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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넘은 日“韓화이트리스트 제외”…韓美日 ‘동북아안보공조’ 균열
통상마찰·안보갈등 '투트랙'으로 확전…1100개 수출품목 개별허가 필요…全산업 타격
기사입력: 2019/07/17 [12:0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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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마찰·안보갈등 '투트랙' 확전1100개 수출품목 개별허가 필요산업 타격    

 

문재인 대통령이 715일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를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일본의 조치를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 관련국에도 뚜렷이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과거사, 대북제재,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이라는 일본 조치의 세 방면을 조목조목 짚었다. 첫째, "주머니 속 송곳"처럼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과거사 문제를 지금의 경제 사안에 연결시킨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둘째, 우리가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소홀하다는 등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이에 대해선 논쟁할 필요도 없다며 양국이 함께 국제기구 검증을 받자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셋째,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이 상황을 극복하겠지만 일본의 조치가 일본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우리 정부는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육성 비전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그런데 불화수소 등의 수출 제한은 반도체 생산의 '급소'를 누르는 듯한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것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본의 의도가 거기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과 일본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해 왔는데 과거사를 이유로 이걸 깨고, 그 이유마저 말을 바꾸는 데 대한 작심 비판도 담았다.

 

이처럼 센 발언은 대국민 호소 성격이다. 일본에 첨단소재를 의존해 온 명백한 현실을 재확인하면서도 '절치부심(切齒腐心)' 자세로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국회에도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물론 우리에게 지금의 위기를 이길 외교·경제적 저력이 있다는 자신감에 바탕한다.

 

동시에 일본 아베 정부를 향한 메시지이다.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 경고" 등의 표현은 일본은 물론이고 어떤 국가를 향해서도 문 대통령이 좀처럼 쓰지 않던 강력한 것이다. 미국을 향해서도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2차장은 미국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미국측이 우리 입장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 보복' 조치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78일 수석보좌관회의. 일본이 수출제한을 예고한 1일부터 일주일 만이다당시 차분하되 단호한 대응 기조였다면 일주일 만에 문 대통령 입장은 강경하고 날카로워졌다

 

무엇보다 일본이 외교적 방법으로 돌아오라는 문 대통령 메시지에 호응 없이 2, 3의 보복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가지 수출규제를 하는 이유로 강제징용 판결 외 대북제재 불이행 의혹까지 흘렸다. ·(韓日) 실무협의도 '냉랭한 홀대'였다게다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우호국가)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문 대통령은 712일 전남을 방문,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강한 표현에 걸맞은 치밀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일본의 의도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데 청와대와 정부 내 기본적 공감대가 있다

 

'미래' 때린 에 밀리면 끝'강공'의 이유는?

로우키(low key)서 강공으로 전환단순 정치·경제적 이유 아닌 듯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갈수록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이번에 일본에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에 바탕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로 간주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71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발표된 이후 약 1주일 동안 '로우키(low key)'를 유지했다. 일체의 대응을 관련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 맡겼다. 우선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자는 분위기였다

 

'로우키'의 바탕에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아베 신조 총리의 참의원 선거(721)용 이벤트라는 인식이 있었다. 선거의 승리를 위해 아베 총리가 한국이라는 대외의 적을 만든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일주일 뒤 상황이 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8일 수보회의에서 "기업의 실체적 피해가 발생하면 일본에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10일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일본과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월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메시지는 더욱 강해졌다. 지난 12일 전남 무안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이라며 열두 척의 배로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명량대첩을 언급했다. 이 대목은 사전에 배포됐던 원고에도 없던 내용으로, 그만큼 문 대통령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부분이었다

 

