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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 ‘피라미드 사기’에 3만명 피눈물
AI가 돈 불려준다는 광고에 퇴직금 투자…금융 피라미드 사기범죄와 닮아
기사입력: 2020/06/22 [21:4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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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돈 불려준다는 광고에 퇴직금 투자금융 피라미드 사기범죄와 닮아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는 세상을 바꿀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욕망의 크기를 재는 투기판 수단으로도 부상했다. 201789만원 가치의 암호화폐 상징 비트코인은 같은 해 2400만원으로 폭등하며 벼락부자의 환상을 부추겼다. ‘가즈아’(암호화폐 투자수익을 기대한 감탄사) 광풍(狂風)은 한국을 암호화폐의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꿨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암호화폐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외면한 대가는 적지 않다. 암호화폐 익명성은 투기와 금융피라미드 사기, 다크웹 범죄의 은닉 수단으로 악용됐다.

 

지난 30년간 재직한 공기업에서 퇴직한 후 경비원으로 일했던 60L씨는 20193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 몰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자녀들과도 연을 끊은 L씨는 출금이 정지돼 투자금을 떼인 지 1년 만에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L씨가 201712인공지능(AI)이 코인을 사고팔아 수익을 배당한다는 다단계 투자업체 트레이드코인클럽(TCC)에 자신의 퇴직금 3000만원을 맡긴 지 13개월 만이다.

 

이를 기획 보도한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67L씨뿐 아니라 50대 여성 A씨가 TCC 투자 피해로, 또 다른 60대 자영업자도 올해 들어 코인 투자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확인했다. ‘TCC 사건피해자모임 대표인 김희수(40)씨는 “TCC 사건의 피해액이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까지 추산되는데 목숨을 끊은 분들이 여럿 있다는 얘기가 전해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곧 전국의 피해자를 모아 1차로 검찰에 형사 고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피해자들은 최상위 사업자들이 출금 정지 시점을 사전에 알고 현금화를 마쳤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집단 소송 대리인인 최우석 변호사는 전체 피해자 규모가 2~3만명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TCC 투자는 무등록 법인, 복잡한 수당체계, 실체가 없는 사업 등 금융 피라미드 조직범죄를 빼닮았다. 최 변호사는 “TCC는 하위 사업자를 모집한 상위 사업자가 투자 금액의 10%를 수당으로 받는 등 3단계 이상의 다단계 구조로 운영됐다국내 무등록 법인이 사업 주체로 AI 트레이딩 시스템의 실체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숨진 L씨는 TCC 사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TCC20183월 투자금 출금 등을 중단하면서 그의 돈은 디지털 숫자로만 남았다. 지인 P(55)씨는 “L씨가 큰돈을 벌어 아내에게 돈다발을 뿌려 주겠다던 호언장담이 물거품이 된 데다 자신을 따라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지인들에 대한 극도의 죄책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P씨에 따르면 L씨는 사망 직전 사기꾼 ○○○ 죽이고 나도 죽는다고 결심했다가도 전화 안 받으면 나 죽은 줄 알라고 말을 반복하는 등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를 보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한 상위사업자는 나도 피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TCC 상위 사업자들이 넘어간 또 다른 코인(H3)에 투자했던 8000만원의 출금이 막히자 201912월 자살했다. TCC 상위 사업자들이 다른 코인으로 갈아타 여전히 피해를 낳고 있는 셈이다. S씨는 올해 초 다단계 코인 투자에 뛰어든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역시 삶을 버렸다

 

그의 아들은 내 아버지처럼 자신이 투자한 것은 사기가 아니다라고 굳게 믿는 분이 있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달라사법기관이 암호화폐 사기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인 신기루에 빠진 사람들, 돈도 사람도 잃었다절망이 된 코인의 욕망

 

