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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장례’ 금기 깬 방글라데시 지역 경찰서장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2/13 [22:06]
'개죽음' 취급되던 매춘부 첫 이슬람 장례식

‘성노동자 장례’ 금기 깬 방글라데시 지역 경찰서장

'개죽음' 취급되던 매춘부 첫 이슬람 장례식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0/02/13 [22:06]

방글라데시는 성매매는 인정하지만 성 노동자의 장례는 금기시하는 나라다. 18세 이상 여성의 성매매가 합법이고, 전국에 12개의 합법적 사창가가 운영된다.

 

이슬람 지도자들이 성매매를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해 장례 기도를 거부하는 탓에 시신을 강에 던지거나 밤에 몰래 묻어야 한다. 낮 시간에 시신을 매장하려 하면 마을 사람들이 죽봉을 들고 몰려와 쫓아낸다고 현지 성 노동자모임 대표는 말했다.

 

이런 방글라데시에서 12(현지시간) 성매매 여성을 위한 첫 정식 이슬람 장례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성 노동자 수백명이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차별적 금기를 깬 주역은 성 노동자 모임과 지역 경찰서장이다.

▲ 방글라데시 사창가 다우랏디아의 성 노동자들  

 

성매매 여성 하미다 베검(65)이 병으로 숨진 뒤 가족은 관행대로 묘비 없이 땅에 묻으려 했다. 하지만 성 노동자모임이 정식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역 경찰서장 아시쿠르 라만이 중재에 나선 끝에 역사적인 첫 장례가 열렸다.

 

라만은 지역 이슬람 지도자가 처음엔 장례 기도를 꺼렸지만 무슬림이 성 노동자 장례에 참석하는 게 금지돼 있냐고 묻자 결국 승낙했다AFP에 전했다.

 

성 노동자 한명이 우리의 죽음은 개 한마리가 죽는 것과 같다고 했듯 이곳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은 전혀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매춘이 양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곳임에도 처우는 개선되지 못했던 것이다.

 

성매매 산업은 인정하되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인간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중잣대를 잘 드러낸다.

 

이날 베검의 장례식은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사창가인 다우랏디아에서 열렸다. 1200명 이상 여성이 하루 5000명의 손님을 맞는 곳이다. 베검도 이곳에서 12세부터 일했다.

 

성 노동자 200명을 비롯해 밤 늦게까지 400여명의 조문객이 이날 베검의 장례식을 찾아 함께 기도하고 감격했다.

 

베검의 딸 락스미(35)는 어머니의 영광스러운 작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이제부터 나를 포함해 여기서 일하는 모든 여성이 어머니처럼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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