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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의 남다른 소통법 가르쳐준 영화 ‘두 교황’
영화를 본 신부·수녀들 “두 교황의 진보·보수 구분은 세속적 잣대일 뿐”
기사입력: 2020/01/25 [11:1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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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영어: The Two Popes)’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SNS(사회관계망) 등에서는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는 고백들이 줄을 잇는다.

 

교황은 종신제여서 사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제 성추문 책임과 기밀문서 유출, 부패 의혹 등 교황청 내 잡음이 끊이지 않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임을 고민한다. 그는 성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복잡한 심경 속에 있었다. 결국 베네딕토 16(안토니 홉킨스 분)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임을 준비한다. 후임자로 아르헨티나의 추기경 베르골리오(조나단 프라이스 분)를 염두에 뒀다.

 

한편 베르골리오는 바티칸의 부름에 한 걸음에 달려간다. 그도 역시 은퇴를 결심했기에 교황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자신이 맡은 자리를 내려놓으려는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교황을 맡을 수 없는 이유들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이 과거 자신이 잘못한 점을 되돌아보는 설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한다

▲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넷플릭스

 

서로 상이한 견해를 좁히는 방법은 설득’ 

 

베네딕토는 조용하고 외로운 생활에 지쳤다.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을 때가 온 것을 직감한다. 절대자는 자신에게 또 다른 부름을 준비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살아온 길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베네딕토가 전통과 권위를 지키려는 보수적인 인물인 반면, 베르골리오는 겉치레에 신경 쓰기보다 소외된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찾아가길 원하는 청빈한 성직자이다. 어딜 가나 격의 없이 지내길 좋아하는 인기인이며 가톨릭과 교황청의 변화를 바라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다.

 

영화 두 교황은 두 사람이 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대화를 택했다. 잠깐이라도 대화를 해보면 상대방을 조금은 알 수 있다. 견해가 서로 다른 지도자들이 만남을 통해 안건을 해결하는 모습도 바로 이런 연유와 일맥상통한다. 실존 인물을 통해 두 사람이 만났다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하는 상상이 가미된 설득력 있는 서사이다.

 

실존 인물인 베네딕토 16(본명 요제프 라칭거)와 그 뒤를 이을 추기경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을 그렸다. 전 교황과 현 교황이 만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 교황이 죽음으로서 새 교황이 선출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교황은 기존 체제를 깨고 파격적인 직위 이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지혜는 경청’ 

 

베네딕토는 끊임없이 자신의 은퇴를 승인해 달라는 베르골리오의 요청을 온갖 방법으로 무시하기 시작한다. 과연 두 교황의 의사는 관철될 수 있을까.

 

각자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말을 경청해야만 한다마냥 자기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할 수는 없다. 두 사람의 목표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 줄 때 비로소 성립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퇴를 허락받아야 하는 베르골리오와 후임이 되어주길 바라는 베네딕토의 상호 관계는 화합할 때 가능해진다. 무거운 권위를 내려놓고 최대한 상대방과 가까운 거리에서 진정성을 발휘할 때 경청은 시작된다

▲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직서를 내러 자신을 찾아온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귀에 뭔가를 말하고 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이때 유발되는 팽팽한 긴장감은 웃음 코드와 맞물리며 강약 조절의 물꼬를 튼다. 영화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적당한 텐션(tension·긴장)을 유지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상반된 성향뿐만 아니라 독일과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점도 평행선의 한 축이다. 이는 축구를 통해 화합할 수 있음을 마지막 장면에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두 교황은 서로의 짐을 나눠지며 의지하게 된다.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하며 사생활을 공유한다. 피자를 나눠 먹고 피아노와 탱고를 가르쳐주며 친구가 된다. 그들의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대리자역시 한낱 인간임을 보여준다. 그들 또한 절대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심하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매번 경험한다.

▲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자신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이 맞붙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함께 보며 환호하고 있다.  

 

영화는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줄이고 미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며 이념 화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하느님이 인간을 긍휼히 여겼듯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실수 또한 용서하는 관용을 베푼다. 종교를 떠난 보편적인 가치와 실화(實話)라는 점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발산한다.

두 교황  서로 간의 거리를 좁히는 진정한 휴머니즘을 만나 볼 수 있는 영화다. 종교가 없어도 상관없고 두 노인의 대화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영화 두 교황2019년 개봉한 전기 드라마 영화로, 페르난두 메이렐리스가 감독을 맡았다. 2019 텔류라이드 영화제(Telluride Film Festival: 매년 9월 노동절 주간에 미국 콜로라도주 텔류라이드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 1974년에 처음으로 개최됐음)에서 최초로 상영되었다.

 

영화 두 교황을 본 신부와 수녀 보수·진보의 구분은 세속 잣대일 뿐

 

실화에 바탕으로 해서 개연성도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보는 것은 교회와 무관한 세속적인 시선일 뿐이다.” 이 영화를 본 신부·수녀들의 반응이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대해선 찬사가 이어졌다.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고받는 대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르헨티나 시절 회상 장면,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전체 추기경 회의) 묘사, 실물 크기로 재현한 시스티나 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보수·진보라는 세속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선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 영화 ‘두 교황’ 포스터    

 

영화 두 교황번역 대본을 감수한 황중호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문화홍보국 차장) 천주교가 세속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방식으로만 걸어갈 수는 없다보수·진보는 세속적 구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소속의 최대환 신부는 영화 자체는 지나치게 작위적이지 않고, 시의적인 메시지도 담긴 수작이라면서도 보수적이지만 매우 지적인 인물이었던 베네딕토 16세가 마치 오랫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을 견제하다 뒤늦게 화해한 것처럼, 마치 행정가로 잔뼈가 굵은 보스형 인물인 것처럼 그려낸 것은 아쉽다고 했다.

 

조용준 성바오로수도회 신부(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과 소통하려는 분이라며 난민과 인권, 생태에 대한 (진보적) 관점을 교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데 앞서가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경숙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도 그리스도처럼, 교황이 우선 선택한 이들은 가난한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신부와 수녀들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프란치스코가 베네딕토 16세에게 탱고를 가르쳐주는 장면을 꼽았다. 바깥에서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구분을 짓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충실한 신앙인이라는 점에서는 두 교황이 다르지 않고, 신앙의 이름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용준 신부는 신앙의 본질에서는 달라질 수 없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영화는 베네딕토 16세와 차기 교황 프란치스코가 경쟁자로 만난 2005년 콘클라베 이후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 때까지를 다룬다. 베네딕토 16세의 현직 교황 자진사임 결정은 교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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