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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을, 젊은 동네- 젊은 신혼, 늙은 신혼
하늘소풍길 단상
기사입력: 2019/11/22 [21:0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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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을, 법화산 연원마을서 젊은 동네 마곡연구단지의 오피스텔로 임시거처 마련한지 3주가 넘었다.  

 

해외여행 온 듯한 기분과 같아 오피스텔 주변 구석구석을 답사했다. 서울식물원은 집사람과 두번, 나홀로 거의 날마다 산책하며 넓다란 식물원 구조와 LG사이언스파크 등 주변 단지를 완전 숙지했다. 양천향교와 겸재미술관 끼고 있는 궁산 길은 한시간만에 파악해 집사람 안내할 때는 내친 김에 발산 나들목 빠져나가 강변 걷고 다시 구암 나들목으로 나와 허준공원과 박물괸도 탐사했다.

 

버스와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들도 둘러보았다. 우장산은 새마을탑 있는 검덕산과 쪽동백 군락지인 원당산 등 두개 봉우리 거치는데 두시간이 안걸렸다. 개화산은 비교적 넓어 3일간 탐사한 후에 지리를 파악했다. 방화역, 개화산역부터 시작하는 개화산 둘레길 1~2코스와 환경생태공원 메타세콰이어 숲길에서 강서생태습지공원 거쳐 치헌산으로 올라가는 강서 둘레길 3코스를 찾았다.

 

애들이 아내에게 마련해준 170km 한도 전기차 충전을 위해 충전소 설치된 공항 롯데몰, 방화동 홈플러스, 발산동 이마트 등 강서의 쇼핑몰들도 비교해보았다. 강서 전입을 환영해준 친구 덕에 등촌동과 강서구청 먹자골목 등도 누볐다.

 

3주동안 소위 강서 10경을 모두 유람한 셈이다.법화산서 10년 거주 용인친구들에게 몇달만에 법화산 안내를 했듯이 강서 사는 친구들에게는 3주만에 강서 10경을 가이드할 만 해졌다. 그렇게 학습에 골몰해 다니다보니 법화산, 수리산, 대모산, 우면산에서의 '하늘소풍길 단상' 같은 것은 엄두도 못냈다. 단상이란 것이 아주 익숙해진 곳서 여유갖고 사계의 변화까지 느낀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이곳서 그런 단상과 기록은 기대할 수가 없다. 느긋한 단상기록은 아마 광교산과 원천저수지 근처에 정착한 뒤에야 가능하리라.

 

그러나 이곳 젊은 동네서 이루어지는 순간순간 단상 또한 새롭고 흥미롭다.

 

평균 연령이 내 나이 반에 그치는 오피스텔의 복도 끝에 늙수그레, 구부정한 사람이 나타나 한편 반갑고 애달펐는데 그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인 것을 알았을 때의 단상은 새로웠다. 88,86세 형님들이 아파트단지 회장, 감사를 맡는 동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회였다.

 

아내와 오피스텔 1'옛날 우동집'에 들러 자리에 앉았더니 종업원이 뛰쳐나와 "어르신!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며 젊은이들 줄서 있는 '키오스크'로 가서 외쳤다. 법화산 산책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서 마주치던 형님들에게 젊은이 취급을 받은 곳과는 별개 세계였다.

 

이사온지 막 3주가 된 지난 토요일, '오늘은 강서구에서 산 이름이 붙은 봉제산, 까치산을 마저 둘러보자'고 작정했는데 덜컥 탈이 났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고통과 마주하다가 결국 일요일 새벽에 집근처 이대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곧 신장외과환자로 병실을 잡았다.

항생제 투여하며 소변줄 달고부터는 비뇨기과 소속 환자로 바뀌어 3일째 관찰 중. 주치의는 내일 전립선 검사를 해 향후 치료와 수술 등을 결정하자고 했다.

 

아내는 내심 입원 수술비가 얼마나 들지에 신경이 곤두 서있을 테지만 즐겁고 기분좋은 농담을 건넨다.

"참 우리 부부 파란만장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사는거 같아요. 다양한 산동네 전전하다가 젊은 동네 와서 새로운 구경 마치니 새로 생긴 이대병원 응급실, 병실까지 둘러 보게 되네요. 입원하는 김에 당신 이비인후과 검진도 이곳 외래서 받아보세요."

 

내 병실에 들어온 80대 수술 환자가 나를 보자 "젊은 사람이 왜 입원을 하게됐냐?"며 의아해한다. 젊은동네 병원 와서 늙은 마을 형님의 구수한 말씀 듣는 듯 하다. 아내한테는 '젊고 예쁜 색시'(?)라고 한다.

 

참 살아갈 길이 길다고 느껴진 병원 단상이 생겨났다. 그래서 아내에게 기분좋은 농담 아닌 진담을 건넸다.

 

"이 병원서 병치료 완전히 하고 호텔같이 환상적인 조그만 광교아파트 정착하면 그곳서 평생 신혼처럼 당신 대해주겠소. 젊은 신혼으로선 할 수 없는,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그윽한 늙은 신혼으로 살아갑시다. 내 젊을 때 남자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되살려 당신 아무 걱정없도록 하겠소."

 

내 호언장담에 스스로 쑥스러워져 "죽을 때 되면 이런 말도 한다며?"라는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아내는 "당신은 방정 맞은 소리를 툭 던지는게 탈"이라며 핀잔을 준다.

 

이어 내가 "당신은 진실을 밝힐 때마다 뭔가 들킨 거 처럼 유난히 펄쩍 뛰며 당황해하는게 단점이오"라는 말로 받자 우리 부부는 이심전심, '그냥 웃지요'의 소이부답(笑而不答)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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