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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쓴 프로레슬러, 남성 위주 무슬림 사회의 벽 허물다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19/07/23 [14:43]
“비록 히잡을 쓰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

히잡 쓴 프로레슬러, 남성 위주 무슬림 사회의 벽 허물다

“비록 히잡을 쓰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준혁 기자 | 입력 : 2019/07/23 [14:43]


국교가 이슬람교이며
남성 위주 무슬림 사회에서 프로레슬러가 되어 오래된 장벽을 깨부수는 155, 몸무게 43.’의 인도네시아 여성이 화제다.

 

한국일보는 23일자 신문에서 세계 최초의 히잡 프로레슬러이자, 말레이시아에 존재하는 여성 프로레슬러 두 명 중 한 명인 노르 디아나(19)의 이야기를 취재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르는 링 위의 투사가 되고 싶다는 10대 시절 꿈을 좇아 2015년 프로레슬링 세계에 입문했다. 몇 달간의 훈련 끝에 정식 데뷔한 그는 히잡을 쓰고 이달 초 말레이시아 프로레슬링 챔피언에 오른 4명의 남자 선수를 연달아 격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상대를 던지고 눌러 압박하는 그의 정교한 기술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미국의 프로레슬링 단체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가 주관하는 경기처럼 말레이시아프로레슬링협회(MyPW)의 시합도 결과가 정해져 있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의 영광은 그가 오래된 장벽을 깨부순 뒤에야 찾아왔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나라,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인 여성이 프로레슬러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처한 환경은 링 위에서 맞닥뜨리는 도전자보다 더 잔혹했다.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했다. 노르씨는 많은 사람들이 제가 무슬림이고 히잡을 쓰기 때문에 레슬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술회했다.

 

그래서 초반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마스크를 썼다. 지난해 패배 이후 그는 마음을 바꿨다.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그는 히잡을 쓰고 다시 링 위에 올랐다. 우려와 달리 관중들은 히잡 프로레슬러에 열광했고,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대리만족을 누렸다.

 

노르씨는 링 밖에선 수줍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는 병원에서 일한다. 레슬링 복장을 갖추면 무시무시한 불사조로 변신한다. 최근 경기에서 우승한 노르씨는 링 위에서 제가 비록 무슬림이고 히잡을 쓰고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어떤 것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nothing can stop me from doing what I love).”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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