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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遷都)와 풍수사상

김주호 | 기사입력 2020/07/31 [13:20]
‘統一한국’의 수도 어디가 될까

천도(遷都)와 풍수사상

‘統一한국’의 수도 어디가 될까

김주호 | 입력 : 2020/07/31 [13:20]

統一한국의 수도 어디가 될까 

 

고려 장군 이성계가 역성혁명 후 조선(朝鮮)을 창업하고 한양(漢陽)을 수도로 정해 천도(遷都)한 해가 태조 3(13941025)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626년 전의 일이다. 그는 즉위하자 곧바로 도읍을 옮길 것을 교시(敎示)한다. 나라이름도 미처 정하기 전에 갑작스런 천도를 추진한 것은 당시 수도였던 개경의 민심이 그를 따르지 않았고, 한양에서 이씨(李氏)의 기운이 살아난다는 도참(圖讖)에 깊이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태조의 의중을 읽은 권중화(權仲和. 胎室證考使, 領三司事, 훗날 영의정)가 계룡산(鷄龍山)이 신도읍지로서 길지임을 천거한다. 그러나 하륜(河崙. 京畿左右都觀察使)의 반대로 임금은 계룡산을 포기하지만 천도의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수도를 옮기고 싶은 임금과 수도 이전을 바라지 않는 신하들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그 예로 판중추원사 남은(南誾)옛터의 땅을 파내고 다시 종묘를 세우면 되지 않느냐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풍수학의 입장에서 보면 궤변에 지나지 않지만 남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신들이 수도 이전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미 썼던 옛터를 다시 쓰지 않는다는 풍수의 원리를 왜곡하면서까지 개경에 머무르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태조로선 개경에 그대로 눌러 있기란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태조는 여러 신하들과의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개경 다음으로 좋은 땅이 한양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인다. 여기엔 송도는 이미 지기가 쇄폐하고 한양에서 목자(木子: )가 나라를 얻는다(得國)’는 도참설에 기대어 고려왕조를 뒤엎은 자신의 역성혁명 정당성을 하늘로부터 부여받고자 했던 본심도 작용 했으리라 본다.

아무튼 이로부터 어언 600여년의 장구한 세월 동안 서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역사의 중심지요 수도로서 나라와 영욕을 함께 해 왔다. 수도는 나라의 얼굴이자 심장부다. 그러나 오늘의 1천만 인구 서울은 인구, 주택, 교통 등에 있어 포화 상태여서 서울시 자체의 필요에 의해서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기회 있을 때 마다 제기 되어 왔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도 추진되었으나 그의 갑작스런 서거로 중단 되고 말았다. 특히 남북분단이후 서로 다른 두 체제가 서울과 평양에 각각 수도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도 정권 초기 헌법에는 수도가 서울임을 규정해 놓았으나 1972년 말 평양으로 바꿔 놓았다. 194898조선인민위원회의상임위원회가 통과시킨 헌법(정권수립 후 처음 제정된 헌법) 9장 제103조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수부(首府)는 서울이다로 규정 했고 이 조항은 1971년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인 721228사회주의 헌법개정을 통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수도는 평양이다’(개정헌법 제11장 제149)로 고쳤다.

 

이 같은 사실은 수도를 어디로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북 양측이 거쳐야 할 중요한 협상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수도가 어디로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느냐 와도 맞물려 있다고 본다.

 

무력통일에 의한 일방적 수도로 하노이를 정한 베트남을 제외하곤 독일의 베를린, 예멘의 사나, 호주의 캔버라, 독립국가연합(CIS)의 민스크 등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결정된 수도였다. 타협에 의한 수도 결정은 매우 민감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울이 안고 있는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과 함께 미구에 닥칠 남북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수도이전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이 둘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수도는 어디일까.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통일 후의 수도 결정에는 몇 가지 기본조건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중심성, 중립성, 접근성, 전통성 등이다. 첫째, 중심성은 수도를 한반도의 중앙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의 균형 발전 면에서도 중심축에 두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 둘째, 중립성은 남북 양측이 감정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셋째, 접근성은 철도, 도로, 항만, 국제공항 등이 가까이 있어 이용에 편리해야 한다는 것. 넷째, 역사와 전통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일단 서울을 첫째로 꼽을 수 있으나 현재의 1천만 인구도 관리에 힘겨운 상황에서 시장경제체제하에서의 통일은 엄청난 인구가 서울로 몰려들 것이 예상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행정수도의 이전은 불가피 할 것이다.

