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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 비혼 출산, 크리스천과 ‘제2의 사유리’들은 어떻게 볼까
교계 “자유의지보다 생명윤리가 우선…한국 교회가 바른 답 제시하지 못한 자기반성 필요”
기사입력: 2020/11/30 [08:0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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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자유의지보다 생명윤리가 우선한국 교회가 바른 답 제시하지 못한 자기반성 필요  

 

요즘 일본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藤田小百合·41)의 비혼(非婚)출산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연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비혼 출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유리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결혼제도권 밖에서 아이를 갖고 싶은 여성들은 사유리를 응원하는 반면, 전통적·윤리적·의학적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유리의 선택은 여전히 '제도 밖' 출산에 냉랭한 한국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전통적 가족상이 깨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반기는 여성들도 많다. 결혼은 삶의 필수 불가결한 과제라는 시각이 깔려있는 '미혼'(未婚)이 아니라,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한 '비혼'이란 개념 역시 점차 익숙한 용어가 되어가는 중이다.

 

교계에선 비혼 출산이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

 

그렇다면 크리스천은 사유리의 비혼 출산을 어떻게 바라볼까. 교계에서는 비혼 출산이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안동철 경남 창원교회 목사는 우리가 사유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근본적 이유는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다는 성경적 결혼관을 깨기 때문”(2:24)이라며 결혼과 가정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타협없는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1,000여명의 미혼모들을 돕는 러브더월드 대표 박대원 목사 부부를 ‘1호 생명선교사로 파송하는 등 생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안 목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급속도로 변화되는 세상의 문제 제기에 한국교회가 바른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생명의 가치보다 재물의 가치를 우선하는 세상 분위기 가운데 교회가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은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를 생명의 영역에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연애와 결혼을 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형태의 임신이 확산할 조짐이 보인다배우자에게 구속받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에게 교제하고 혼인하는 과정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을 피하면서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했다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하나님은 인격적 존재인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선물을 주셨지만, 이것으로 생명의 영역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인, 자살, 낙태 등은 자기결정권을 그릇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인간 복제나 대리모 임신, 정자·난자 매매 등도 인류사회의 최소한의 질서를 위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혼 여성의 시험관시술을 허용하면, 대리모를 통해 자신의 아이를 낳으려는 비혼 남성들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방송인 사유리가 11월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사뉴스 화면 캡처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가정은 자녀를 지켜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안전한 울타리라면서 아이는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내가 외롭다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대상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혼 출산 등을 인정하면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돼 생명의 가치가 훼손될 소지가 크다의학 기술을 남용해선 안 되는 영역이 있는 데 그게 바로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비혼 출산으로 인한 아기의 인권 문제도 제기됐다. 안 목사는 비혼 출산으로 낳은 아기가 자라서 이름 모를생물학적 아빠를 찾지 못해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유리 비혼모 출산산부인과지침 개정에서 빠졌다사회적 논의위한 공청회 제안

 

사유리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뒤 논의가 본격화한 비혼 출산이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 지침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혼 부부는 정자 공여 등 보조생식술 대상자에 포함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내부 지침에서 정자 공여 등 보조생식술 대상자를 법률혼 부부에서 사실혼 관계를 포함하는 부부로 확대했다고 1125일 밝혔다.

 

기존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는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돼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시술 대상의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성을 느낀다다만 지침 개정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해 공청회를 제안한다. 사회적 합의 내지는 보완 입법이 이뤄지면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다만 사실혼 부부가 아닌 비혼 여성의 인공출산에 대해선 윤리지침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외국과 문화적·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비혼여성의 출산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가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비혼 여성의 인공출산은 아직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의사나 수요자의 의도에 따라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윤리지침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혼만이 답인가요?"3의 길 모색하는 '2의 사유리'

'아빠 없는 아이' 걱정하는 시선에 "모든 출생은 이기적"

 

사유리의 '비혼 출산'은 한국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통용돼온 '결혼=임신·출산'이라는 신화를 깬 사건이었다. 산부인과에서 조금만 더 늦으면 자연임신이 힘들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그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만나 아이를 가질 순 없다'는 판단 아래 비혼인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았다.

 

"모든 출생은 이기적""비혼 가정 우려는 차별적 시선 내포한 것"

 

"용기있는 결정이다. 출산이란 무엇이고, 누구에게 결정권이 있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시절부터 '이성애(異性愛) 연애'만을 정상으로 간주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고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역설하는 잡지 계간 홀로7년간 발행해온 이진송(32) 작가는 사유리의 출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작가는 "'주변에서도 '결혼은 싫은데 아기는 낳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새삼스레 다시 대화를 했다""정상 가족에 속하지 않고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출산하고, 사랑하며 양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아빠 없는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겠느냐'며 비혼 출산을 '이기적 선택'이라 폄하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모든 출생은 이기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작가는 "(결혼한 남녀커플이 이루는) 정상 가족 안에서 태어나면 아기에게 동의를 받고 낳나? 아기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원하나?"라고 반문하며 "세상에 나쁜 아빠가 얼마나 많은가. 아빠는 진짜 필요하다기보다는 온 세상이 아빠가 필요하다고 주입하는 가운데 원래 (한부모 가정을) 차별하는 사람이 이를 구실로 삼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별을 걱정하는 척하며 자신이 그 차별을 더 생산하는 셈"이라며 비혼모 지원 프로그램에서 잠깐 일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당시 아기들을 잠깐 맡겼던 외부 센터의 선생님이 '아빠 없는 아이들은 티가 난다'는 말을 한 것이다. "제가 '선생님, 제가 아빠 없이 컸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하세요?'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당황하시더라고요."

