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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목사 31명 중 5명 만 목사직 박탈”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19/03/08 [13:33]
한겨레신문, 교회재판 기록 입수해 ‘면죄부 실상’ 추적

“성폭력 목사 31명 중 5명 만 목사직 박탈”

한겨레신문, 교회재판 기록 입수해 ‘면죄부 실상’ 추적

이준혁 기자 | 입력 : 2019/03/08 [13:33]

교회재판 재판국 구성도 문제, 교회 권력의 카르텔로 목회 계속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목회자 성범죄 31건을 집계한 결과, 교단이 가해자의 목사직을 박탈(면직)한 경우는 5건뿐이었다. 나머지 사건에서 가해자는 목회를 일시 중단하거나 자진 사직하는 방법으로 목회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면직되지 않는 한 언제든 복귀해 목사로 일할 수 있다

 

이에 한겨레신문이 성폭력 목사에 면죄부를 주는 4건의 교회재판의 실상을 추적해 81면 톱 기사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교회 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교단 권력이라며 교회의 사법부 구실을 하는 교회재판은 사회에서 유죄로 판명난 사건들의 사실관계마저 부인하며, 가해자가 목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개신교 교회는 목회자를 징계하는 권징재판을 할 때 나름의 사법부를 구성한다. 사회법과 같은 3심제다. 해당 교회 장로·목사로 이뤄진 당회(1), 지역 교회들의 연합체인 노회(2), 교단 전체를 총괄하는 총회(3) 재판국이 징계 수위를 정한다. 상소도 가능하다. 심급마다 목사와 장로로 꾸려진 기소위원회(명칭은 교단마다 다름)가 검찰 노릇을 한다. 겉으로 보면 체계적 절차를 갖췄다. 하지만 이 절차를 거친 재판 관련 기록들을 보면, 교단들은 성폭력 목사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목사의 사례를 들엇다. 목사는 2007~2009년 대전 교회 담임목사 재직 중 신도를 성추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심진영(가명)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목사가 찜질방에서 몸을 만지는 등 수차례 강제추행을 했다. 피해를 겪은 뒤 교회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들을 수소문해보니 나와 같은 피해를 경험한 이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목사는 2009년께 서울 교회 담임목사로 자리를 옮겼다. 심씨를 포함한 5명은 목사가 떠난 뒤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밝히고 나섰다. 이들은 피해 증언을 바탕으로 2010교회가 소속된 연회(노회)목사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교회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교단 내 검찰 노릇을 하는 심사위원회(기소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사위는 고소인(피해자) 3명에 대한 추행은 고소 시한(3)이 지났고, 나머지 고소인 2명의 경우 일방적인 진술이라 증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당시 연회 책임자(감독)목사마저 상당히 아쉬운 심사위 결과라고 말할 정도였다. 심씨는 목사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했지만 당시는 성폭력 관련법 개정 전이어서, 사건 발생 뒤 6개월이 지나 고소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처분이 됐다고 했다.

 

목사는 지난해 10월 연회 감독으로 취임했다. 1만명이 넘는 교단 내 목회자 중 12명만 차지하는 요직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교단 내 신도·목회자들이 나섰다. ‘목사 제명과 감독 당선 무효를 위한 감리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꾸려졌고, 공대위는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목사의 감독직 사퇴를 요구했다. 목사의 금권선거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며 그는 두 달 만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공대위 쪽 설명을 빌리면 교단이 8년 전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목사는 사회법·교회법에서 모두 불기소된 사건이라며 성폭력 의혹을 부인하고, 여전히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는 또한 서울 용산 삼일교회 부흥으로 이름을 알렸던 스타 목사전병욱 목사의 사례도 들었다. 2009년부터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5명 이상에게서 나왔느데도 그는 홍대새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겨레는 그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목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까닭 역시 교회 권력의 카르텔 덕분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가 담임을 맡았던 삼일교회 당회(교회재판 1)20109월 전 목사에게 3개월 설교 중지, 6개월 수찬 정지(교회 내 성찬예식 참여 금지) 징계만을 내렸다. 당시 전 목사가 소속된 상급 노회도 전 목사를 전폭 지원했다. 노회는 전 목사가 삼일교회를 떠나 개척한 교회를 소속 교회로 승인했다. 전 목사에 대한 재판도 여러차례 미뤄졌다. 노회 재판국은 20161월에야 전 목사에게 공직 정지 2의 징계를 했다. 교단 내 직책을 맡을 수 없다는 뜻으로, 목회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이 교회재판의 재판국 구성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재판국원이던 김아무개 목사는 재판이 있기 두 달 전, 전 목사가 개척한 홍대새교회에 가서 많은 사람들이 전 목사를 공격하고 홍대새교회를 공격하지만, 우리 노회는 (이들을) 지킬 것이라고 연설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삼일교회는 전 목사 처벌을 요구하는 교인들의 의사를 반영해 총회에 상소했다. 하지만 20169월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에서 대표단(총대) 과반의 반대로 총회 재판이 무산됐다. 이아무개 원로목사는 당시 총회 연단에서 사람은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죄지은 것으로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 맞습니까?”라고 전 목사를 비호했다고 한다.

▲ 지난해 3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8분 이어말하기’ 행사장에 나붙은 교회 성폭력 고발 대자보.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제공    


한겨레는 전문가들의 말은 인용해 성폭력 가해자가 교단에서 면죄부를 받는 것은 왜곡된 신앙적 관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회재판에 참여하는 목사와 장로들의 성인지감수성 부재도 원인으로 꼽았다. 신진희 변호사는 교회에서 성범죄 징계권이 있는 이들은 성폭력을 강간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루밍 범죄가 다수인 교회 성폭력 사건의 성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교단 권력이 스스로 성폭력에 대한 처벌과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외국 교회의 경우 성폭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교회법을 갖추고 있다. 김애희 기독교반성폭력센터장은 독일 복음주의교회, 미국 장로교 등은 목사와 신도 간 성적 관계를 모두 제재 대상으로 명시한다. ‘영적 권위가 있는 목회자에 대해 신도가 수평적 의사표명이 어려울 수 있는 구조라고 규정하고 일체의 성적 관계를 금지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도 이런 전제를 토대로 성범죄 목회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등 징계와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명시한 교단 내 관련 특별법·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독립된 성폭력 사건 상담·처리 창구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했다. 홍보연 원장은 “(교회법상) 성폭력 고소사건을 처리하는 심사위원회가 모두 남성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다. 교회 내 성폭력 전문 위원회가 심사위 권한을 갖도록 하고, 이 조직에 전문가·여성을 포함해 피해자가 제도를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단 차원의 성범죄 목회자 관리 강화도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김 센터장은 교단은 많은 목사를 배출하고 책임지지 않는다. 목사가 성범죄자가 되어도 해당 노회에서 모를 정도라며 성범죄 전력이 있는 목사가 기독교 부설 복지기관 등에서 일하면 성범죄 사각지대가 생긴다. 교단이 성범죄 목회자를 관리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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