15일 수보회의에서는 일본에 '더 큰 피해'를 경고하며 "우리 국력은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키워온 것"이라고 힘을 줬다. 일본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기 시작했다고 지적했고, 수출 규제의 이유로 대북제재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도 우리 정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못박았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단언했다. “우리 기업들이 일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우리는 과거 여러 차례 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월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계 주요인사들을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한편으로 기업이 이 상황을 자신감 있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단합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기업들이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도 높은 수위의 대일(對日)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협상의 퇴로는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양국 국민들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해 보자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메시지 자체를 보면 일본에 대한 대응과 경고 위주에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짧게는 문재인 정권, 길게는 한국의 미래가 걸린 싸움으로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정치·경제적 갈등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아베 정권의 의도가 문재인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것에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보복 조치에 정부가 굴복해서 강제징용 배상 등과 관련한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버티기'에 실패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경우 문재인 정권은 곧바로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의 미래를 타격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심한 미래산업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일본 정부의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보복에는 한국의 정권을 흔들고 한국 경제에서 '미래의 싹'을 잘라내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판단 속에 청와대는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일 양국 간에는 수많은 과거사 문제가 있고, 현실적인 안보 문제도 있다. 이번에 한국이 일본에 숙이는 모양새가 연출될 경우 향후 외교이슈에서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14"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죽창가'를 소개했다. 드라마 '녹두꽃'과 노래 '죽창가'는 모두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내용이다. 일본에 맞선 의병·민초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일본 도발에멈춘 정치시계돌아가나

16개월 만에 대통령·5당 대표 완전체 회동대응 외 다른 의제도 가능

 

일본 무역보복이 멈춰 선 여의도의 정치 시계도 돌리게 만들까.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회동이 718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의 ‘1 1’만 고집하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형식 불문하고 만나겠다고 한 것에 청와대·여야가 화답하면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로 이뤄지는 대통령·5당 대표의 완전체공식 회담이다. 공교롭게도 18일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 측의 중재위원회 설치 요청 답변 시한으로, 일본은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그날을 기해 추가 제재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韓日) 경제충돌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날에 청와대와 정치권의 대화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일본의 경제 제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회담을 요청했다.  

 

회담이 성사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사회적 파장력이 큰 사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모든 형태의 회동에 응하겠다고 한 것도 회동 형식에만 집착해서는 범국가적 현안을 외면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우선 의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3대 부품·소재 수출규제와 이에 대한 분야별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백색국가) 배제 방침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대일(對日)특사 파견, 대미(對美)특사 파견, 외교안보라인 교체, ··정 협력위원회 구성 등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대일·대미 특사 파견이나 민··정 협력위 구성 건은 일단 의제에 오른 뒤 논의를 거쳐 시기나 방법 등이 조율될 수 있다

 

그밖에도 민감한 현안들이 의제로 오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회동을 제안할 당시 언급한 대북 식량지원 문제와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 이후 북·미 협상 관련 역할론 등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은 북한 목선 국정조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요구 등 안보 이슈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관한 문 대통령 의지를 재확인받고자 할 공산이 크다. 여야가 19일 처리하기로 잠정합의했던 추가경정예산안 문제도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의논해 의제나 일정, 방식을 주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똘똘 뭉치는 약발 안 먹히는 싸움 반기는

아베내각 지지율 7%P 하락 선거용 한국 때리기안 통해·일 갈등 우리에게 기회

 

뭉치는 한국, 역풍 맞는 일본, ·일 갈등 반기는 중국.’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한··(韓中日) 3국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에도 분열된 양상을 보였던 한국 정치권은 모처럼 보복조치에 대한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조만간 만나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국민, 정치권, 언론이 단합해 경제 보복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총공세를 펴는데도 오히려 한국 정치권은 보복조치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며 내부 갈등을 드러냈다. 특히 일부 정치인은 일본과 똑같은 시각으로 경제 보복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행태를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적전(敵前) 분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들끓자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보복조치를 강행했음에도 내각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선거용으로 활용한 한국 때리기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12~1418세 이상 유권자 268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9%를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 628~30일 실시한 조사 때의 56%보다 7%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세는 이날 발표된 다른 언론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사히(朝日)신문이 13~14일 실시한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42%, 지난 622~23일 조사 때의 45%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2~14일 진행한 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45%, 지난 4~5일 조사 때의 51%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일본 국민의 절반가량은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해 단행한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찬성은 56%인 반면 반대는 21%에 그쳤다. 하지만 일본 입장 지지율은 다른 한·일 갈등 이슈 때보다 높지 않다. 2018년 초 문재인 대통령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비판 당시 NHK 여론조사에서는 82%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올해 초 한·일 간 초계기 저공비행-레이더 조사갈등 때에는 64%가 일본 정부의 대응을 지지했다

▲ 일본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7월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일 갈등 확산에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산업 사슬에서 위로 올라갈 기회라고 전망한다. 이날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인 푸리강은 ·일 양국의 갈등 확산이라는 기회를 잡아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칼럼에서 ·일 간의 미니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면서 양국의 사이가 벌어지면 중국만 득()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더 많은 재료를 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쪽 편 들긴 어렵지만"韓日갈등 '관여' 동의