돈을 벌고 싶으십니까? 이 코인에 투자하세요. 여러분은 벼락부자가 될 준비가 끝났습니다.” 6월초 서울의 한 대형 호텔에서 열린 신규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설명회 무대에 선 강연자가 대박을 장담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이 설명회는 300명 넘게 몰려 성황을 이뤘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는 20137월 첫 거래소인 코빗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동시에 국내 다단계 유사수신 업계에서 암호화폐는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등장했다. 국내 첫 다단계 유사수신사범 전문수사관 김현수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산업적 성격과 별개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다단계 업체들의 주도로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다단계 투자는 사기와 사업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는 초창기의 채굴기 투자 방식에서 암호화폐공개(ICO) 투자를 거쳐 증권형 토큰 공개’(STO)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상장 초기 구매한 코인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출현했다

 

국내 암호화폐 관련 다단계 사업들은 금융피라미드 사기 범죄와 유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투자 수익이 하위 투자자에서 꼭짓점인 상위 사업자에게로 수렴되는 구조 때문이다. 특히 암호화폐 가치가 하락한 이후부터 사기 피해도 급증했다.

 

채굴기 사업은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20149월 설립된 비트클럽네트워크는 채굴기 투자자에게 채굴로 확보한 코인을 수익으로 지급하고, 그 일부는 상위 투자자·채굴업체와 나누는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채굴업체 A사의 국내 1호 투자자 B(47·)씨가 이 사업을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으로 꼽힌다. B씨가 미국 본사를 소개하거나 일부 투자자를 대리해 투자금을 전달하면 본사는 채굴된 코인을 수익으로 투자자에게 분배했다. B씨는 당시 500만원 투자자에게는 2018년까지 최대 20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20181월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최대 2500여만 원이었다. B씨 주장대로 투자자들이 받은 코인을 최고점에 팔았다면 4년 동안 최대 100배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A사 역시 2017년 이후 참여한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손해를 입었다. B씨는 전체 투자자의 15% 정도만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A사 이후 국내 채굴 업체 규모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량과 가격 상승폭이 줄면서 수익률은 현저히 낮아졌다. 2017122700억원대의 암호화폐(이더리움) 채굴기 투자 사기로 처음 알려진 마이닝맥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투자자 18000여명에게서 2700억원을 받았다. 투자사 대표는 회사 자금 46억여원을 유용한 혐의(횡령)20185월 징역 3,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마이닝맥스 사건을 기점으로 다단계 투자 방식도 ICO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신규 코인 발행을 이유로 투자자를 모은 뒤 해당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해 수익을 분배한다. 하지만 코인 개발이 불발되거나 단기 수익만 노린 불량 코인 등도 난무했다. 20184월 침몰 러시아 함선인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며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발행했던 신일그룹신일그룹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일 국제거래소 전 대표 Y(66)씨는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ICO 방식에 이어 증권형 토큰인 STO형 투자 피해도 나타났다. STO는 암호화폐의 일종인 토큰을 부동산이나 채권 등 회사의 실물자산과 연동해 발행하는 것이다. 일종의 주식처럼 실물자산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사기나 범죄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2019STO 투자자들을 모집한 T사는 현재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T사는 증권형 토큰 상장 명목으로 받은 투자금 57000만원에 대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아 피소됐다.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교수는 증권형 토큰은 ICO와 달리 실물자산과 연계된 증권으로 취급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다면서 지금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STO는 공모가 아닌 개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모 방식인데,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원수 제한 등 엄격한 규제가 이뤄진다. 이런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STO는 모두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2020년 들어 상장된 코인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해외에 기반을 둔 신규 코인이 많다. 초기에 코인을 구매하면 이후 발생하는 코인을 계속 이자로 지급하는 새로운 투자 기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김대규 온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부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암호화폐 투자도 있지만 무작정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사업은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그동안 실제 제품 판매에 주력해 온 다단계 업체 상당수가 대거 코인으로 업종 전환을 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브로커들 유혹에 2걸친 투자피해자 지인들 끌어들여 22억 통째로 건네

 

사람도 무섭고 코인도 징그럽습니다.” 

