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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보성큰스님의 이야기로 배우는 불교(김현준 편·효림출판사 간·160쪽·5,000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9/03/21 [07:46]
“교리법문이나 선문답보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쉽다. 평생의 양식이 된다.”

서평●보성큰스님의 이야기로 배우는 불교(김현준 편·효림출판사 간·160쪽·5,000원)

“교리법문이나 선문답보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쉽다. 평생의 양식이 된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9/03/21 [07:46]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이었던 보성
(菩成) 큰스님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하는 법문 모음집인 이야기로 배우는 불교’(김현준 편·효림출판사 간·160·5,000)가 출간됐다.

 

평소 큰스님께서 법회와 글을 통하여 즐겨 들려주셨던 총 544편의 쉽고 재미있는 불교 이야기와 감명 깊은 기도 법문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1복되고 지혜롭고 자비롭게’ 2인간이면 다 인간이냐’ 3신이하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 4이야기로 배우는 부처님의 가르침’ 5기도 영험담과 그 속에 깃든 의미등으로 구성됐다.

 

스님은 서문에서 불교 교리법문이나 선문답보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쉽다. 단숨에 읽힌다. 그리고 감명 깊은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평생의 양식이 된다.”고 했다.

 

생야전기현生也全機現 사야전기현死也全機現(온몸으로 살고 온몸으로 죽는다)’을 납자의 본분으로 삼아 평생을 수행하다가 지난 218일에 평화롭게 입적한 보성큰스님의 뜻깊은 가르침이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까닭, 청복(淸福)과 지혜와 자비를 닦으며 사는 방법, 감동 있는 삶과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기도를 통해 가피를 입을 수 있는 원리와 방법 등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보성 큰스님은 1928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45년 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1950년 해인사에서 상월 화상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후 전국 선원에서 30안거를 성만하였으며, 1973년부터 1994년까지 송광사 주지 및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대한불교조계종 단일계단 전계대화상,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스님은 달라이라마, 틱낫한 스님, 대만의 성운대사 등 세계적인 고승들과 매우 깊은 교분을 나눈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서로는 '마음밭을 가꾸는 불자' '내 갈 길을 가는 불자' '청소' 등이 있다.

 

1997년 조계총림 제5대 방장으로 추대되어 송광사 삼일암에 주석하시며 후학들을 제접하다가, 지난 218일 세수 92, 법랍 75세로 열반에 들었다.

 

<책 속으로>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이웃 간에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은 차츰 커졌고, 급기야는 서로를 모욕하는 욕설까지 내뱉었습니다. 마침내 분을 참지 못한 한 아주머니가 변소에서 똥물을 퍼와서는, 상대방 아주머니댁의 안방에 쏟아부었습니다.

 

싸움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잘못하다가는 살인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네 사람 누구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한 보살님을 싸움판으로 청했습니다.

 

싸움을 말릴 사람은 보살님밖에 없습니다. 제발 좀 말려주세요.”

 

싸움판에 간 보살은 서로 죽일 듯이 악을 쓰고 있는 모습들을 한마디 말도 없이 보고 있다가, 걸레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똥물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걸레를 빨아서 닦고 또 빨아서 닦고.

 

한참 시간이 지나자 죽기 살기로 싸우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똥물만 닦고 또 닦아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차마 더 싸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서야 보살은 두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화해하세요.”

 

만약 보살이 그 싸움판에 직접 뛰어들어 말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묵묵히 똥물만 닦아내었던 보살의 마음씨가 모두의 흥분되고 성난 마음을 내려놓게 한 것입니다.

자존심을 낮추어 싸우지 않고 살기, 자만심 버리고 화해하며 살기, 화해시키며 살기.

이것이 바로 향상의 첩경이며, 이것 하나만이라도 실천하는 당당한 불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1. 복되고 지혜롭고 자비롭게 <똥물 닦아내며 싸움 말리기>

 

 

불자들에게 마삼근麻三斤화두로 유명한 동산양개洞山良价(807~869)스님은 중국 조동종曹洞宗을 창종한 대선사입니다.

 

온 대중이 울력을 하던 어느 날, 조실인 동산스님은 낫으로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젊은 승려가 찾아와 절을 하였습니다. 그는 동산스님의 명성을 듣고 도를 구하기 위해 수만 리 길을 걸어왔음을 밝힌 다음,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스님, 불법佛法이 무엇입니까?”

, 이 낫이 참으로 잘 드는구나.”

 

동문서답처럼 느껴진 젊은 승려는 동산스님께서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말했습니다.

 

스님, 저는 그 낫에 대해 묻지 않았습니다. 불법이 무엇입니까?”

나는 시장에 가서 이 낫을 두 냥 주고 샀다네.”

왜 불법을 설해주지 않고 엉뚱한 말씀만 하십니까?”

 

때마침 점심공양 시간임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들려왔고, 동산스님은 말했습니다.

 

여보게. 흙덩이를 던지면 사자는 사람을 물지만 개는 흙덩이를 쫓아간다네. 밥이나 먹으러 가세.”

 

불법佛法! 과연 무엇입니까? 동산스님은 먼저 낫이 잘 드는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의 내 움직임이 그대로 불법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법문을 기대하였던 젊은 스님은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에 동산스님은 조금 간격이 있는 답을 합니다. ‘시장에 가서 낫을 두 냥 주고 샀다. 젊은 스님이 역시 알아듣지 못하자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시면서, ‘흙덩이를 쫓아가는 개가 되지 말고 던진 사람을 무는 사자가 돼라는 일침을 가하였습니다.

 

과연 동산스님의 참뜻은 무엇일까요?

2. 신이하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 <불법과 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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