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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의 ‘생활의 발견’●거긴 내 자리예요
“내 집에 찾아 들어오는 것은, 사람이든 미물이든 복덩이”
기사입력: 2020/07/24 [11:5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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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 찾아 들어오는 것은, 사람이든 미물이든 복덩이” 

 

수호야! 집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찌는 듯한 더위, 환기를 시키기 위해 현관문을 열어놓았다. 고양이를 예뻐하지만, 집안에서 털 빠짐을 감당할 수가 없다. 현관 방충망에 코를 바싹 디밀고 있다. “지금 나 들어가고 싶어 요.” 마음속 얘기가 들리는 듯하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구르다가 발랑 뒤집고 오뚝이처럼 다시 앉아 애원하듯 쳐다본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땐 순하게 굴며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황태채 말린 것을 잘게 썰어 주니 날름 다 먹고는 방충망에 얼굴을 붙이고 칭얼대는 모습이다. “그렇게 먹고도 또, 달라고 보채니?” 수호를 떼어놓고 문을 닫았다. 말 안 듣는 자식 나무라듯, 잔소리하는 내 행동에 피식웃음이 나온다.

 

얼마쯤 지났을까. 우당탕하는 소리에 놀라 창문을 내다보았다. 수호가 창문에 기어올라 거미처럼 붙어있다. “어휴, 어쩔 수가 없구나!” 창문을 열고 덥석 안아 올렸다. “이제 너를 예뻐하 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구나?”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는지 늦둥이를 가슴으로 낳은 것처럼 자식 대하듯 키운다. 생선을 구워 같이 먹고, 고기를 구울 때는 먼저 챙겨 먹이곤 한다.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살가운 애교를 떤다. “엄마! 날 키워줘서 고마워요.”라는 소리가 들리는 건 환청인가! 눈을 깜빡이며 수줍음의 미소를 보낼 때는 살아있는 천사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아랑이는 몸집이 작아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야산에서 나무를 타거나 긁어대며 노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 보니 배가 불룩한 게 새끼를 가졌다. 특별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닭고기 국물에 살을 조금 찢어 넣고 밥을 말아 주었더니 쪽쪽 빨아 먹는다. 창고 안에 선풍기 넣었던 빈 상자에 천을 깔아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산실을 만들어 주었다. 얼마 지나 새끼 울음소리가 들렸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흰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다.

 

울음소리가 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새끼 고양이들이 온데간데 없었다. 아랑이가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소를 옮긴 것이다. 창고에 구운 생선을 넣어두면 어김없이 먹고 간다. 비라도 내리면 새끼들을 어디에 옮겨 놓은 것인지 걱정되었다. 아랑이가 워낙 날쌘돌이라 밥을 먹고 사라질 땐 번개처럼 없어지니 찾을 수도 없었다. 십여 일이 지나서 새끼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70년 나이테를 두른 집이라 처마 끝과 지붕이 떠있다. 그 공간에다 아랑이가 새끼들을 옮겨놓았다.

 

아랑이는 그렇게 무심히 떠나고 소식이 없다. 변심한 여인의 마음처럼 냉정하다. 아랑인 어미를 따라 하듯 우리에게 새끼를 맡기고 떠나버렸다. 이것이 고양이들의 모정인가? 나는 떠날 테니 내 새끼들을 잘 돌보아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라 믿고 싶다. 새끼 고양이들은 흰 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닮았다. 설화와 설희로 이름을 지어 주었다. 설화, 설희는 태어날 때부터 야생에 길들면서 사람 옆에는 오지를 않는다. 처마 밑에 먹을 것을 챙겨 놓으면 먹고는 도통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도도함을 무기처럼 생각하는 녀석들이다.

 

수호·사랑·설화·설희 고양이 4마리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들이 집안에 그득하니, 아찔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고양이를 예뻐하는 남편이 한마디 한다. 어른들 말씀이 내 집에 찾아 들어오는 것은, 사람이든 미물이든 복덩이라고 한대. 그 옛 날 가난한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먹이고, 입힐 수가 없어 부잣집 대문 앞에 놓고 간다잖아. 그러면 업둥이를 거두어 친자식처럼 키워주었지. 아랑이가 제 새끼를 잘 키워줄 것이라 믿고 떠났으니, 내 새끼처럼 잘 키워주자고 한다.

 

수호와 사랑은 낙타 전법으로 현관 방충망을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뚫어놓았다. 집안으로 침투하여 방 한 칸을 차지하였다. 내 전용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시청하고 있으면 사랑이가 빨리 비켜주세요. 거긴 내 자리예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눈을 쳐다보며 야옹거린다.

에고~ , 귀여운 녀석!”

내가, 고양일 이렇게 예뻐하다니?”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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