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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문재인케어에도 ‘간병파산’ 내몰린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해야”…법 개정 필요하고 건보 재정 걸림돌
기사입력: 2019/05/20 [20:1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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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줄여가며 한 달 꼬박 일해도 아버지의 병원비 내려면 빚을 내야 한다. 자식이 병든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2018년 여름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로 쓰러진 78세 아버지를 집 근처 요양병원에 모신 H(50)씨는 의료비 마련을 위해 낮에는 학습지 교사로, 밤에는 식당에서 일한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홀로 딸 하나를 키우며 부지런히 일해 온 H씨이지만 갑작스레 닥친 아버지의 사고는 평생 쌓아온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H씨는 입원비(80만원)보다 버거운 건 하루 10만원씩 한 달이면 300만원이 훌쩍 넘는 간병비라며 딸 시집 보내려고 모으던 저축도 이미 깼다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의식이 거의 없는 H씨의 아버지는 소변줄과 콧줄, 가래를 뽑는 석션까지 필요한 상태라 개인 간병인을 24시간 써야만 한다. 처음엔 자신이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수발할까 생각해봤지만, 아직 취업준비생인 딸, 어린 시절 다리를 다쳐 몸이 성치 않은 남동생의 생계까지 H씨의 벌이로 책임지던 터라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간병비는 카드(결제)도 안 되고 현금으로만 받아서 더욱 부담스럽다고 했다. 요즘 H씨는 아버지뿐 아니라 딸 걱정에도 밤잠 못 이룬다. 비록 재산은 없을지라도 빚은 물려주지 않고 싶은데, 아버지 수발에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간병비가 가계를 무너뜨리는 간병 파산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가정에서 간병을 전적으로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지만, 유난히 이 분야에서만큼은 국가 책임이 불분명하다.

 

간병을 위한 정부의 대표적 지원책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간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속도가 더뎌 체감 효과가 낮다. 하루 10만원 가량 드는 개인 간병인과 달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자기부담금으로 하루 2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하지만 20194월 현재 간호·간병 통합병상 수는 41000여개로, 참여 요건이 되는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25만 병상) 16% 정도인 실정이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서도 간호간병서비스 병동을 이용해봤다는 입원환자는 전체의 10.4%에 그쳤다. 또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보험은 전체 노인 인구의 8%(59만명)만 혜택을 받고 있다. 나머지 환자들은 여전히 본인과 보호자가 간병을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간병비 연간 4조원고령화에 최저임금 덮쳐 급상승  

 

간병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병은 치매이다. 대한치매학회가 20189월 치매환자 보호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병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둔 보호자는 14%로 나타났고, 근로시간을 줄인 비율은 33%였다. 간병비와 관련된 정부의 공식 통계는 없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은 2009년 국내 전체 간병비 규모를 최대 4조원대로 추정했다. 가뜩이나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상황에서 간병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요가 늘면서 간병인 비용 역시 2018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6.9%)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불과했다.

 

  

간병인 비용 물가가 2018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고령화 심화에 따른 간병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1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간병도우미료물가는 2017년보다 6.9% 올랐다. 2005년 통계청이 관련 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18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였다. 이전까지 간병도우미료가 가장 크게 올랐던 때는 2008(4.9%)이었다. 2014(2.5%), 2015(1.5%), 2016(1.6%)에는 12%대였다가 20173.5%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던 2018년 덩달아 크게 올랐다.

 

실제로 간병도우미료 급등 원인 중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분석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1450개 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환자 28만여 명의 병원비가 2019년 월 515만 원씩 올랐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간병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간병비는 선택진료료·상급병실료 등과 함께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3대 비급여로 불려왔다. 이 가운데 선택진료비는 폐지됐고, 상급병실료 역시 건강보험적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간병비만큼은 지원 대책의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정부가 간호인력이 간병을 함께 하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부족한 간호 인력과 부적정한 수가 등으로 인해 더디게 늘어나면서 전체 병동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가족의 고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치매학회의 치매 환자 보호자 설문 조사를 보면 간병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뒀다는 보호자는 14%, 근로시간을 줄였다는 보호자는 33%로 각각 집계됐다

 

문제는 노인 환자와 치매 환자가 크게 늘어가면서 간병 수요가 갈수록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간병인 고용의 대표적인 질병인 치매 환자는 201254만 명에서 201875만 명으로 6년 동안 40% 가까이 늘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2060년에는 치매 환자가 332만 명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인력 부족·요양병원 제외에 현장체감도 낮아 

 

간호보다 간병 비중이 큰 요양병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현장체감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간병인 이용률이 88%(대한요양병원협회 조사)에 달하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수는 201229만명에서 201847만명으로 늘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절반(47%)에 가까운데 이들은 필수적으로 간병인을 둬야 한다. 따라서 요양병원 등에서는 보통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6~8인이 사용하는 병실에 식사 수발 등을 담당하는 공동 간병인 1명을 상주시킨다. 정도가 지나친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저가경쟁에 뛰어들어 간병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일도 허다하다. “환자 손발이 묶여 있었다는 등의 목격담이 나오는 이유다.

