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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는 오직 말씀만 전하고 개인경험이나 정치적 견해 삼가야”
‘설교학의 대가’, ‘목회자들의 멘토’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聖言 운반자가 참설교자”
기사입력: 2020/03/08 [11:2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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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학의 대가’, ‘목회자들의 멘토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聖言 운반자가 참설교자” 

 

"설교자는 반드시 성언(聖言) 운반자가 되어야 한다." ‘설교학의 대가’, ‘목회자들의 멘토로 통하는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의 지론이다.

 

우리나라 1세대 예배학 교수인 정장복 전 총장. 강단의 권위가 흔들리는 요즘, 목회 현장에 있는 제자들이나 목회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설교자는 반드시 성언 운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스러운 말씀(聖言)을 운반하는 자'. 이것이 바로 참설교자라고 정의한 정 전 총장의 설명은 사실 은퇴한 노교수가 삶의 진수를 담아 남긴 단 한마디의 결정체가 아니다. 이미 오랜 세월 설교학 강의 첫 시간, 제자들에게 쉬지 않고 강조해 왔던 금언(金言)이다. 그동안 한두 번 언급했던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설교 강단을 바로 세우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그는 "공부는 교과서를 통해서 하지 않나. 그런데 학업을 마친 뒤 교과서를 완전히 떠나버린 사람과 그래도 교과서를 품고 있는 사람은 분명 다르다. 아예 교과서를 던져 버리고 현장에서 바람 부는 대로 휩쓸리며 산다면 결국 설교는 탈선될 것이며, 오염되고 말 것이다. 설교자는 평생을 두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숙명"이라며 공부하고 갈고 닦으라고 주문했다.

▲ 2012년 11월8일 한일장신대 총장직에서 퇴임한 정장복 전 총장    

 

그러면서 정 전 총장은 "교인들이 교회에 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되물으며 "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교회에 온다. 목회자 개인의 경험담, 구수한 이야기, 달콤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TV쇼를 보는 게 훨씬 좋다. 바로 세상에서 듣지 못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교회에 오는 교인(성도)들에게 재미있고 감미로운 이야기만 하니 한국교회가 가라앉지 않겠나? 먹어야 할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필요한 비타민을 공급하지 않고 엉뚱한 것만 먹이니 당뇨나 성인병에 걸리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먹여야 할 것을 먹이지 않는 시대"라고 일갈했다. 이는 한국교회 전체에게, 목회자들 모두에게 들으라고 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설교의 쇠락에 대한 그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설교자들이 자기 생각과 주관, 지식, 경험으로 말씀을 하니까 순수한 말씀 전달이 안되는 것이다. 말씀이 자신의 생각을 지배해야 하는데 자기 생각이 말씀을 지배한다. 모순이다. 아주 큰 모순이고 설교가 탈선하는 시발점"이라고 경고한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2012118일 퇴임할 당시 정 전 총장은 여생을 '설교 애프터서비스(A/S)'에 바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 방법이 기발했다. 바로 교회 홈페이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그는 "매주 다섯군 데의 교회 홈페이지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 경우 한 달이면 20명의 제자들을 방문하게 된다. 내가 앞으로 10년을 더 산다고 하면 2천명이 넘는 제자들의 설교를 살필 수 있다. 설교를 들은 뒤엔 설교의 원칙대로 수정해 코멘트를 달아 이메일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바로 설교 A/S를 하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오로지 '聖言 운반자'가 참설교자이다

 

정장복(78)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한국교회 예배와 설교 분야의 초석을 놓은 학자로 꼽힌다. 25년간 장로회신학대 교수를 지냈고 8년간 한일장신대 총장으로 봉직한 후에도 쉬지 않고 그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예설멘토링센터에선 설교 컨설팅, 소그룹 세미나, 설교와 예배 연구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아침 6시에 집을 나와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책상엔 대형 모니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고 각종 서적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 벽면엔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이란 한문 액자가 걸려 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념만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내 설교 교육의 에토스(기본 정신)”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은 제자 목회자들의 설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의 제자들 중엔 주승중(주안장로교회), 김경진(소망교회) 목사도 있다. 수많은 제자의 설교를 직접 챙기면서 이메일로도 조언한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오직 말씀만 풀어라. 그래야 목사가 산다. 제대로 된 표현을 써라. 말씀의 종으로서 정체성을 지켜라. 초심을 잃지 말라.’ 그는 목사가 초심을 잃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교회가 성장하면 목사는 지배자가 되려고 하고 제왕이 된다초심을 잃고 교만해지면 하나님은 반드시 그 교만을 꺾으실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장은 해마다 예배와 설교 핸드북을 펴낸다. 1984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했으니 36년째다. 30년간 혼자 집필해오다 6년 전부터는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2000년부터 1년의 회고와 전망편을 추가했는데 인기가 많다. 올해는 4·15 총선, ()무교회주의 현상 등을 다뤘다.