외교부 미국 관여할 여건 형성, 언제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로 악화일로인 한일(韓日)관계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관여’(engage)의 필요성에 사실상 동의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715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 경제보복 문제에 대한 한미(韓美)간 의견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김희상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대표단의 방미(訪美) 협의 내용을 전했다. <713守岩칼럼 - , 경제보복 전방위 對美설득전, 어떻게 나올까 참조>

 

이 당국자는 경제구조상 일본이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쪽은 없고 그 피해는 3자가 볼 수 있다고 미측에 얘기했다미측도 여기에 공감하고 관리모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게이지(engage)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의 미측 인사들이 동의했다이미 여건은 다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추가 경제보복' 가능성

 

그는 “718일과 21, 24일 등 중요한 시점이 3개 있다. 일본이 요청한 3국 중재위 답변시한과 참의원 선거,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전 의견을 취합하는 시한이라며 이 기간 언저리에 일본의 추가적인 도발(보복조치)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참의원 선거 전에는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긴장상태가 더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미측에 설명했다. 미국이 관여해서 일본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미측이 이런 우리 정부의 요청에 사실상 동의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가장 가까운 동맹이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중재'는 결과에 대한 구속성이 강하고 '조정'은 서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 조율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활동을 한다고 하기는 어렵다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인게이지(관여)해서 악화되지 않도록 하자는 선에서 논의한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지난 1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韓美日 안보협력 해치면 안돼"이득 경계

 

외교부 당국자는 아울러 현재 경제 분야의 갈등이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 한미일(韓美日)이 지켜온 안보협력을 해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게 미국의 핵심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한일 무역분쟁이 중국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데 대해 한미일 누구도 승자가 아니고 엉뚱한 3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미국도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도체라며 반도체 생태계가 흔들리게 되면 미국의 특정 일부 업체에 이득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전체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액에도 관심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강제징용 배상 규모가 얼마 정도 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미측은 하루치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 이틀치 대일 무역적자 금액으로 배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정무적 사안(강제징용 배상판결)의 해결을 위해 경제적 조치를 동원했다는 점에 (미측이)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정무적 문제 해결에 경제적 조치를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8월 차질 없이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측에서 GSOMIA 같은 것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번 경제보복의 이유에 대해 미측에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일본은 우리의 설명 요구에 (답을) 못하고 있다. 미국도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다. 미국도 모르겠다고 한다. 주미 일본대사관 측도 미국에 설명을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출시스템 국제검증 받겠다회피

 

정부는 일본이 문제 삼은 수출통제 시스템과 관련해 국제적인 검증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일본은 이에 대해 한국이 사안의 본질을 모른다는 식으로 우리 측 제안을 에둘러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다 오픈하고 독립적 조사를 받아 문제가 있다면 고칠 용의가 있다. 책임자도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그렇게 하니 일본은 한국이 사안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고 반응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합대응반을 통해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내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관련 실·(室局)에서 함께 대응하는 통합대응반을 임시적으로 구성해 정부 내부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일본 국민의 절반가량은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해 단행한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찬성은 56%인 반면, 반대는 21%에 그쳤다. 하지만 일본 입장 지지율은 다른 한·일 갈등 이슈 때보다 높지 않다. 2018년 초 문재인 대통령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비판 당시 NHK 여론조사에서는 82%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올해 초 한·일 간 초계기 저공비행-레이더 조사갈등 때에는 64%가 일본 정부의 대응을 지지했다.

 

한일 '통상마찰' 넘어 '안보갈등', 韓美日 '삼각동맹' 동북아 안보 지형도 '출렁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가 통상마찰과 안보갈등의 투트랙으로 확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에 이어 822일쯤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사실상 강행키로 하면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앞서 국제사회 여론전에 나선 정부는 미국의 지지와 중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대미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유무역 가치에 반하는 일본의 보복조치를 WTO에서 경제 논리로 따지는 한편, 한미일 협력·동맹 등 역내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점을 부각해 미국의 지지와 이해를 이끌어 내려는 이중 대응 전략으로 읽힌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27개국)는 무기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나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통칭하는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국가목록이다. 한국을 여기서 빼겠다는 것은 전략물자를 통제하는 안보시스템에서 한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이 더 이상 안보우방국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의 과거사 문제가 한일 무역 전쟁을 넘어 안보 균열로까지 번진 셈이다.

