕이 있다. 끝없는 길을 막힘없이 잘 달린다.

땅이 하늘보다 앞서면 헤매고, 여자가 남자보다 앞서려고 하면 길을 잃는다. 곤의 성질은 바른 길을 달리는 수말을 따르는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암말처럼 행동할 때 성공적이다. 따라서 모든 일에 앞장서서 결정하는 자세로 행동하면 길을 잃고 헤매며 암말이 수말을 따르듯이 훌륭한 지도자를 따라 행동하면 잘 나간다[先迷後得主利].

곤괘는 여섯 효가 다 음(陰)으로 땅의 괘이다. 하늘의 뜻에 순종하고 하늘의 덕을 받든다. 하늘의 원덕에 힘입어 생명이 비롯되고 모든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萬物資生]. 땅은 만물을 싣는 큰 수레가 되어 도타운 사랑으로 만물을 감싸 안으며, 결실의 이득을 얻어 만물을 이롭게 해 준다.

암컷 빈, 馬말 마, 攸바 유, 往갈 왕, 迷아득할 미, 厚두터울 후,
실을 재, 彊지경 강



처음 얻은 음효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언다는 것을……”


음의 서늘한 기운이 서리가 되면 곧 얼음이 얼게 될 것을 감지해야 한다[履霜 堅氷至]. 겉은 서리 같지만 속은 얼음인 이 음습한 고통의 바다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 효의 음은 아직 미약하지만 잘 다루어 선하게 길들이면, 선한 쪽으로 굳어지고, 내버려 두면 악의 습행에 익숙해져 악으로 굳어진다. 어린 음일 때 순히 길들여서 잘 인도해야 한다. 선으로 인도하면 경사로운 일이 따른다.

미리 분별해야할 것을 일찍 분별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결과로 인한 재앙을 피해야 한다.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몰락의 징후가 보일 때 적시에 대응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밟을 리, 霜서리 상, 堅굳을 견, 氷얼음 빙, 至이를 지


둘째 음효 “곧고, 반듯하고, 원대한 모성이여! 배우지 않아도 다 안다.”


이 효는 음이 제자리에 있어 땅괘의 중심이 된다. 건괘의 중심 효와 호응하여 천지화육(天地化育)에 참여할 수 있는 여성적인 능력이 있다. 만물에 형태를 부여하는 정연한 법칙성이 곤의 법도이다. 그래서 곧고 반듯하고 원대[直·方·大]한 도는 여자의 생식기관인 자궁의 기능에 해당되며, 이 도를 지닌 여자는 배우지 않아도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하게 되므로 불습무불리(不習无不利)가 된다. 삶은 기본적으로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면 누구나 살아가게 되어 있다. 따로 익히지 않아도 불리한 쪽으로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남을 뒤따르려고 하면 인생이 잘 풀려 어떤 자리에서 제 2인자의 지위를 얻는다. 2인자가 덜 긴장하고 덜 위태하고 그래서 편한 자리이다.

곧을 직, 方모 방, 習익힐 습


셋째 음효 “입속에 구슬을 머금듯이 속으로 간직한다.”


이 효를 얻은 자는 내면의 밝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품고 있는 계획도 감추는 것이 좋고 훌륭한 인격이 노출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여자가 열 달 동안 아기를 잉태하고 뱃속에서 잘 기르는 이치와 같다[含章可貞].

이 효는 임금을 보필하면서 자기의 공을 이루려하지 않고 임금의 성공을 도와주기 때문에 끝에 가서는 결실을 본다. 자기의 성공을 이루지 못해도 하던 일의 끝을 본다는 말이다[或從王事 无成有終]. 그 사례는 중국의 유방(劉邦)을 도와 한나라를 세웠으나 거세당한 한신(韓信)과 장량(張良)을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성공은 못했으나 역사에 이름을 남겼으니 끝맺음이 있다는 것이다.

머금을 함, 章빛날 장, 或혹 혹, 成이룰 성


넷째 음효 “주머니를 묶어 놓듯이 입 다물고 말조심해야”


이 효는 음이 음 자리에 있어 강한 음의 기운이라서 조심하고 은밀해야 한다. 어쩌면 은둔의 시기를 만난 경우이다. 함부로 발동하지 말고 자제하여 환난이 닥칠 것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지혜를 감추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허물을 면하며 칭찬받는 일도 없어 무난하게 처세할 수 있다[括囊 无咎].

입을 다물기를 병뚜껑을 닫는 것처럼 하라[守口如甁]는 말과,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口是招禍之門]이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맬 괄, 囊주머니 낭, 譽기릴 예


중심 음효 “노란 예복을 입고 크게 길하다[黃裳 元吉]”


이 효는 노란색의 치마를 입은 사람으로 중용의 덕을 갖추었음에도 겸손한, 그래서 왕비나 신하의 자리이다. 재상은 될 수 있어도 임금이 될 수는 없다. 이 효는 음이지만 양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안에 가지고 임금을, 또는 남편을 내조하는 힘을 발휘한다. 더 큰 폭으로 감싸 안고 사랑의 조화로 아름다운 빛을 발휘한다[黃裳元吉 文在中也]. 만일 아래 자리를 이탈하여 월권을 노린다거나 앞서가려 한다면 크게 패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 효는 본래부터 선한 덕이 있어 망하는 일은 없다. 이런 인물을 조선에서 찾으면 세종 때 영의정을 맡았던 황희정승이다.

누를 황, 裳치마 상, 文글월 문/무늬 문


위 음효 “용들이 들에서 싸운다.”


위 효는 음이 커져서 마침내 극성한 자리에 이르렀다. 겁도 없이 거기에서 만난 양과 들에서 싸운다. 음이 극에 이르면 양의 성질로 변하게 되므로 결국 용들의 싸움이 된다. 서로가 상처입고 피까지 흘린다. 하늘은 끝이 없어 아득하므로 보이지 않는 색인 검은 빛이 되고 땅은 황금벌판의 누런빛이 되었다. 그래서 그 피가 검고 누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음인 황룡과 양인 흑룡의 싸움의 승자는 지존이면서도 겸손을 체득한 황룡이 오만한 흑룡을 이겼으리라 추측된다[龍戰于野 其血 玄黃].

싸울 전, 于어조사 우, 野들 야, 其그 기, 血피 혈, 玄검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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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은 지극히 유순하여 땅이 하늘의 변화에 따라 만물을 양육하듯이 그 덕을 행한다. 모든 것을 품에 안는 모정의 성품이며 사랑의 근원이나, 어둡고 습함이 많은 것이 곤의 성질이다. 배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원초적인 그래서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타고난 힘이 그 안에 내재되어 있다. 하늘기운이 봄에 따뜻해지면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여름에 더워지면 길러주고 가을에 서늘해지면 열매를 맺게 하고 겨울에 추워지면 저장시킨다.

처음 효는 서리가 얼음으로 굳어지는 데 비유하여 선을 행하면 선으로 굳어지고 악을 행하면 악으로 굳어진다하여 처음에 잘 길들여져야 함을 말했고, 둘째 효는 음이 자리가 좋아서 행동이 바르고 의심할 것이 없다 했고, 셋째 효는 좋은 덕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양을 잘 따른다 했고, 넷째 효는 언행을 삼가라 했고, 중심 효는 아름다운 본성을 갖추어 힘찬 생명활동을 한다 했고, 위 효는 음이 맨 위에서 극성하여 피를 흘리면서 싸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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