 

목회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출과 관련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절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단에서 표현해서는 안 된다. 특정 매체 이름을 말해서도 안 된다. 이를 표현하고 인용하는 순간, 정치적 신념이 다른 성도들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목사는 성도들의 정치관을 경청하되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페이스북 등 SNS나 개인적 만남에서도 정치적 견해 표출을 삼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사는 이중언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목사 자신의 마음에 안 들어도 말할 때는 항상 좋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목사의 숙명이라며 고() 한경직 목사의 사례를 들었다. “한 목사님은 항상 좋으신 말씀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도 생각 중입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래서 모두의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이 서울 송파구 예설멘토링센터 사무실에서 ‘성언운반일념’을 담은 한자 액자 앞 가시면류관을 가리키며 “목회자들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교와 예배 분야를 천착해온 그는 지금 신학교 교수를 한다면 정말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니라 깨닫는 것이 생겨서란다. 그는 다섯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목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목사는 가난과 고통, 환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인성이다. 물질문명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구령(求靈)에 대한 절박감이다. 목사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전도해야 한다. 넷째, 거룩성이다. 세상 속에 사는 성직자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다섯째, 오직 하나님 말씀만 전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 총장은 목회자들의 설교 표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성경 66권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면서도 설교할 때는 바울은 ~라고 했다식으로 전하는 행태, ‘~인 것 같다등의 불확실한 표현, 주어 없는 서술어 표현 등은 삼가라고 했다. 이란 말의 남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설교를 들어보면 저속한 표현이나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얘기가 너무 많다목사 자신의 경험담이나 가족 얘기는 지양해야 한다. 강단에 서면 목사의 입도 거룩해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평신도 설교학교, 평신도 예배학교도 준비 중이다. 성도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 목사들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그는 성도들도 설교와 예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알고 예배를 드려야 한다성도는 무조건 설교 말씀을 받기만 해서는 안 되고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총장은 에베소서 413절의 말씀을 인용해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아는 일과 믿는 일에 하나가 돼야 한다한국교회 성도의 상당수는 믿는 데만 치중해 목사가 거짓말을 해도 아멘한다. 이건 아니다. 믿는 일과 아는 일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사들의 처지에서는 이런 말에 반발하겠지만 나는 분명히 각오하고 말한다한국에 왜 이단이 많은가. 신자들이 믿는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아는 일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성찬도 더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실시해 그리스도의 희생을 묵상하며 교회 공동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장 칼뱅은 철저하게 매주 성찬을 시행했다개혁가들이 표방한 다양한 성례전 방식을 시도하면서 성찬을 진행하면 설교 못지않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장복 전 총장, 설교는 만나이다설교학 개론중국어판 출간  

 

한국교회 예배와 설교 분야의 초석을 놓는 데 앞장서 온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이 설교이론의 단상과 실제를 담은 설교는 만나이다(예배와설교아카데미)20199월 출간했다.

 

설교는 만나이다에는 정 전 총장이 신학교 교수로 재직 당시 '설교학개론''설교의 실제'를 가르치며 메모해 두었던 자료들을 153가지 항목으로 정리한 요약분과 그가 제시한 이론대로 작성한 설교문 10, 설교의 상식과 기초에 대해 교계 신문에 연재한 원고들을 담아냈다. 정 총장은 서문에서 "오늘의 현대인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설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설교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한국교회 설교학 교육의 선두주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그러한 까닭에 미력이나마 한국교회 설교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정성껏 정리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저서를 통해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말씀만을 운반하는 신실한 종으로 소명을 받아 충성을 다하고 있는가 성경의 진리를 정확하고 선명하게 선포하고 있는가 생명의 만나인 말씀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회중에게 먹이고 있는가 전해야 할 메시지의 표현과 전달 방법은 온전한가?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그 해답을 아주 쉽고 평이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해 설교이론의 단상 설교자가 품어야 할 153개 항목 설교의 실제 등 총 3부로 저서의 내용을 구성해 설교에 대한 구체적인 기초 이론과 실제적 도움이 되는 항목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 정장복 전 총장의 저서 『설교는 만나이다』와 『설교학개론』중국어판 표지  

 

더불어 30년 동안 설교학 교수로 저자만이 갖춘 경험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목회 현장에서 오용(誤用)되는 문제점들을 단절하기 위한 간절한 소망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 전 총장은 "이 졸저가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을 품고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는 우리의 설교자들에게 도움이 되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감사와 기쁨이 없겠다"며 목회자들의 일독을 권했다.

 

또한. 정장복 전 총장의 저서 설교학개론(예배와설교아카데미)20193월 중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2001년에 출간된 바 있는 설교학개론은 설교에 관한 총체적 기본 이념서 성격의 저서로 성언운반일념에 기본 정신을 두고 말씀 중심의 설교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설교의 위기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극복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으며 강단에서 자주 쓰이는 잘못된 표현들을 지적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과거 강연을 위해 수차례 중국을 다녀오면서 설교학의 기본이 잡혀있지 않은 중국교회의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이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정 전 총장은 이번 중국어 번역본이 중국교회의 설교신학을 바르게 세우고 중국교회를 새롭게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북한 땅에도 십자가 깃발이 나부껴 마음껏 예배하는 날이 오면 이 설교 사상이 북한교회에 고스란히 스며드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 책은 정 전 총장의 제자인 주승중(주안장로교회), 정삼수(청주상담교회 원로) 목사의 후원으로 번역작업이 진행됐고 오명복 목사(중국 서탑교회)의 추천서를 받아 중국삼자교회를 통해 유통돼 중국의 목회자들에게 나눠지고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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