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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인의 죽음이해1 -문선영(선임기자, 선문대 교수)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03/29 [14:47]

이집트인의 죽음이해1 -문선영(선임기자, 선문대 교수)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03/29 [14:47]

이집트인의 죽음이해1

日出과 日沒 통해 죽음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


문선영 교수의 ‘고대 이집트인의 죽음 이해’는 한국영성학회의 학회지 ‘영성연구’ 창간호에 게재된 논문으로 고대 이집트인의 죽음 이해를 살펴봄으로써 인간의 생명에 관한 욕망과 현실 삶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자 했다. 고대 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집트이며 고대 문명의 종교적 요소는 현대인의 삶 속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종교의 하나인 기독교의 성서 이야기는 이집트 신화와 상응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또한 이집트 신화를 바탕으로 한 종교가 현대사회에 존재하기도 한다. 문 교수의 논문을 3회에 걸쳐 요약, 연재한다.<편집자 주>


현대에서도 영향력 미치는 이집트의 靈性


이집트 벽화 조형물

 

 

인간은 죽음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삶에 대한 물음은 죽음을 이해하는 차원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는 결국 죽음에 관한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삶을 이해하는 것은 죽음을 이해하는 차원이 되며, 죽음을 이해하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차원으로 환원된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물음에 가장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과정을 종교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만큼 종교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세계종교 가운데 기독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집트 신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집트(Egypt)라는 단어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모셔온 신, 그의 신전과 관련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집트는 종교성이 큰 영향력을 지닌 나라이다.

이집트의 오시리스(Osiris) 신화와 그 영향은 예수의 부활신앙과 연결될 정도로 기독교의 이야기와 이집트 신화는 서로 상응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기독교의 종교적 영성을 심도있게 이해하려면 고대 이집트인들의 신화에 담긴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자 필수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종교적 영성은 단순히 고대 문명의 역사 가운데 거대한 피라미드(Pyramid)와 미라(Mummy) 등의 자취로만 남아있지 않다. 이집트의 영성은 현대 문명 속에서도 일부 사람들에게 근원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영원한 원천의 교회(Church of the Eternal Source)는 고대 이집트인의 신앙을 토대로 하며, 고대 이집트인의 종교적 영성을 재현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고대 문명의 시원을 이루고 있던 고대 이집트인의 종교적 영성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그 가운데서도 고대 이집트인의 죽음에 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는 인간 삶에 공통적인 죽음 경험을 고대 이집트인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창조신화


일반적으로 죽음을 생명의 사라짐이라고 본다면, 고대 이집트인의 죽음에 관한 이해는 그들이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의 기원을 어떻게 이해하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대 이집트인의 기원은 창조신화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기원은 신적 존재로부터 출발한다. 즉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 되고 있다. 이는 고대 이집트인의 종교적 심성이 담긴 신화 속에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창조신화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이집트 신화 연구에 있어서 기독교의 성서처럼 권위를 부여받은 정형화되고 일관된 텍스트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고대 이집트의 신화는 주로 신전의 벽, 피라미드의 내부 등에 회화와 상형문자로 다양한 전승들이 전해지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는 파피루스를 통해서 전해내려 온다. 신과 밀접한 관계의 삶을 살아온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창조이야기들은 오랜 세월과 더불어 변용되면서 형성되어졌다. 따라서 성서 창세기에 나타난 창조신화와 달리 이집트 창조신화는 다양한 버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집트 신화 연구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신화 속에 나타난 공통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창조이야기의 중심에 태양과 그 태양의 능력, 즉 생명을 주는 지배적인 힘에 관한 것이다.


“태초에는 어둡고 고요하고 쓸쓸한 물의 세계만이 있었다. 위대한 신 눈(Nun)은 이 물의 세계의 신이었다. 이 세계의 깊은 바다 속 가장 어두운 곳에는 눈의 아들 라(Ra)의 빛나는 영혼이 누워 있었다. 라는 깊은 바다 속에서 외로웠고 무언가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허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라는 전지전능해서 그가 생각하는 것에 이름을 지어 주기만 해도 그 대상은 이미 존재해 있었다.

