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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우크라이나 교회 자치권 승인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9/01/06 [21:48]
17세기 이후 러시아 정교회 관할 아래에서 자치 교회 지위로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우크라이나 교회 자치권 승인

17세기 이후 러시아 정교회 관할 아래에서 자치 교회 지위로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9/01/06 [21:48]

러 정교회 "무책임한 정치적·개인적 야망의 결과로 만들어진 문건"
    

17세기부터 사실상 러시아 정교회 관할 아래 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6일부터 자치 교회 지위를 갖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반발해 정치·종교적 독립을 추진해 왔다.    

기독교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사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겸 세계총대주교는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성(聖)게오르기오스 성당에서 우크라이나 교회의 자치권(autocephaly)을 승인하는 '토모스'에 서명했다.     

토모스의 사전적 의미는 자치 승인 같은 정교회의 중요한 결정 사항을 담은 소책자 형태의 문서를 가리키며, 간략하게는 '교회령'을 뜻한다.     

이날 의식에는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수장으로 지난달 새로 선출된 예피파니(에피파니우스) 수도대주교(대주교)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해 토모스 서명을 지켜봤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경건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축복의 날을 7세기 내내 기다렸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해방, 독립, 자치를 누리고 외부 의존과 간섭에서 벗어나는 성스러운 선물을 (중략) 받았다"고 선언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예배 후 "교회 수립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나의 호소에 호응한 전세계 우크라이나인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6일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로부터 토모스를 수령하면 공식적으로 자치 교회의 지위를 갖게 된다.     

가톨릭의 구조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이라면, 정교회는 그와 달리 자치권을 가진 각 교회의 연합 구조다.    

독립교회의 수장은 모두 동등하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동등한 교회 지도자 중 '첫째 자리' 또는 '최고 명예의 자리'로 존중받는다. 각 지역 교회의 독립을 인정하는 권한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에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정교회법상 700년 전부터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소속이었으나 17세기에 교회 인사권이 러시아 정교회에 부여되면서 사실상 러시아 관할 아래 있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종교계와 정치권 모두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추진했다.     

작년 10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주교회의(시노드)는 우크라이나 교회의 독립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자치 교회를 설립하고, 예피파니를 새 수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토모스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 자치 교회로 독립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작년 10월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 방침이 정해진 직후 강하게 반발하며 콘스탄티노플과 '완전한 친교'를 끊는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날 러시아 정교회 대변인 블라디미르 레고이다는 새 토모스와 관련, 포로셴코 대통령을 겨냥하며 "무책임한 정치적·개인적 야망의 결과로 만들어진 문건"이라고 비난했다.    

레고이다는 "교회법을 위반한 승인이기에 아무런 교회법적 효력을 갖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또다른 러시아 정교회 고위 인사인 니콜라이 발라쇼프는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가 전세계 정교회의 형제관계를 끝장냈으며, 영적 지도자로 불릴 권한을 영구히 상실했다"고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사진: 동방정교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가운데) 세계 총대주교가 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성게오르기오스 성당에서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인 예피파니(오른쪽) 대주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교회의 자치권을 승인하는 ‘토모스’(교회령)에 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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