 

이윤환 대한요양병원협회 기획위원장은 돈 없는 환자들은 환자 12명 당 간병인 1, 심각하게는 30명 당 1명을 쓰는 나쁜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노인 간병을 요양병원에서 담당하는 만큼 의료 필요도가 가장 높은 환자부터라도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격조건 없어 관리 사각지대간병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대형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은 현재 20만명 안팎이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간병인 문화를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라고 하지만 당장 전체 병상에 도입은 어렵다. 먼저 간병인들을 관리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은 사이 간병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요양과 돌봄에 관한 경험을 쌓은 후 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간병인은 특별한 자격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간병인 알선업체 회원으로 등록한 뒤 10만원 안팎의 회비를 내고, 소개를 통해 환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여서 제대로 된 교육수료 여부조차 확인할 수가 없다.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직종이지만 기본적인 건강검진도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2014년 다이빙 사고로 전신마비가 왔던 L(40)씨는 간병인을 나라가 관리하는 직종으로 만들고, 간병비용에 대한 어떤 원칙이나 기준을 세우면 좋은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면서 명절 떡값이나 웃돈 등을 요구하는 대로 다 줘야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간병인들 역시 법망의 밖에 있다 보니 피해를 봐도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은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어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건당국은 회복기·만성기 환자에 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지금 당장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구 10만 명당 활동 간호사 수(5942015년 기준)OECD 평균인 898명에 못 미치는 등 인력수급 문제가 심각한 만큼 무조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적용 대상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또 의료법에 실시 근거가 규정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달리 의료인인 간호사가 아닌 간병인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지려면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의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예방과 재활, 입원, 간호는 포함돼 있지만 간병은 빠져있는 만큼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김훈택 건강보험공단 보장사업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급여화도 거의 10년이 걸렸다면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사회적 합의는 물론, 명분 등이 필요하고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2018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1778억원 당기 적자를 본 건강보험재정에 적신호가 들어온 점도 제도 확대의 걸림돌이다.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의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2018)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 6명에 요양보호사 1명이 8시간 3교대로 일한다고 했을 때 약 102800여명이 필요하고, 인건비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연간 27818여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이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향적인 의지가 없는 한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중증환자에 더 절실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대소변 가리는 환자만 받아요

간호사 1명이 환자 8명 담당일 많고 스트레스중증 환자 외면간호인력 구인난  

 

서울 동작구에 사는 A(40)씨는 지난 2014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2년 동안 매일 10~12만원씩 지불하며 간병인을 쓰다 보니 비용부담이 너무 커서 퇴원하려고 할 때쯤 병원에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공고를 냈다. 2만원도 안 되는 본인부담금으로 별도의 간병비를 내지 않고 간호와 간병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했으나, 병원에선 대소변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고 신청자격을 제한했다. 결국 간병비를 부담할 수 없어 퇴원한 A씨는 거동이 가능한 사람보다는 대소변 관리조차 못하는 마비환자가 간병인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데 신청조차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B(44)씨는 2018200여 병상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운영하는 한 종합병원에 1주일 입원하면서 보호자가 옆에 없어도 간호사가 세심하게 돌봐주는 통합병동의 장점을 체험했다. B씨는 올해 수술을 받기 위해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하면서 해당 병원 역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 기대했으나, 알고 보니 이 병원의 통합병동은 전체 병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이용할 수 없었다. 한 간호사는 수술하면 보호자가 오셔야 한다고 당연한 듯이 말했다. 수술 후 이틀 동안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던 B씨의 수발은 휴가를 낸 배우자의 몫이었다.

 

간호사 수 부족해 확대 더딘 간호·간병서비스 

 

간병비 파산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에 대한 구체적 해소책을 내놓은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정책의 핵심과제로 의료비 부담의 큰 몫을 차지하는 이른바 3대 비급여 부문, 즉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의 급여화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2013년부터 간병인을 두지 않는 보호자 없는 병원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병원 내 감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상주 보호자를 통한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없애고 입원 환자의 간병비 부담도 줄이기 위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호자나 간병인을 쓸 필요가 없고 2만원 안팎의 본인부담금으로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까지 도와주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의뢰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통합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만족도는 5점 척도(尺度)에서 각각 3.5점과 4.2점으로 큰 차이가 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통합서비스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2022년까지 10만병상의 통합병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확대하기를 원하는 보건당국의 바람과는 달리 의료현장에선 간호인력 부족과 시설미비 등으로 병상 수를 늘리기 힘들어 확산 속도가 더딘 편이다.

