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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 학대 은폐 칠레 산티아고 대교구장 사표 수리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9/03/24 [21:32]
추기경 직위 유지, 80세까지 콘클라베 투표권도 행사

교황, 성 학대 은폐 칠레 산티아고 대교구장 사표 수리

추기경 직위 유지, 80세까지 콘클라베 투표권도 행사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9/03/24 [21:32]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최대 교구인 수도 산티아고 대교구의 수장인 리카르도 에사티(사진) 대교구장(추기경)의 사퇴를 승인했다.

 

교황청은 23(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교황이 에사티 추기경의 산티아고 대교구장직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에사티 추기경은 그러나 추기경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따라서, 그는 80세가 될 때까지는 교황 유고시에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투표권도 행사할 수 있다.

 

77세의 에사티 추기경은 관할 교구에서 벌어진 여러 건의 아동 성 학대 추문을 은폐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칠레 항소법원은 자신에 대한 조사를 중단해 달라는 에사티 추기경의 요구를 기각하고, 검찰이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최근 허용한 바 있다.

 

에사티는 당초 교황청 내 주교들의 은퇴 연령에 도달한 2년 전에 교황에게 대교구장 직분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교황은 그를 유임시켰다. 이는 칠레 내 사제에 의한 아동 성 학대 피해자들의 분노를 초래했다.

 

에사티 추기경의 교구장직 사퇴로 작년 5월 칠레 주교단 34명 전원이 칠레 가톨릭을 총체적인 불신에 빠뜨린 아동 성 학대 추문 은폐 의혹 탓에 교황에게 유례없는 집단 사표를 제출한 이후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주교는 8명으로 증가했다.

 

칠레 교회는 2009년 이래 사제들이 과거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의혹이 속속 드러나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칠레에서 1960년 이래 자행된 아동 성 학대 연루 혐의로 사법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른 교회 관계자는 주교와 사제, 평신도 등 총 167명에 달한다.

 

칠레 교회를 뒤흔든 성 학대 파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로 직접 불똥이 튀기도 했다.

 

교황은 작년 1월 칠레 방문 때 칠레 아동 성 학대 파문의 중심에 선 인물인 페르난도 카라디마(88) 신부의 범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아 온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교황은 호된 비판을 받자 칠레, 페루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며 사과하고, 이후 교황청 특별 조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교황은 이후 칠레 주교단 전체를 작년 5월 바티칸으로 소환해 칠레 교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했고, 이에 칠레 주교단은 교황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교황은 사표가 수리된 에사티 추기경을 대신해 산티아고 대교구를 운영할 임시 관리인으로 스페인 출신의 칠레 코피아포 교구의 셀레스티노 아오스 바라코 주교를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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