 

한일 관계는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로부터 파생한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도 수십년 간 이어진 경제와 안보 협력을 두 축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북핵 위협과 중국의 ‘G2’ 부상에 맞서는 한미일 삼각동맹은 동북아 역내 안보의 구심으로 작용했다. 2018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연초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등 한일 과거사·군사 갈등 국면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도 삼각동맹을 흔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한미일 협력과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원칙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경제보복 조치 발표에 앞서 안보 우방국인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데 대해 논란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630북핵 등 안보 면에서 협력이 필요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을 겨냥한 전방위적 공세로 이런 전통적 한일 우호 관계와 동북아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화헌법 개정정상국가화라는 보수우익 가치를 공유한 아베 정권과 일본 내 극우 언론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내 우익이 동북아시아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일본의 안보 위상 강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한일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학(津田塾大學)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전적으로 안보에 관련한 조치로 통상 관계와는 무관하다일본이 안보 정책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한일 관계의 근본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본질은 안보 환경 변화이므로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며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이 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느냐 하는 점을 (정부가) 시급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방위 대미(對美) 외교전을 전개한 정부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반도체를 사가는 미국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데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일 안보 협력 약화가 대중(對中) 포위망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미칠 악영향을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한의 체제보장을 강조하는 북··러 밀착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한··일 안보협력 균열을 마냥 방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34일 일정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직접 중재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 인사들이 우리 입장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 만큼 필요하다면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서 한국 제외"...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영향 불가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추가 보복조치 강행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실제 실행될 경우 한미일 삼각동맹과 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동북아 안보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2일 도쿄 청사에서 가진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과의 실무급 회의에서 오는 24일까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각의(국무회의) 결정 후 공포·시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측은 각의 결정 전 추가 양자협의를 갖자는 우리측 요청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74일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추가 보복조치의 강행을 선언한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은 각의 결정 후 공포한 날로부터 21일 경과 시점부터다. 따라서 접점이 없다면 822일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1100개의 한국 수출 품목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반도체를 넘어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은 경제적 측면과 한일 양자 관계를 넘어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중심한 3각 협력을 기반으로 역내 핵심 안보 동맹을 맺어 왔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의 배경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흘린 데 이어 전략물자 우대국에서 뺄 경우 한일 관계의 파탄으로 한미일 동맹이 흔들리면서 역내 안보 체제에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3(현지시간) 34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일본의 부당한 일방적인 조치는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중요한 이슈들(북핵 문제 등)이 있고 공조해야 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에 (미국 행정부, 의회, 씽크탱크 인사들이) 다들 공감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우리가 (안보상의) 맞대응 조치에 나설 경우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일본의 보복 배경인)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보복 예고한 타이밍 재는 아베183국 중재위가 분수령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품목인 반도체 소재 등을 규제한 데 이어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추가 경제보복을 기정사실화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피해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 협의가 오해를 풀기보다는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면서 8월 중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일본 내에서 강해지고 있다고 일본 NHK는 전했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822일쯤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 개정에 관한 의견수렴과 각의 공포 등 일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를 감안한 시점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면 한국은 모든 전략물자에 대한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첨단소재·전자·통신·센서 등 약 1100여개 품목이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WTO제소 방침 외에는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노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추가 보복이 이어질 경우에는 '상응조치'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대응으론 주요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본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본처럼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정부는 직접적인 맞대응 보다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일본이 수입 규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는데 최우선 방점을 두고 있다. 맞대응이 양국간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718일이 추가 보복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은 일본이 제안한 강제징용 관련 '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 기한이다. 정부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일본은 이를 명분으로 추가 보복을 앞당길 수 있다.

