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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단 권고 불구 사랑제일교회 등 예배 강행...행정명령 검토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20/03/22 [19:43]
광림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대형교회 일부교회들의 강행 이유는?

정부 중단 권고 불구 사랑제일교회 등 예배 강행...행정명령 검토

광림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대형교회 일부교회들의 강행 이유는?

이준혁 기자 | 입력 : 2020/03/22 [19:43]

광림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대형교회 일부교회들의 강행 이유는

 

전날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종교 시설 운영을 보름간 중단을 요청했지만,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와 광림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대형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들이 22일 주일예배를 강행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주일 연합예배'를 열었다. 일부 신도들은 시청과 구청 직원들이 교회 밖에서 대기할 당시 해당 공무원들에게 "너희는 교회도 안 다니느냐, 부모도 없느냐"며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항의하기도 했다.

 

온라인(유튜브)으로 실시간 중계된 이 교회 예배 동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교인들은 건물 2층 예배당에서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진행했다. 교인들 간격은 1m가 채 안 됐다. 종교 시설의 집단 예배 시 수칙으로 제시된 신도 간 이격 거리는 1~2m. 예배당으로 들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교회 마당에서 동시 진행된 예배에서도 교인들은 옆 사람과 팔꿈치를 대고 두 손을 모았다.

 

이날 사랑제일교회 현장 점검에 나선 서울시 관계자는 “1~2m 거리가 유지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시정을 요구하되, 그래도 지켜지지 않으면 집회 금지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종교 시설의 현장 예배 자제를 거듭 요청하면서 예배 강행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진단, 치료, 방역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도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신도들은 입구에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열감지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한 뒤에야 실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예배당 의자에는 '서로를 위해 비워주는 자리입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신도들 간 간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광림교회 관계자는 "원하는 신도들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현장 예배를 진행하게 됐다""신도들 간 간격을 유지하고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정부가 권고한 안전 지침들을 최대한 준수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서도 이날 오전 현장 예배가 진행됐다. 교회 측 직원은 예배당 입구에서 "2이상 떨어지라"며 신도들 간 간격을 유지할 것을 안내했다.

 

교회 관계자는 "성도들에게 최대한 가정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예배당에 나오고 싶은 분들을 교회에서 막을 순 없다""입장 시 안전조치를 철저히 하고, 8명이 앉는 자리에 12명이 앉을 정도로 떨어져 앉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세중앙교회 인근 주민들이 ’집합 예배를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KBS 화면캡쳐  

 

연세중앙교회 인근에선 주민들이 이웃의 안전을 위해 집합 예배를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는 강남구 광림교회 등 9개의 대형교회를, 25개 자치구는 중소교회를 중심으로 이날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서울뿐 아니라 각 지자체들도 이날 일제히 종교 시설 점검에 나섰다.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비교적 규칙을 준수하며 예배가 진행됐다. 경기도는 이달 초부터 현장 예배를 한 137개 교회를, 대구는 신천지 대구교회 등 77곳에 대해 경찰과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방 수칙 등을 어기면서 예배를 강행한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시의 관계자도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마스크 착용 교회 입장 전 발열 체크, 손 소독이 이뤄졌다자리 간격도 2 이상 유지하고 좌석도 지그재그로 배치하는 등 노력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현장 예배를 받아들이는 교계 내 시각차... 이견 조율할 연합기관 역할 부재탓

 

한편 최대 6만개로 추산되는 전국 개신교회가 일치된 행동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현장 예배를 받아들이는 교계 내 시각차와 함께 이견을 조율해야 할 개신교 연합기관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형교회 상당수는 일요일 '주일예배'를 교회당에서 온라인 무대로 옮겼다. 자체 방송시설이나 유튜브를 활용해 실시간 예배 방송을 해온 교회들이 먼저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가운데 중소형 교회들이 이를 뒤따랐다.

 

온라인 방송 준비가 되지 않은 교회, 현장 예배를 하지 못할 경우 헌금 수입 부족 등으로 임대료 걱정을 해야 하는 작은 교회를 위해서는 대형 교회들이 나섰다.

 

그러나 온라인 예배라는 대세를 따르지 않는 교회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할 연합기관의 역할 부재라는 분석이다.

 

천주교나 불교처럼 통일된 조직체계를 갖추지 못한 개신교계에서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연합기관이 그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한국 개신교계 대표 연합기관으로 자리 잡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코로나 사태 속에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한 모습이다. 한기총은 전광훈 목사가 2019년 대표회장에 오른 뒤로 막말 구설에 오르며 소속 교단이 줄이탈했고 이는 연합기관 위상 추락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 목사가 세운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사랑제일교회는 코로나 사태 속에도 주일 예배를 강행하는 최전선에 섰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교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자제 권고를 '종교 탄압'으로 규정해 비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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