 

팟캐스트 '비혼세'(비혼이 사는 세상)를 진행하며 독립출판 '아말페'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30대 여성 곽민지 작가 역시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말은 아버지 없는 모든 가정에 대한 모독"이라며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 질서하에 남녀가 결합한 가정만을 정상 가정으로 인정하는 순간 그밖의 가정을 포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또한 "개인은 자신이 태어난 가정을 디폴트로 생각하게 되어 있고, 사유리씨의 아이는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기준으로 가족의 개념을 받아들일 텐데 거기에 결핍을 말하는 것은 무례하다""아버지 없는 가정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의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사유리가 최근 자신의 비혼 출산을 알리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만삭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비혼은 내게 맞는 삶의 방식일 뿐"공동체 통해 서로 힘 얻기도

 

임신과 출산에 전혀 뜻을 두지 않고, 홀로 사는 '1인분의 삶'에 자족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결정이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결과임을 강조한다.곽 작가는 "비혼을 (특별히) 선택했다기 보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변이 없는 한, 내가 결혼을 택하지는 않겠다'고 느꼈다""나에겐 자연스러웠던 선택이 너무 특이하고 급진적인 것으로 비치고 비혼자의 자연스러운 삶이 미디어에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해 팟캐스트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제 운신의 폭, 불규칙한 일상 등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같이 동거하는 생활이 제게 적합한 삶의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으로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또다른 관계를 맺게 하면서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게 불편하다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발행 초기 300부 남짓을 찍었던 <계간홀로>의 수요가 1300부까지 증가한 것을 놓고 "인식이 많이 바뀐 걸 느낀다"면서도 "여전히 연애와 결혼의 이데올로기가 너무 강력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곱지 않은 외부의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비혼공동체'를 꾸린 여성들도 있다. 2019년 광주광역시의 20대 비혼여성들이 모인 '비컴트루(Become True)'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아직까지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혼이란 사실을 말하면 소외되기도 하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 회원 중 소속 사실을 밝히지 않은 분들도 있다""저희는 일반 동호회처럼 비혼이란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모였을 뿐인데 마치 사회와 단절하려는 사람들처럼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모임을 하는 동료들이 있어 고립에 대한 걱정이 해소됐고, 다양한 도전을 즐기며 살아가게 됐다"'지속가능한 비혼라이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됐다고 말한다.

 

500여명이 넘는 비혼여성들이 가입돼 있는 경상도 비혼여성공동체 'WITH(Wolves In The Hell)' 또한 지역별 정기모임과 여행, 북스터디부터 페미니즘 행사와 여성 대상 태권도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위드(WITH) 공동대표 가온(활동가명)"여성들만이 모인 공간에선 가부장제를 지워내고 새로운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일상에서 겪었던 성차별이나 여성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기도 한다""위드가 있어 힘이 되고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공동체 내 사람들에게 많이 듣곤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가족' 인정하는 시각 전환 필수"국가 지원 뒷받침돼야"

 

이들은 비혼 출산가정뿐 아니라 동거인이 있는 '비혼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삶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고 포용하려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혼지향공동체 공덕동 하우스를 운영 중인 홍혜은 대표는 사유리의 비혼 출산 과정을 보며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국민'의 얼굴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고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슬로건이 모두를 위한 것인 줄 알았다""정작 비혼 출산이 불법은 아니지만, 지원대상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정부를 보며 '행복한 국민'의 얼굴로 누구를 상상하고 있는지가 미심쩍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혼 여성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곧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라며 "정상 혈연가족을 중심한 경제, 복지 제도, 노동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오롯이 여성에게 쥐여주되 태어난 아이에게는 다방면의 지원을 해야 한다""어떤 배경의 아이든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제도로 포섭되지 않는 파트너십이 폭넓게 수용될 수 있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도 가족을 이뤄 살 수 있고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드 가온 대표도 "평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정상 가족 규범을 토대로 지어진 사회에서 제도권 밖 여성 1인 가구들이 있을 곳이 필요했기에 비혼여성공동체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개인을 개인으로 보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 작가는 "우리나라는 유자녀기혼자가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를 '임시'로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1인 가구를 위한 주택마련 혜택도 적고, 지인이나 돌봄 형태로 결합한 가정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런 시스템 자체가 차별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1인 가구나, 비혼자, 혹은 우리 사회가 포용하지 않는 결혼의 형태에 대한 통계적 조사도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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