 

암호화폐 채굴기 업체와 2년째 수십억대 소송을 벌이고 있는 Y(33·가명)씨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는 코인 투자에 발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부친과 지인들 투자금까지 포함해 22억원을 잃은 Y씨는 629일 압류된 자택 경매를 앞두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도박판 바람잡이같아” 

 

Y씨는 다단계 채굴기 운영 업체에 투자한 부친이 사기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암호화폐 투자에 발을 담갔다. 외국계 기업에서 고위 임원까지 지낸 부친이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은 Y씨의 투자 의지를 불태웠다. “아버지가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암호화폐를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유망한 아이템이라고 믿었다. 마침 시장도 비트코인 시세가 1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폭등했던 이른바 불장’(코인 시세의 급격한 상승기)이었다.

 

하지만 Y씨가 자신의 생각이 착각이란 것을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만난 암호화폐 업계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욕망을 한껏 부추겨 투자금을 먹튀하는 도박판 바람잡이들 같았다

 

그는 대표적으로 벤처투자자로 포장된 투자 브로커들을 꼽았다. Y씨에 따르면 이들은 상장을 앞둔 코인을 미리 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도 발행되는 코인의 전체 물량, 상장 가격과 시기뿐 아니라 심지어 코인 명칭까지도 비밀로 하는 깜깜이 투자를 유도했다. Y씨는 브로커들은 앉아서 돈을 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무기로 갑질도 일삼았다고 말했다

 

발행되는 코인 물량·명칭·가격 등 비밀로 

 

Y씨 부자의 욕망을 채워 줄 존재는 브로커만 다가 아니었다. 그는 비트윈 그룹이라는 암호화폐 채굴기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수급 받아 출시하는 신제품 채굴기를 따로 빼주겠다고 제안했다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던 때라 다급하게 지인들까지 끌어들여 만든 계약금 22억원을 통째로 건넸다고 했다.

 

암호화폐 불장에 맞물린 두 부자(父子)의 투자는 처참했다. 그는 정신을 수습하고 확인해 보니 채굴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도 없었다주변 여기저기 소개까지 하는 바람에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고 돌아봤다.

 

Y씨 부자의 투자 원금 회수는 2년이 지난 현재도 요원하다. 그사이 Y씨는 함께 투자했던 지인과의 소송에 패해서 8억 원을 물어내는 상황에 처해 집도 압류됐다. 그는 해당 업체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업무상 배임과 사기,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등 민·형사 재판만 3건을 진행 중이다

 

Y씨는 암호화폐 투자로 전 재산을 잃었다면서 정부가 투기판 같은 암호화폐 산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피해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억 쏟아 20만원 남은 퇴직 교사,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K(55)씨는 2019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B(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K씨는 투자를 권유했던 B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B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트레이드코인클럽(TCC)이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B씨와 K,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세대들이다. 이들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다. 현재 TCC 피해자 집단소송 참여자 107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5060세대가 55(5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 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코인만이 살길로 보였다.” B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 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B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B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3000. B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B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

 

꽃길만 걸을 듯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아침에 4분의1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 온 지인들의 원망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K씨였다. B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갈아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 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B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 B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 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 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원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원을 사기당했다는 K(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G(49·)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H(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H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끊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인 꾼들의 사기법칙3개월마다 위기 투자금 돌려막는 3·6·9 법칙

 

코인 사기꾼들끼리는 ‘3·6·9법칙만 버티면 오래간다고 자신합니다. 위기가 3개월, 6개월, 9개월 주기로 오기 때문입니다.” 

 

경력 5년의 한 암호화폐 컨설턴트는 코인 사기란 게 사업으로 버는 돈이 없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마다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그래서 들도 3개월마다 플랜을 미리 짜 놓는다고 했다. 암호화폐 금융 피라미드 범죄사기는 뒤늦게 투자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이 일반적 구조다. 보통 3개월 정도 돈을 돌리고 나면 자금이 동나는 위기를 맞는다

 

