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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란의 종교가 산책●인도의 종교와 불교 이야기-38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0/09/29 [10:01]
세계적인 불교석학 비구 보디, 섬 암자 불교학파 학맥 이어 미국에 전파

이치란의 종교가 산책●인도의 종교와 불교 이야기-38

세계적인 불교석학 비구 보디, 섬 암자 불교학파 학맥 이어 미국에 전파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0/09/29 [10:01]

 

▲ 비구 보디스님이 미국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교석학 비구 보디
, 섬 암자 불교학파 학맥 이어 미국에 전파 

실론에서 30년간 연구 수행, 현재 미국 뉴욕에 30만평 거대사원 조실로

공동체의 누군가는 사명감으로 희생, 헌신 각오해야 한 종교 살아남을 수 있어  

    

세계불교와 불교학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불교는 서양에서 새로운 종교나 철학으로 어필되고 있다. 특히 불교식 명상은 다양한 서구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불교 명상에 있어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서양 출신 고승은 현재 상좌부의 배경을 갖고 있는 비구 보디스님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다소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교황과 상대되는 카리스마로 서양인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면, 비구 보디스님은 불교학문과 명상을 겸비한 학승의 이미지로 미국사회에서 뿌리를 내고 있다. 인도의 원형불교인 테라와다(상좌부) 전통이 스리랑카로 전해져서 이후 중세시대 동남아시아에 이식되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계승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소개한 바 있다.

▲ 비구 보디스님의 설법을 듣기 위하여 운집한 스리랑카 불자들.  

 

비구 보디 스님을 소개하는 이유는 스리랑카 -숲 속 불교학파와의 밀접한 인연 때문이다. 기독교도 서구에서 아시아로 전파되는 데에는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고 오직 선교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임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순교까지도 각오했던 무수한 선교사들의 희생과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독교는 아시아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불교를 이런 논리로 생각해 보자. 인도에서 중앙아시아와 중국으로 전해질 때, 순교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종교적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교는 오늘날 아시아의 종교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불교가 서구 사회에 전해지는 데는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현대에 와서 스리랑카의 섬 암자 (아일랜드 허밋티지 Island Hermitage)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비구 보디스님이 영역한 테라와다(상좌부) 경전들.    

 

비구 보디(Bhikkhu Bodhi) 스님의 본명은 제프리 블록(Jeffrey Block 1944)이다.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미국에서 처음 불교를 접하게 된 것은 베트남 불교였고, 두 번째는 스리랑카에서였다. 1972년 스리랑카에서 사미계와 비구계를 받고 남방 상좌부 전통의 비구스님이 되었는데, 그에게 가장 영향을 준 것은 이 섬 암자의 독일 출신 비구들 때문이었다.

▲ 스리랑카 불교출판협회의 창립 멤버들인 삐야다시 대장로와 냐나뽀니까 대장로가 캔디출판사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  


비구 보디스님은 빨리어를 배우고 나서 불교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 했고, 불교출판협회의 영어 편집자를 거쳐서 1988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 직을 수행했다. 비구 보디스님은 상좌부 빨리어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큰 업적을 남긴 분이다. 2002년부터 미국으로 돌아와서 뉴저지의 조그마한 개척 포교당에 있다가 뉴욕에 있는 27만평에 달하는 장엄사(莊嚴寺) 조실로 주석 중이다.

▲ 1975년 창건된 장엄사 전경.    

 

비구 보디스님은 현재 미국불교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4년에 설립한 불교국제구호단체를 이끌고 있다. 우리 한국불교식으로 표현한다면 이 분은 학승(學僧)에 가까운 분이다. 남방 상좌부의 전통은 학혜구족(學慧具足)이다. 학문과 수행의 병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과 실제의 병진이다. 한국불교에서는 원효대사, 보조국사, 태고왕사, 서산대사, 백용성, 박한영, 한용운, 권상로 스님 같은 분들이 모범을 보인 분들이다. 스리랑카도 이런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비구보디스님은 흔히 서양 출신 승려들이 명상에만 빠져드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철저하게 경전어(經典語)인 빨리어를 습득하고 삼장(三藏:경율론)에 매진했고, 이를 영역(英譯)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배경에는 그가 스리랑카에서 비구가 되면서 스승을 잘 만난 덕분이었다.

▲ 비구보디 스님의 스승으로 101세로 입적한 스리랑카의 고승 발랑 고다 아난다 메이뜨레야 대장로. 아마라뿌라 니까야(종단) 종정을 역임하기도 했다.  

 

발랑 고다 아난다 메이뜨레야 마하테로(18961998)는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불교학승이다. 학승이지만 도통한 고승으로 스리랑카 불교도들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은 도인이었다. 비구보디 스님은 26년간 이 분의 지도를 받은 것이다. 비구 보디스님은 스리랑카에서 출가한지 30년을 채우고 미국으로 돌아와서 불법홍포에 매진하고 있다.

▲ 스리랑카 대통령이 아마라뿌라 종단을 방문, 종정스님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 필자 보검스님이 2016년 스리랑카 비구니 총회에 참석했을 때.    

 

불교가 비록 인도에서는 한동안 잠적했었지만, 남방으로 전해진 인도의 원형불교가 스리랑카로, 동남아시아로, 그리고 미국에 까지 전파되는 과정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불교라는 종교의 진리를 부단하게 연구하고 온축(蘊蓄)해서 새로운 문명권으로 전파하는 전도(傳道)의 힘이다. 사라질 것 같은 불교의 맥이 되살아나는 것을 법륜상전(法輪常轉)이라고 한다. 진리는 쉬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서 구르면서 전파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운명에 맡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체의 누군가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불교는 지금 위기다. 국내외의 포교가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스타일의 신불교(新佛敎) 운동이 꿈틀 거리고 있다. 미륵보살이라도 출현해야할 것 같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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