 

서울 다음 떠오르는 개성, 파주군 교하(交河), 임진강 지역, 계룡산 신도안

 

다음으로 개성, 파주군 교하(交河), 임진강 지역, 계룡산 신도안 등 주로 중부권 지역이 입지(立地)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한국은 국토의 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분단 후유증으로서의 서울-평양 중심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다핵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역사적 전통성이 있고, 서울과 평양의 중간쯤인데다 서울서 그리 멀지 않은(1시간 반 정도) 고려의 수도인 개성 또는 파주 교하가 입지로 꼽힐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조 광해군 때 지금의 교하로 옮기자는 천도론이 제기 됐었다. 그러나 그때는 해양도시가 수도가 될 수 없는 시대여서 실행에 옮겨지질 못했다. 상소를 올려 교하 천도를 청한 지리학자 이의신(李懿信)은 이 일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 그리고 남북통일 후라면 훌륭한 국도(國都) 경영책으로 고려할만 하지 않을까. 풍수지리학 상으로는 기존의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득수국(得水局. 개성, 한양) 땅에서 해양평야지대인 평지룡(平地龍)땅이란 점에서 대안으로 제시 될 만도 하다.

 

임진강 일대는 남북한 통합의 이미지를 심는데 좋고, 서울이 지니고 있는 집적이익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며, 개발에 필요한 토지의 확보 가능, 남북 간선 축 상에 위치, DMZ 자연공원과의 조화 있는 개발 가능, 인천공항 및 인천항 해주항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한 단체가 이 지역에 평화공원 조성과 제5 유엔사무국을 유치하자는 운동을 펴 관심이다.

 

계룡산 신도안은 풍수사상에서도 새 수도로 꼽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곳은 고려이전 삼국시대 수도의 장풍국(藏風局)과 서울의 득수국(得水局)을 합친 장풍득수국의 명당이요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 형이어서 예로부터 대길지라는 풍수학적 해석 때문이다. 이미 육··3군 본부가 옮겨져 군사수도로서의 기능을 시작한지 오래다. 인근 지역엔 두뇌들이 모인 과학연구단지가 들어서 있다. 또 계룡 신도시도 이를 말해 준다 하겠다.

 

그런가 하면 이미 행정부처가 이전된 세종시 역시 여전히 이견(異見)이 있다. 풍수 지리적으로 계룡산 앞이 아닌 뒷자락에 위치해 행정수도로서 부적절하는 견해다. 오히려 재산을 모으는 도시로 적합하므로 경제, 과학(IT ), 교육도시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는 것. 이렇듯 수도 이전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예상지역도 가정해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시절 대선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점에서 내세운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이 이슈가 된바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요즘 여권에서 수도 이전 문제를 이슈화 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려 수도 이전을 이슈화 하여 세간의 눈을 돌리려 한다는 야권의 비판도 있다. 정략에 의해서라면 더욱 아니다. 그것도 행정수도 이전 뿐 만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까지 옮기자고 한다.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옮긴다면 이는 천도(遷都). 나라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중대한 국가대사이다. 기형화, 공룡화 되고 포화상태인 수도 서울을 옮겨야 한다는 당위성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수도는 문화, 스포츠 등에 비해 하드웨어에 속한다. 한번 결정하면 백년 천년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변경하기 어렵다. 때문에 수도의 입지는 서두르지 말고 통일 후를 대비, 국토 전체를 놓고 거시적 계획 하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결정할 일이다. 특히 통일대한민국의 수도를 정함은 만대의 국통(國統)을 세우고 만세(萬世)의 기초를 잡아 나가는 안목에서 다룰 일이다.

김주호(철학박사. EYtv(이북도민연합방송)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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