이때 꾼들은 다른 코인으로 스와프해 주겠다”, “더 좋은 코인으로 바꿔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달래면서 일명 설거지를 한다. 본래 코인시장에서 스와프란 서로 다른 코인을 교환해 주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코인판에서 스와프는 세탁 수단이자 추가 투자금 모집 수단으로 변질됐다. 피해자 B씨는 먼저 투자한 돈이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스와프했지만 10원 한 장 건지지 못했다면서 코인판에서 스와프는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을 두 번 등쳐먹는 수법이라며 분개했다. 꾼들은 스와프 과정에서 추가 금액까지 뜯어낸다. 코인 사기를 당한 류모씨는 기여도가 있어야 돈을 옮겨 준다고 해서 300만원을 더 투자했는데 결국 한 푼도 되찾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들어 코인판의 사업 아이템은 첨단을 달린다. 개인 제트기 공유, 탄소배출권 할당, 피카소 그림 공유나 노아의 방주 테마파크 사업까지 기상천외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코인 투자를 강연하던 A사 업체 대표는 차량공유업체인 우버처럼 제트기를 공유하는 시대를 열겠다저희가 발행한 코인이 하루 만에 1원에서 1.6원까지 올라 이미 수익률이 60%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A사는 설명회를 연 지 한 달 보름 만에 돌연 사업 주체인 C씨가 회사 정책을 위반했는데 횡령 정황이 의심된다며 투자유치 철회를 공지했다. 대표가 60% 수익을 자랑했던 암호화폐 거래소도 문을 닫았다.  

 

전국 각지서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서울만 최소 900명 피해

 

60대 여성 A씨는 2019년 여름, 한 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암호화폐 '이더리움' 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다. 참가비는 현금 75000원이었다.

 

A씨에 따르면 원금은 물론이고 수익성이 너무 좋다고 해서 그걸 믿고 했는데 일상생활이 안 되었다. A씨는 총35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A씨 같은 피해자 430여 명은 20191, 이 회사 신씨를 비롯한 운영진 8명을 5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다단계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전국 각지에 근무하는 '리더'를 두고 투자자를 모집한 뒤, 회원 1인당 4~5개에서 많게는 80개까지의 암호화폐 계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후 투자금이 늘어난 것처럼 온라인 사이트를 조작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암호화폐를 현금화해 빼돌렸다.

 

투자자들을 관리한 리더 중에는 전직 경찰도 포함됐다. 주범 가운데 1명은 해외 도피 중인데 다른 암호화폐 사기 건으로 경찰에서 행방을 파악 중이다. 피해자 변호인측에 따르면 피해자로 특정을 하려고 하면 훨씬 많다. 서울에만 최소 900여 명이고 전국에 3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청춘의 지갑 노린다

카톡·인스타 등 통해 20~30대에 접근신규 코인 언급하며 수십배 수익 약속

 

자신들을 홍대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역마다 강남팀, 강북팀도 따로 움직인다고 했어요.” 암호화폐 투자금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A(33)씨는 2017년 그들을 처음 만나 1년여간 코인 사기 작업을 했다. 20~30대 남녀 각 2명으로 구성된 홍대팀은 A씨에게도 거래소 상장을 앞둔 신규 코인(암호화폐)을 대량 확보해 주겠다고 자신했다. ‘불장’(코인 시세 급등기)이 절정을 달리던 시점으로 최대 수십배 이상의 수익을 장담했다.

 

하지만 신규 코인은 약속한 물량의 4분의1밖에 받지 못했다. 지인들 돈까지 모아 홍대팀에 차용증 없이 넘긴 15억원은 휴지 조각이 됐다. A씨는 사기로 형사 고소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암호화폐 금융사기 사건에는 현재도 여러 개의 홍대팀이 활동하고 있다. 주된 표적은 20~30대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벤처캐피탈(VC)혹은 총판으로 부른다. 홍대팀, 강남팀은 VC끼리 부르는 명칭이다. VC들은 현재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홍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에서 2030을 코인판에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400여개로 난립 중이다.