 

미국의 중재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졌지만 당장 개입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쉽게 끼어들기 힘든 민감한 문제인 만큼 당장 중재에 나서기보다 양자간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상황을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일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712일 자유한국당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까지는 한일 양국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당장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한미일 대화 등 중재 성격의 3자 협의가 열리는 것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미국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717일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을 주목하고 있다. 윤 조정관은 미국 측에서 3자간 협의 등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담당할 적임자"라며 "향후 움직임에 대해 저희가 관심을 갖고 계속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對日공세 강화김현종 기업도 타격 우려필요하면 나설 것

 

청와대가 '미국 지렛대'를 활용해 일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미국이 우리의 입장에 공감대를 표시한 만큼, 일본이 태도를 바꿔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4일 방미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미측은 예외없이 우리 입장에 공감했다. 한미일 협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규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공급체계가 영향을 받아 미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많이 우려했다""당초 목표를 충분히 이뤘다. 결과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 3박 4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사진 가운데)이 7월13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앞서 김 차장은 710일부터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와 관련한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았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접촉하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김 차장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윤상현 의원과 면담에서 "지금은 한일관계 중재나 개입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 점과 관련해서는 "워싱턴에서 들은 내용과 다소 온도차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날 워싱턴에서도 해리스 대사의 언급에 대해 "거시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미 국무부가 "··일 관계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을 거론하며 "이게 (미국의 입장에 대한) 답을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략물자가 북한에 밀반출될 수 있다는 일본측 주장에 대해 미측도 우리와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언론은 자꾸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는지를 묻는데, 미측 인사들이 우리 입장에 충분히 공감한 만큼, 미측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만큼 (한일관계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미측에 직접적으로 중재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의 방미를 통해 일본에 대한 공세 수위를 올렸다. 지난 12일에는 한일 양국의 전략물자 밀반출 사례와 관련한 공동조사를 진행하자고 역공을 폈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근거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공조를 강화한 모양새다.

 

일본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당장 오는 18일까지 강제징용과 관련한 '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우리가 받지 않으면 후속 규제가 나올 수 있다. 한미일 고위급 협의에 대해 일본 측이 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후속 규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경우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갔다. 일본에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일본의 규제에 대한 대비책을 하나씩 마련하는 중이다. 김 차장이 언급한 미국의 '우려'가 일본에 전달될 경수, 일본이 후속 규제까지는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김 차장은 "한미는 언제든지 한미일 협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이 협상에 응할지 여부는 참의원 선거(21) 이후에나 판가름 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지난달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무산 때 "일본이 준비가 안 됐다"고 했던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 정상회담을 조율할 수 있다고 내다봤었다.   

 

대통령, '투톱 외교' 강조총리 對日 역할론 힘받나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상급 외교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역할을 분담하는 '투톱 외교'를 강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선 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에게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중책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상외교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그래서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 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두(冒頭)발언에는 이 총리의 4개국(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순방과 '투톱 외교'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만 포함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중대한 외교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총리의 해외 순방에 모든 발언 시간을 할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대일(對日) 문제와 관련한 이 총리의 역할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의 의도가 거기에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의 조치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번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는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전히 우리 정부는 일본과 보복적 대응 조치를 맞교환하는 전면전으로 가게 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의 배경이 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양국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3국 중재위원회 설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우리 정부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또 일본은 지난 12일 열린 한·일 무역당국간 실무회의에서 우리 측을 철저하게 냉대했고, 회의 명칭을 '설명회'라고 고집하며 우리와 협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일 고위급 협의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 내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통하는 이 총리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리를 대일 특사로 파견해 양국간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오랜 기간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했다. 일본측 인사와 통역 없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담판만이 ·갈등 해법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 경제보복으로 한·(韓日) 두 나라는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최전선은 세계무역기구(WTO). ·일 양국은 일본이 취한 일방적인 수출규제의 WTO규정 위반 여부를 판가름 낼 계획이다. 또 다른 전선은 미국 조야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미국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이번 싸움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대미 외교전선에선 한국의 공세가 두드러진 것처럼 보인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13(현지시간)부터 미국 정부와 의회를 누볐다. 그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연쇄 접촉하고 상·하의원들을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차장은 한··일 고위급 협의회를 개최해 해결책을 찾자고 미국 측을 설득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 측 고위 인사들은 미국을 찾지 않고 있다. 일본은 주미일본 대사관이 최일선에서 미국 측을 상대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특정 현안이 불거졌을 때 한국과 일본 간에는 대응팀을 가동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서 한국은 주로 본국 대표단이 미국으로 달려오지만 일본은 주미 대사관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일본보다는 한국의 접근방식이 미 정부 당국자에게 일단 임팩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직접 카운터파트가 워싱턴으로 날아오면 일본의 현지 대사관 관계자들보다 미국 측 인사들이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적극적인 공세가 미국 조야에 먹혀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조야에 구축해 놓은 광범위한 친일(親日)’네트워크는 한국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그 단면에 불과하다. 워싱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이 현안이 터지면 한꺼번에 물량 공세를 퍼붓다가 쑥 빠지는 경향이 있으나, 일본은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국을 관리한다고 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을 놓고 전략적 가치를 따지면 한국이 일본에 밀린다는 게 미국 파워 엘리트 집단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이 20173인디펜던트저널리뷰’(IJR)와의 인터뷰에서 한·, ·일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경제 규모와 안보 이슈에 관한 관점, 경제적 이슈 때문에 이 지역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이것은 새로운 게 아니고, 지금뿐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관계가 있는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태지역에서 좀 더 큰 발자국을 지니고 있다.” 비외교관 출신인 틸러슨은 비외교적으로 미국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었다.