 

5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4월 현재 간호·간병 통합병상 수는 41000여개로, 참여요건이 되는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의 총25만 병상 중 16% 정도이다.

 

병원들은 간호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병상 확대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통합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과도하고 간호사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일부 환자들에 의한 감정 노동스트레스도 일반병동에 비해 심각해 이직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간호사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경기 남부의 한 종합병원 수간호사 C씨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투입할 간호사가 부족해 애를 태운다. 최근 경력 2,3년차 간호사 3명이 한꺼번에 사직을 하는 바람에 신규 환자 입실을 최대한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C씨는 대학병원보다 급여나 복지혜택이 적고, 일반병동보다 통합병동의 일이 많아 간호사들이 2~3년 정도 이 병동에서 근무하면 일이 힘들다고 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그나마 상황이 나은 수도권인 경기도도 이런데 지방 종합병원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간호사가 없어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간병인 꼭 필요한 중증환자는 외면 

 

간병비 부담을 덜어보려는 환자 입장에선 통합병상 수가 적은 것도 답답하지만 경증(輕症) 환자 위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있다. 간호인력이 혼자 맡아야 할 환자 수가 여러 명이다 보니 전체 병상의 일부만 통합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 병원에서는 혼자 거동이 가능하고 간병 필요성이 덜한 경증환자 위주로 간병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수간호사 D씨는 스스로 식사나 거동이 가능한 환자가 병동 환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의식이 없고 대소변을 볼 수 없는 환자들이 많으면 간호사들이 이런 환자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전체 환자를 돌볼 수 없고, 다른 환자들의 불만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간호사 1명당 8명의 환자를 봐야 하는데, 중증환자가 많을 경우 도저히 이 비율을 맞출 수가 없다.

 

사지마비 환자 등 중증 환자가 많은 재활병동의 경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은 더욱 어렵다. 일부 도입한 곳도 있지만 간호사들은 업무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고 호소한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욕창 예방을 위해 자주 살펴야 하고 재활치료를 받을 때마다 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는 등 재활병동의 간호사 업무는 원래 많은데, 통합병동으로 전환한 후 업무강도가 너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병동의 경우 환자 부담금은 두더라도 일반병동보다 다른 별도의 수가를 책정하는 등 특성에 맞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간병이 필요한 중증환자부터 우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 경증환자에게 넓혀가야 하는데 제도 도입 당시 재정 부담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다니던 병원에서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경추를 다친 오빠가 중증장애로 재활을 하던 병원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로 리모델링을 하고 나서 중증환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내쫓겼다고 호소했다.

 

강형윤 건강보험공단 보장사업실 부장은 이와 관련해서 전체 병상의 일부만 통합병동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통합병상 수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면서 전체 병상 중 통합병상의 비율이 늘어나면, 지금도 전체를 통합병동으로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나 인하대 병원의 사례처럼 모든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화 하고 있는 간병파산국가와 사회가 함께 해결책 마련해야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최근 간병살인과 같은 간병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간병 살인은 오랜 기간 치매나 정신질환 등을 앓아온 가족을 돌보다 지쳐 환자를 죽이거나 동반자살하는 경우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간평파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말 그대로 환자를 간병하다 가정이 파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간병파산이 현실화하는 것은 환자의 간병을 오랜 기간 하다보면 가족이 생계유지 활동을 포기하는 등 삶의 질이 저하되고 그 대신에 간병인을 쓰게 되면 높은 간병비 부담으로 인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처음으로 세계 장수국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인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치매는 환자를 오랫동안 돌봐야 하는 병이다. 2018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48945명으로 오는 2060년에는 3323033명으로 4.4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이다. 가족들은 시간적, 신체적, 정신적인 부담을 느낀다. 환자 곁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밥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씻기고 부축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요양보호사 이용시간 부족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로 개인 간병인을 구할 경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컸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의 가장 큰 부담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순으로 이들에 대한 공공지원 방향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방향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에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소득층일수록 간병 파산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과도한 간병비와 의료비 지출로 인해 이들이 삶까지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간병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간호인력 확보와 처우개선이 당장 시급한 과제이다. 장기적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적 간병인을 없애고 의료기관에서 간병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시행하기 힘들다면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적 간병인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할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질병으로 인해 구성원간 불화가 생기고 가족이 흔들리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 간병 범죄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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