 

A씨가 계약서나 차용증 없이 15억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은 홍대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A씨는 불장기에 상장된 코인들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 데다 홍대팀과 작업하면서 이들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 어치의 코인 수익을 나도 챙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비트코인을 필두로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VC의 영업 양상도 바뀌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촉이 체계화됐다고 말한다. 다단계 암호화폐 투자 업체인 ‘TVC들은 주로 텔레그램 방 운영자로 코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청년들을 접촉한다   

 

서울신문이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LAB과 피해자들이 제보한 T사 관련자들의 전자지갑 주소 3개를 추적한 결과, 투자금 일부가 국내 대형거래소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갑 3개의 거래는 20187월부터 201910월까지 발생했다. 3개 지갑에 이더리움(암호화폐)으로 분산된 거래자금 규모는 현시세로 118억원어치였다. 그러나 VC들이 암호화폐를 현금화했는지의 여부는 거래소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의 투자 금액이 국내 거래소에 남아 있다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판결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피해금액을 환수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 유혹에 전자지갑으로 코인 전송

 

이거 다른 데 새나가면 우리 프로젝트 망하는 것인데, 너니까 믿고 알려 주는 거야. 절대 다른 곳에 이야기하면 안 돼.” 대기업 해외 영업직으로 일하다 2019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팀장으로 이직한 K(38)씨는 거래소 공동대표였던 C(30)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시세 조작을 준비 중인 신규 코인을 미리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얘기였다. K씨는 C씨가 말한 대로라면 최소 두 배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K씨는 201961500만원어치의 이더리움 40개를 C씨가 알려준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그러나 K씨가 받은 코인은 상장 이후 폭락해 큰 손해만 봤다. K씨는 대표라는 사람이 설마 직원에게까지 사기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돈도 잃고 결국 직장도 퇴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C씨는 업계에서 소문난 ‘VC’ 출신이다. K씨는 C씨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C씨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1인당 5~10만원에 달하는 음식값을 척척 계산하면서 돈이 많다는 사실을 넌지시 노출했다. K씨가 회식 자리에서 2차로 초대된 대표의 강남 아파트에는 명품백 10여개가 놓인 진열장이 있었다. K씨는 수천만 원이 넘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고급차인 포르셰를 타고 다녔다지금 생각해 보면 무의식중에 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세조작 투자는 피해 보상받기 어려워

 

대표 C씨는 그동안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을 자랑하곤 했다. K씨는 정보만 있으면 대표처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에 빠진 순간 최씨가 투자 정보를 흘렸다고 말했다. K씨는 대표가 한 말을 토씨 하나까지 기억한다. “나도 친구들도 수천만원씩 투자했어요. 오늘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K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현재도 거래소 대표인 C씨에 대한 고소(사기 혐의)를 준비하고 있다. K씨는 사건 이후 만나게 된 피해자들이 모두 C씨로부터 너에게만 주는 정보라는 똑같은 말을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VC들의 먹잇감은 20~30대 젊은층이다. 오히려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습득이 빠르고 그만큼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강렬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VC들은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미래를 앞세워 청년층을 현혹한다.

구태언 변호사는 암호화폐 투자사나 거래소의 시세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투자하는 것은 투기나 도박과 마찬가지라며 피해를 입어도 법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수 팀장 돈도 상품도 아닌 암호화폐그놈들 잡아도 처벌 어렵다

 

암호화폐가 돈인지 상품인지 개념 정의가 되지 않은 현실이 범죄수사의 가장 큰 문제이다.” 

 

김현수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암호화폐를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 보니 일선 경찰에서도 수사의 어려움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피라미드 사기범죄를 처벌하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무등록 다단계 업체가 재화용역을 파는 데 한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현재로선 재화나 용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유사수신은 원금 보장과 확정금리를 제시하며 금전을 모으는 행위를 가리킨다. 유사수신행위 처벌은 금전에 한해 가능하기 때문에 암호화폐로만 수익을 보장할 경우 현행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김 팀장은 암호화폐 교환을 금전거래로 볼 수 있는지 뚜렷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방문판매법상 사실상 금전거래라는 항목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이 인증한 국내 1호 금융피라미드 사기 전문수사관으로 경제법을 전공한 법학 박사다. 20171500억 원대의 암호화폐 사기 사건을 수사해 필리핀에서 직접 피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김 팀장은 사기를 치려면 첫 번째가 정보를 독점하는 것인데 암호화폐는 이 점 때문에 사기꾼들에게 각광받는다면서 대중들이 환상을 갖고 있지만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가 없는 현실도 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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