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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무슬림을 코로나19 전파자로 낙인...종교적 증오 폭발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20/04/13 [22:37]
극우 힌두교인에게 ’감염 무슬림 남성‘ 살해. ‘무슬림 총살" 주장도

인도, 무슬림을 코로나19 전파자로 낙인...종교적 증오 폭발

극우 힌두교인에게 ’감염 무슬림 남성‘ 살해. ‘무슬림 총살" 주장도

이중목 기자 | 입력 : 2020/04/13 [22:37]

인도 보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이슬람 신학교를 거듭 비난하고 여당 관계자들이 무슬림을 "인간폭탄" "코로나 지하드" 등으로 언급하면서, 인도 전역에서 반()이슬람 공격이 잇따르는 등 종교적 증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12(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무슬림들이 코로나19 전파자로 낙인찍히면서 인도에서는 무슬림들이 아무 이유 없이 공격을 당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무슬림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사지 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무슬림들이 코로나19에 더 많이 감염되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를 것을 주장하는 등 자국내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려 하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노골적으로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인도에서는 이슬람교도가 악마적인 집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 전국적 폐쇄 명령이 내려진지 며칠 뒤인 지난 319, 이슬람 종교단체 타블리기 자마아트의 대규모 집회 후 집회 참석자들을 통해 코로나19가 인도 전체로 급속히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이 집회와 관련된 감염자가 인도 전체 코로나19 감염자 약 8000명의 3분의 1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가져온 이슬람에 대한 증오는 이슬람 교도들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우유 판매점을 운영해 아직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모하메드 하이더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사람들은 무슬림을 공격할 작은 이유만 있으면 된다"고 두려움을 나타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인도 내에서 이슬람에 대한 증오심이 사라지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라브 아가왈 인도 보건부 대변인은 지난주 타블리기 자마아트의 집회가 아니었다면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이 지금보다는 절반 정도에 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한 무슬림 남성이 지난 11일 살해당하고 극우 힌두 민족주의 정당 지도자가 타블리기 자마아트 회원들을 총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슬람에 대한 증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모디 총리의 집권 인도인민당(BJP) 지도자인 라지브 빈달은 "인간 폭탄"인 타블리기 자마아트 회원들이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뉴델리 인근 하와왈리 마을에서 한 무슬림 청년이 타블리기 자마아트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폭행당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은 사람들이 이 청년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릴 계획이었냐"고 물으며 무차별 구타를 하는 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증오가 문제가 되면서 인도 보건부는 "허위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며 타블리기 자마아트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는 한편 "편견에 맞서 대처해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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