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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 ‘생활의 발견’●작고 좁은 공간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생각난 것들
기사입력: 2020/09/25 [08:5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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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생각난 것들 

 

빨리, 문 좀 열어주세요!”

욕실 안에서 문이 잠겨 열리지 않는다. 손잡이를 잡고 여러 번 흔들어 당겨 보았지만 요지부동이다. 다급한 목소리로 열쇠를 찾아 문을 열라고 하였다. 열리지도, 손잡이를 뜯어낼 수도 없었다. 칠십년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고목의 나이테를 가진 주택. 집안 구석구석 바람 잘 날 없는 잔고장을 달고 산다. 좁은 욕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문 열리기만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데, 숨이 가빠오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오래전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공포에 떨었던 악몽의 기억이 폭풍처럼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잠원동 한신아파트, 제일 높은 층에 살고 있을 때 일이다. 한여름, 저녁 7시경이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중학생 여자아이와 같이 탔다. 서서히 올라가더니 갑자기 덜커덩소리를 내면서 7층에서 멈췄다. 순간 놀라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 무슨 일이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걸까?” 당황하여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비상 호출버튼을 눌렀다. 토요일 저녁이라서 그런가? 발신음은 계속 가는데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몇십 번 비상 버튼을 누르니, 마침내 경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춰 갇혀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안에 몇 명이나 있나요?”

학생하고, , 두 명이 있어요.”

토요일이라 수리가 언제쯤 될지 모르겠지만, 연락해볼 테니 잠깐 기다리세요.”

숨이 막힐 것 같고, 무서워요. 빨리, 구해주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감이 밀려온다. 학생도, 점점 얼굴이 얗게 변해가더니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위급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학생이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더 큰 사고 가 나면 어떻게 하지. 수리 업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공포의 시간은 2030흘러간다. 경비실에 연락을 계속해보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기다리세요!”라는 것뿐. ‘작고 좁은 공간숨이 막혀온다. 순간 번갯불 섬광처럼 번쩍,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층과 층 사이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다가 도르래 로프가 끊어져 추락이라도 한다면 내 삶이 여기서 끝나,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닌지.’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호흡을 가다듬고 학생에게 말했다. “학생! 엘리베이터가 추락할지도 모르니, 함께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몸에 힘을 빼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바닥에 엎드려 있도록 하자!”

 

엎드려 있으려니, 기억의 창고에서 올망졸망 크고 작은 감자 알갱이가 뽑혀나오듯, 지난 시절 살아왔던 기억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내 나이에 맞게 화려하지도 않고, 궁색하지도 않 은 삶을 살아왔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은 밝고 따스했다. 햇살이 오후 늦게까지 머무는 집이었다. 화사한 색감의 그림들로 우리의 주거 공간을 장식해놓았다. 밝은 햇살이 드는 안락한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던 기억들. ‘그런 게 행복이었지!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 , 빠져나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인내하고, 기다리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겠지. 꽤 긴 시간이 지났을 때, 수리 업체가 도착한 소리를 들었다. 드디어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소금에 절여져 숨이 죽은 배추처럼, 기운이 쭉 빠진 모습으로 빠져나왔다. 경비원은 너무도 태연하게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말한다.

 

요즘 부쩍 고장이 잘 나네요! 점검해봐야겠어요.” 구경꾼의 모습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내 인생에 예기치 못했던 경험. 작고 좁은 공간에 있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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