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400년 영남유림 갈등’, '호계서원' 이전·복원 계기로 '대통합'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20/11/21 [09:22]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위패 서열 '병호시비' 종지부

‘400년 영남유림 갈등’, '호계서원' 이전·복원 계기로 '대통합'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위패 서열 '병호시비' 종지부

이중목 기자 | 입력 : 2020/11/21 [09:22]

 

▲ MBC화면캡처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위패 서열 '병호시비' 종지부

 

영남유림을 대표하는 서애(西厓) 류성룡(1542~1607) 선생 가문과 학봉(鶴峰) 김성일(1538~1593) 선생 가문의 400년간 이어진 묵은 갈등(병호시비)이 호계서원의 '복설'(復設·다시 설치)을 계기로 화해의 '대통합'을 이루었다.

 

호계서원 복설추진위원회(회장 노진환)20일 호계서원 고유제 행사를 개최, 영남유림 간 해묵은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는 대통합의 자리를 마련했다. 고유제는 국가나 개인의 집에서 중대한 일을 치르고자 할 때 종묘(宗廟)나 가묘(家廟) 등에 그 사유를 고()하는 제사다.

 

호계서원은 안동의 두 가문의 400년에 걸친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는 사연이 숨겨져 있다.

 

병호시비로 불리는 갈등과 논쟁은 1620년 퇴계를 모신 여강서원 즉 호계서원에 서애와 학봉 선생 가운데 누구를 상석에 배향하는 위치 문제로 1차 논쟁이 시작됐다. 나이가 먼저냐, 벼슬이 먼저냐 그 배향 기준을 둘러싸고 분쟁한 것이다.

 

류성룡의 후학들은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이 관찰사로 마감한 김성일 보다 벼슬이 더 높으므로 상석인 동쪽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일의 후학은 생년이 빠른 김성일이 류성룡 보다 네 살 많은 선배이므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시 서애의 제자이자 대학자였던 우복 정경세(15631633)벼슬의 높낮이로 정해야 한다며 영의정을 지낸 서애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1805년 당시 영남의 4현으로 불리던 서애와 학봉, 한강 정구, 여헌 장현광의 신주를 문묘에 배향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서애와 학봉 간 서열 문제가 불거졌다. 

▲ MBC화면캡처    


1812년에는 병호시비 3차 논쟁으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안동 최고의 서원이었던 호계서원에서 위패를 모시던 사당도 사라졌다. 호계서원에 있던 퇴계의 위패는 도산서원으로, 류성룡의 위패는 병산서원으로, 김성일의 위패는 낙동강변의 임천서원으로 옮겨졌다.‘ 병호시비’(屛虎是非)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이유이다. 졌다.

 

흥선대원군은 당시 안동부사를 불러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지시했다. 양쪽 유림 1000여명이 모여 화해를 시도했으나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격분한 대원군은 화해의 상징으로 양쪽 학맥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한 책 한 권씩을 골라 목판과 판본을 태우고 호계서원을 철폐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병호시비는 지난 2009년 양쪽 문중이 나서면서 해결의 전기를 맞았다. 문중 대표가 류성룡 왼쪽, 김성일 오른쪽이란 위패 위치를 합의하면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안동 유림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종손 간에 합의할 사항이 아니라 학파 간에 결론 내려야 하는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대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3, 호계서원의 복원을 추진하던 경북도는 두 가문과 학맥에 기발한 중재안을 냈다. 류성룡을 퇴계 위패의 동쪽에, 김성일을 서쪽에, 그 옆에 김성일의 후학인 이상정을 배향하자는 제안이었다. 한쪽에는 높은 자리를, 다른 한쪽에는 두 명의 자리를 보장하는 화해안이었다. 두 학파가 동의하면서 400년에 걸친 병호시비는 결국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에 자리 잡은 호계서원. 1만㎡의 부지에 13동의 서원 건물을 보유한 경북 유형문화재 제35호다.    

 

한편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된 호계서원은 안동댐 건설로 1973년 임하댐 아래로 건설니다. 그러나 습기로 서원건물이 훼손되자 지난 2013년부터 사업비 65억 원으로 한국국학진흥원 내 만 제곱미터에 1393칸으로 이건돼 이번에 복설됐다.

 

20일 열린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윤동춘 경북경찰청장, 권영세 안동시장을 비롯해 각 기관단체장 및 유림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초헌관으로 참석한 이철우 도지사는 "이번 호계서원의 복설은 영남유림의 합의에 의해 대통합을 이루어낸 성과"라며 "화합, 존중, 상생의 새 시대를 여는 경북 정신문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화합의 상생 메시지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정신적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