 

미 정부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중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떠오르는 중국을 관리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했으며 미국과 함께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핵심 삼각 축은 일본, 인도, 호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미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본은 선택의 여지없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맞설 나라이지만, 한국은 언제든 미국을 버리고 중국 쪽으로 넘어갈 수 도 있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일 삼각관계를 고려할 때 한·일 분쟁에서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 중 어느 한쪽 손을 번쩍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국제적 여론전의 무대 중 하나일 뿐이다. 진정한 해법은 한·일 간 담판의 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갈등의 근본해법 찾아 양국 관계의 새로운 길 열어야

 

19세기 말 세계가 격동기에 접어들었을 때 조선은 주변 정세에 무지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깜깜했다. 고종은 1876년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직후 김기수를 일본에 수신사로 파견했다. 약 한 달 만에 귀국한 수신사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의 서양기술 도입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김기수가 저들의 강청(强請)에 따라 부득이 사행하게 됐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 여러 기술에 대해서는 하나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하자, 고종은 만약 그 기술에 대해 듣고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이로운 것이겠지만, 그러지 못하게 되면 체모만 잃게 되니 잘했다고 했다. 승정원일기의 기록이다. 새로운 기술보다 체면이 더 중요했다. 이렇게 허송세월하다 나라가 통째 로 넘어갔다.

 

2016년 일본 도쿄에서 한·일 언론인 포럼이 열렸다. ·일 위안부 합의 이듬해였고 일본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적극적이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였다. 일본 측은 뜻밖에 냉담했다. 과거사 문제가 거론되자 일본 언론인은 얼마나 더 사죄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때 한 일본 정치학자는 한·일 관계가 2012년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가 일본에 준 충격이 컸던 것이다. 현지 교민은 일본 내 반한 정서에 대해 이런 적이 없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겉에서 본 것과 전혀 달랐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결과가 한·일 관계의 현주소다. 2018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불을 붙였지만 정부는 서둘러 진화하지 않았다.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일본산 소재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했다. 718일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국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일본 정부 요구에 우리 정부가 답변을 내는 시한이다.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 정부가 추가 보복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전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내은행 도쿄지점에서 일한 한 금융계 인사는 그해 한보그룹 부도 사태 이후 돈줄이 마르자 돈을 빼가던 일본의 은행 관계자들이 알은체도 하지 않아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일각에선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사태가 진정되리라는 낙관론을 펴지만 일본의 태도로 보아 이번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 ·일의 국내 정치적 요인이 맞물리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일본이 갑작스런 수출규제로 국제분업 체제를 교란한 처사는 분명한 잘못이지만, 우리 정부의 대처도 미숙했다. 두 나라가 양국 관계를 다루는 솜씨는 서툴다. 국민감정이 결부되는 데다 양국의 상호의존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754만명에 달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가.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후 정부가 일본 지역·산업 전문가들을 모으려고 했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 전문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활용할 만한 싱크탱크도 없다. 이러니 정부의 사전 대비나 사후 대처 모두 실망스러운 것이다.

 

작가 김원우는 산문집 일본 탐독에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일본인의 극성스러운 관심과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일본인의 한국어 학습열을 주목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일본을 알려고 하는데, 일본은 우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대로 가다간 백전백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일본을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 ·일 갈등의 근본 해법을 찾아내 양국 관계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먼저 일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두 나라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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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종교의 진정성을 두루 살펴 보고 이해함으로써 각 종교와 사회의 화평과 상생, 조화를 이룬다.
회장 이옥용 /발행-편집인 신민형 / 양형모 상임고문 / 편집국장 이광열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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