라는 말했다. “나는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 케프라가 되고, 한낮에는 타오르는 해 라가 되며, 저녁에는 지는 해 아툼이 되겠다.”

그 순간 라는 동쪽에서 떠올라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지는 해가 되었다. 하루가 저무니 이것이 세상의 첫날이었다.

라가 슈라고 이름을 붙이니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만든 후에 라는 비를 생각하고 테프누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바람의 신 슈와 비의 신 테프누트는 라의 첫 번째 창조물이었다.

바람과 비의 신은 서로 사랑하였으므로 둘 사이에 쌍둥이가 태어났다. 그 중 하나는 땅의 신 게브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여신 누트였다. 게브가 깊은 바다 속에서 점점 위로 솟아오르니 마른 땅이 되었다. 연한 하늘 색 겉옷을 입은 누트는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며 손은 동쪽 수평선에 발은 서쪽 수평선에 디딘 채 땅의 신 게브를 굽어보았다.

라가 다시 하피라고 이름을 지으니 성스러운 나일 강이 이집트 땅을 흐르기 시작했다.

창조주 라의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라는 계속 생각했다. 라가 초목을 생각하고 이름을 주었더니 초목이 탄생했고 라가 동물을 생각하니 동물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새와 벌레와 물고기를 생각하니 어김없이 라가 생각한 대로 되었다. 라가 지상 위의 모든 피조물들의 모양을 생각하고 이름을 말하니 그대로 존재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라는 남자와 여자를 생각했다. 그러자 곧 이집트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라가 창조한 나일 강에는 매년 물이 불었다가 몇 달이 지나면 비옥한 흙을 남기며 줄어들었다. 물이 빠진 후 흙이 가라앉은 비옥한 땅에서는 곡식이 잘 자랐으므로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편안히 살 수 있었다.

인간을 만든 후에도 매일 아침 라는 보트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항해를 했다. 동쪽 하늘에서 시작된 이 여행은 서쪽 하늘에서 끝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죽은 자들의 세계인 지하세계의 하늘 두아트(Duat)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라를 바라보며 즐거워했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위의 이집트 창조신화에 나타난 창조 근원은 태양신 라이며, 이러한 창조신은 이집트와 이집트인의 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태양은 어김없이 매일 하늘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태양을 신앙의 대상으로 맞이해 온 이집트인들은 신과 그들의 삶을 매일 같이 함께 시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즉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태양은 생명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에게 매일 마주하는 태양은 일출과 일몰을 반복하는 모습을 통해서 죽음과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상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집트 신화 속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점은 하늘이 여신(女神)으로 대표된다는 점이다. 태양신 라는 실제 누트 여신, 곧 하늘 여신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부장적인 동양 한자문화권에서 하늘은 남성으로 상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집트는 하늘을 여성으로, 땅을 남성으로 상징하고 있다. 하늘을 대표하는 누트 여신은 고대 이집트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표현된다. 왜냐하면 누트 여신은 태양신이 출현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태양신에 의하여 존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은 일출을 하늘을 상징하는 누트 여신의 몸을 통해서 태양이 잉태되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죽은 자를 관에 넣어두는 것은 어머니 누트의 품에 두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하며, 관의 뚜껑에는 하늘 여신 누트가 그려지기도 하였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고대 이집트의 창조신화는 다양한 버전들이 있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의 창조신화를 위의 내용으로만 정형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태양의 중요성은 이집트 신화 전반에 등장하는 부분이며, 때로는 인간 창조의 신이 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신처럼 인간을 흙으로 빚어서 존재케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본질은 창조의 신이 누구인가 보다는 고대 이집트인에게 인간은 신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 창조된 존재로서 인식되어져 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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